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2’, 천재들의 만남이 주는 아찔한 전율

2021.07.19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JTBC



손이, 발이 현란하게 움직이고 온몸이 리듬을 탄다. 눈이, 입이, 온 얼굴이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다. 세상 부러울 게 없는 표정…. 그들은 분명 여기가 아닌 다른 어느 세계에 건너가 있다. 그들이 들려주는 신들린 연주와 노래를 따라 시청자도 그들이 인도하는 ‘접음(接音)’의 세계로 초대된다.



월요일 기다려지는 뭔가가 있다면 그나마 일요일 밤을 덜 슬프게 보낼 수 있다. 내겐 요즘 JTBC ‘슈퍼밴드2’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노래가 아닌 연주. 가수가 아닌 밴드가 만들어내는 음악의 매력을 알게 해준 프로그램. 2회까지 음악 천재들 개개인의 눈부신 기량이 펼쳐졌고, 3회째인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밴드 결성으로 경연의 묘미를 선사했다. 이들은 오늘 또 얼마나 흥미진진한 대결을 펼치고 또 얼마나 멋진 음악의 향연을 보여줄까.


어려서부터 그림 재주, 글재주는 제법 있었던 나는 음악에는 영 젬병이었다. 그나마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굳이 재능을 찾자면 오직 ‘듣는 재주뿐이었다. 알다시피 학창 시절 음악적 재능이 없으면 조금 고달프다. 예술적 소양을 함양시켜주기 위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갖은 악기를 가르치고, 온갖 노래를 시키고 심지어 시험도 보는데 그때마다 곤혹스러웠다. 노래야 어떻게든 해결해본다 치지만 악기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특히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은 내게 선망의 대상이다.


사진제공=JTBC


‘슈퍼밴드2’를 보며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란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운명처럼 재능을 타고난 그들은 어떤 불씨를 어느 순간에 만나 지금처럼 눈부시게 타오를 수 있었을까.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수많은 장르와 악기 중에서 또 어떤 인연이 그들을 지금의 악기와 손잡게 했을까. 그리고 그 뒤에는 또 얼마나 피나는 연습이 오래 이어졌을까. 좋아하는 것이 이미 재능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신명이 나 그 어려운 길을 계속 걷고 있을 것이다. 연주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들의 표정이 그 모든 설명을 대신한다. 본인의 연주에 심취해 미소 짓고, 무아지경에 이른 것 같은 모습에 보는 나도 홀리듯 음악의 신을 영접하게 된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느끼지 못한 짜릿함이 분명 ‘슈퍼밴드2’에 있다.


편집의 의도인지 ‘슈퍼밴드2’에는 온통 천재들만 모인 느낌을 줬다. 덕분에 본선 진출자 53명이 꾸려갈 밴드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올려놓았다. 1대 1 장르 전으로 시작한 3회 본선 라운드는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본선 라운드 장르 전의 첫 번째 대결 주인공은 기탁 팀 대 변정호 팀이었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출중한 실력자들이었고, 그들이 선보인 무대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지만 밴드가 되어 보여준 무대는 차원이 달랐다. 참가자 개개인의 연주와 노래가 가랑비였다면 밴드의 연주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처럼 감동이 쏟아져 내렸다. 혼자가 아닌 ‘함께’의 힘, 그것이 주는 전율은 그만큼 컸다.


처음 등판한 기탁 팀과 변정호 팀은 각각 록과 월드뮤직으로 대결을 펼쳤다. 월드뮤직이라는 낯선 장르를 숙제로 받은 변정호 팀은 아무래도 불리해 보였다. 결과적으로 승리는 기탁팀에게 돌아갔지만,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브라질 팝을 멋지게 소화해 낸 변정호 팀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특히 포르투갈어를 배워가며 노래를 들려준 보컬 김한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언어는 생경했지만, 김한겸의 목소리는 마음의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진제공=JTBC


월드뮤직, 라틴까지 아우른 경연 장르의 확장은 ‘슈퍼밴드2’의 장점으로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경연의 특성상 이 장르를 선택한 팀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여성 보컬과 연주자를 포함하고 그밖에 다양 시도로 시즌 1을 넘어서고자 하는 노력 역시 의미 있어 보이지만 심사위원 선택에는 어째서 좀 더 기획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크다. 이제 와 너무 뒷북이지만 본 방송을 시작하기 전 방영했던 ‘슈퍼밴드2 비긴즈’ 아저씨 심사위원들의 (씨엘을 소외시킨) 지루한 추억팔이는 동년배인 내가 보기에도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아쉬움은 있지만 일단 접고, 다시 월요일. 바빴던 일과를 마치면 나는 다시 ‘슈퍼밴드2’ 본방사수에 나설 것이다. 사람이 그리워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함께해야’ 하는 많은 일을 하지 못하는 지금. 밴드의 ‘합’이 주는 희열을, 감동에 벌써 길들여졌으므로. 그리고 비록 방송을 통해 대중과 만나지 못했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땀 흘리고 있을 무수한 밴드들을 응원할 것이다.




CREDIT 글 | 이현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