임영웅, 내 부모님의 트렌드세터

2021.07.20 페이스북 트위터

임영웅, 사진제공=키싱하트



트렌드세터란 시대의 풍조 등을 선동하는 유행의 선도자를 일컫는다. 국내 트렌드세터의 대표 주자로는 빅뱅의 지드래곤이 꼽히곤 한다. 음악, 패션 등 전반적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감각을 드러내며 사과머리나 일렉트로닉 힙합 음악 등을 유행시켜온 인물이기 때문. 그런데 요즘 다른 형태로 트렌드세터 역할을 하고 있는 '불세출의 가수'가 등장했다. 바로 임영웅이다. 이른바 내 부모님의 트렌드세터다.


임영웅의 인기는 순간의 열풍을 넘어선 지 오래다. 중장년층인 부모님 세대를 가요계 새 소비층으로 끌어들여 업계 풍토를 바꿔놓았다. 탄탄한 경제력과 결집력을 바탕으로 이들 팬덤은 어느 세대보다 빠르고 힘있게 업계 중요 타깃층으로 자리매김했다. 임영웅이 출연하는 TV쇼는 인기 프로그램이 되고, 임영웅의 '착장템'은 완판 된다. 임영웅과 연관된 모든 것들이 곧 우리 부모님들의 트렌드다.


트렌드세터로서의 임영웅은 다른 스타들과는 모양새가 좀 다르다. 이를 설명하자면 작년으로 시간을 돌려야 한다.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임영웅의 시간으로 말이다. 임영웅은 외모로만 보며 귀티가 풍기는 참가자였다. 티 없이 잘자란 귀공자처럼 태가 좋고, 품행이 바랐다. 출중한 노래 실력이 그의 가장 큰 이점이었지만, 이미지적 요건들이 겹쳐져 그를 더 빛나게 했다. 거만한 실력에 그렇지 않은 겸손한 태도. 임영웅이라는 가수가 그랬다. 저 정도 노래 실력이면 어깨에 '뽕'이 제법 들어갈 법도 한데, 늘 그의 자세는 누렇게 익은 벼와 같았다. 일약 트렌드세터들이 보여주는 "내가 최고"라는 식의 자신감과 스웨그 등은 임영웅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

임영웅, 사진제공=뉴에라프로젝트


임영웅을 향한 팬들의 애정은 단지 그가 노래 잘하고 멋있어서가 아닌 굴곡진 삶을 살고도 바르게 자랐다는 기특함에 있다. 잘 자란 자식에게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 말이다. 그래서 임영웅은 다른 트렌드세터들이 지닌 자기애적 과신 없이도 살아온 서사만으로 충분히 힘을 갖는 아티스트다. 상처치료 하나 하기가 어려워 왼쪽 뺨에 깊은 흉터가 있을 만큼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왔으면서도 잘 자란 귀공자 같은 품새와 겸손의 미덕이 있다는 것. 그게 트렌드세터로서 임영웅의 힘이다. 임영웅의 스웨그는 곧 바르게 살아온 날들의 인내다.


그래서 팬들도 임영웅의 서사를 좇는 식으로 서포팅을 넓히기도 했다. 임영웅 팬클럽의 또 다른 큰 축은 '나눔 모임'이다. 이들은 쪽방촌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고, 여러 후원단체에 기부금, 먹거리, 마스크 등을 전달하며 꾸준한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여러 팬덤에서 그간 아티스트 이름으로 기부 등의 선행을 해왔으나, '영웅시대'(임영웅 팬클럽)처럼 정기 모임을 꾸려 체계적으로 활동한 경우는 드물다. 바르고 성실한 임영웅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려는 팬들의 지극함이 고차원적 서포팅으로 이어진 것이다.

임영웅, 사진제공=뉴에라프로젝트


하지만 표상으로 떠오를수록 불편한 이슈도 따라붙기 마련이다. 지난 5월 임영웅은 실내 흡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드높은 인기에 촬영장 내부를 '도촬'당했던 불쾌한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미성년 출연자도 함께 쓰는 공간에서 현명한 행동은 아니었다. 무니코틴 액상 담배라 할지라도 담배는 담배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다시금 임영웅이 트렌드세터라는 게 증명됐다. 바른 이미지로 반짝 떠오른 스타들은 대개 이러한 논란만으로 바닥을 칠 정도로 치명타를 입는다. 하지만 절대적 지지에 기반한 트렌드세터들은 아니다. 지드래곤이 여러 불편한 이슈를 겪고도 광고계 및 각종 분야에서 환대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임영웅은 논란 이후에도 자신이 썼던 선글라스를 완판시키고, '트롯픽' '팬앤스타' '아이돌차트' 등 각종 설문 랭킹에서 1위를 휩쓸었다.


수적인 부모님 세대 팬층을 지녔음에도 유연하게 이들을 능동적인 팬덤으로 이끌고, 트렌디와는 거리가 먼  전통가요를 구사하고도 트렌트세터라는 말이 어색함이 없는 임. 오래도록 회자될 불세출의 가수가 아닌가 싶다.



CREDIT 글 | 한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