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데이즈’ 죄책감 느끼며 보는 파격 연애쇼

2021.06.22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카카오TV


이별을 고민 중인 세 커플이 서로 파트너를 바꿔 데이트한다. 이들은 연인 앞에서는 보여준 지 오래되었을 설렘으로 가득한 다정한 표정으로 새로운 파트너를 바라본다. 나 역시 다른 파트너와 데이트하면서도, 다른 파트너와 오붓하게 있을 연인이 떠오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연인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새로운 파트너에게 자꾸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다른 이에게 흔들리는 관계. 이별하는 게 맞는 걸까.

 

카카오TV 오리지널 ‘체인지 데이즈’가 뜨거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체인지 데이즈’는 10년간의 익숙해진 연애, 일, 성격과 성향, 연애 방식의 차이 등 저마다의 이유로 마음이 시든 2030 커플들이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세 쌍의 커플들은 일주일간의 여행을 통해 연애에 대해 고민하고, 각 커플이 마지막 날 현재의 연인과 연애를 이어갈지 혹은 또 다른 인연과 새로운 시작을 할지 최종 결정을 내린다.

 

지난 5월18일 첫 공개된 ‘체인지 데이즈’는 첫 회 공개 6시간 만에 120만 뷰를 돌파하더니, 총 4회까지 누적 조회수 1000만 뷰를 돌파했다. 연인을 바꿔 데이트한다는 자극적인 설정 때문에 화제성이 뜨겁지만 그만큼 비난과 논란도 상당하다. 대놓고 바람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가장 지배적이다. 제작진은 ‘커플 리셋 프로젝트’라는 태그를 내세웠지만, 리셋이 아닌 파트너 교환인 ‘스와핑’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뜨겁다.


사진제공=카카오TV

 

아이러니하게도 ‘체인지 데이즈’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안 하거나 혹은 못 하지만, 금기된 일을 저지르는 타인을 보며 느끼는 대리만족감. 연애하면서 연인이 아닌 다른 이에게 단 한 번이라도 눈길을 주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특히 관계가 오래될수록, 다툼이 늘어갈수록 내 옆이 아닌 다른 곳에 눈길이 가기 쉽다. 연인이 주지 못한 것을 가진 이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서 ‘왜 내 연인은 이런 걸까’, ‘왜 우리 관계는 이런 걸까’ 불만이 늘고 마음이 시들게 마련이다.

 

‘체인지 데이즈’ 속 세 커플 역시 다르지 않다. 계속되는 다툼에 지친 10년 차 커플 성호와 상미. 성호는 새로운 파트너 홍주와 데이트하며 “웃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라고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성호는 “내가 웃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속내를 드러낸다. 그 말에는 지금 여자친구인 상미는 그렇지 않다는 뉘앙스가 품어 있었다. 이어 성호는 자신이 을의 연애를 하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홍주는 본인이 봐도 그러하다며 성호의 말에 크게 공감해준다. 성호는 “나는 누군가와 잘 맞고 안 맞고가 확실한 사람인데 너랑 종일 데이트도 하고 술 마셔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네”라며 홍주를 향한 은근한 호감을 표현한다.

 

다른 커플도 마찬가지다. 각자 연인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나 고민을 드러내고, 새로운 파트너는 이에 공감해주며 마치 “나는 그런 사람 아니야”라는 식의 대화가 반복된다. 이제야 제대로 된 짝을 만났다는 듯. 시청자들은 이를 보며 욕하면서도 현실 세계에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파트너 체인지 데이트에 재미를 느낀다.


사진제공=카카오TV



하지만 ‘체인지 데이즈’의 허점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 시작한 연인도 결국 언젠가 익숙한 인연이 되고 만다. 언제까지 손만 잡아도 설렐 순 없을 노릇이고, 늘 다정한 모습만 보일 순 없다. 살다 보면 내 바닥을 보일 일도, 내 치부를 드러낼 일도 있게 마련이다. 모진 말을 뱉으며 싸우기도 한다. 늘 첫 데이트의 설렘만을 꿈꾼다면, 늘 새로운 사람과 첫 데이트를 하면 될 일. 익숙한 관계에서 오는 설렘과 고마움과 안정감도 분명 존재한다. “이제는 너무 부부 같다”라는 10년 차 커플 성호와 상미 역시 첫 데이트는 설렜을 것이다. 상미 역시 성호의 새 파트너 홍주처럼 연애 초반엔 늘 웃을 일만 있었을 것이다.

 

남녀 사이의 문제는 오로지 두 사람만이 100% 알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오로지 두 사람만이 온전히 해결할 수 있다. 일대일로 이뤄진 밀도 높은 관계를 새로운 사람과의 데이트로 돌이켜 본다? 이 설정에 얼마큼 많은 시청자가 공감할지 미지수다. 그러기 위해선 제작진의 사려 깊은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체인지 데이즈’가 욕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이 아닌, 출연자들을 응원하며 보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라본다.

 

김수정(칼럼니스트)



CREDIT 글 | 김수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