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월드클래스 올라도 사라지지 않는 편견

2021.06.1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SBS '라우드' 방송 캡처



지난 5일 첫 방송된 SBS의 새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LOUD)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참가자가 등장했다.

 

‘리틀 프린스’라는 예명으로 등장한 12살의 고키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인 댄스 실력을 선보이며 심사위원인 박진영과 싸이뿐만 아니라 그의 무대를 본 모든 시청자들을 놀라움을 선사했다.

 

일본에서 온 이 12살의 소년은 사실 ‘라우드’ 출연 이전부터 크럼프(Krump, 댄스의 한 장르) 신동으로 그쪽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유명인사다. 지금 당장 유튜브에 고키의 댄서 활동명인 베이비 스트리트 비스트(Baby Street Beast)를 검색해보면 글로벌 댄스대회에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여담으로 베이비 스트리트 비스트와 베이비 콘크리트의 크럼프 배틀 영상은 유튜브 내 크럼프 댄스 관련 영상을 통틀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고키의 댄스 실력도 충격적이었지만, 더욱 놀라웠던 건 그런 엄청난 이력을 지닌 친구가 바다를 건너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를 결정했다는 것 그 자체였다.

 

이 일본인 소년이 어마어마한 재능과 실력을 지닌 것은 맞지만, 크럼프 댄스 대회의 우승경력이 아이돌로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댄스분야에서 쌓아온 업적과 명성을 뒤로 하고, 그것도 자국인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K팝 아이돌로의 도전을 결정했다.

 

이는 현재 세계 음악 시장에서 K팝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닌 게 아니라 K팝은 이미 글로벌 음악시장의 중심이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K팝 아이돌의 인기는 문자 그대로 우상(Idol) 그 자체이며, 남미와 유럽을 넘어 영미권에서도 K팝은 가장 인기 있는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일례로 ‘아메리칸 아이돌’과 ‘엑스펙터’의 심사위원이자 원디렉션(One Direction), 피프스하모니(Fifth Harmony) 등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은 2016년에 이미 K팝 그룹을 벤치마킹한 프리티머치(Prettymuch)를 데뷔시켰고, 2019년에는 새 보이그룹의 오디션을 홍보영상에서 “지금은 K팝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이제 UK팝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해 K팝이 현재 글로벌 음악시장의 중심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사진출처=SBS '라우드' 방송 캡처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K팝의 본고장인 한국에서는 여전히 아이돌 음악에 대한 평가가 박한 편이다.

 

대표적으로 ‘아이돌은 회사에서 만들어낸 공장형 음악’이라는 인식이 그렇다. 실제로 먼 과거에는 인기에 편승해 수준미달의 음악이나 실력으로 데뷔를 한 사례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점차 아이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스템이 확립되면서 지금의 아이돌은 재능 있는 아이들이 엄청난 노력을 해야만 겨우 데뷔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과거 공장형 아이돌에 염증을 느끼고 거리를 둔 사람들은 여전히 아이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아이돌 음악에 관심을 가져보려고 해도 대중성, 접근성이 빈약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K팝의 주요 특징으로 콘셉추얼한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현란한 퍼포먼스 등이 꼽히지만 이는 일상음악으로 듣기 어려운 면이 있다보니 정작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어렵다는 논지다.

 

실제로 음악을 꽤 많이 듣는다는 사람들도 팬이 아니라면 NCT DREAM이나 세븐틴의 멤버가 누구인지,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 이들은 밀리언셀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나마 걸그룹은 보이그룹보다는 대중적이라고 하지만, 걸그룹 역시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팀은 손에 꼽는 수준이다.

 

이 밖에 배타적이고 까다로운 팬덤 문화와 관행적으로 이어지는 라이벌 그룹에 대한 안티 행위, 각 기획사들의 팬덤 위주의 마케팅 등도 아이돌 음악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Nct 드림,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음악은 청소년이나 오타쿠의 취미정도로 치부해버리기 일쑤며, 관심이 있거나 즐겨듣더라도 대놓고 K팝팬, 아이돌팬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존재한다. 물론 K팝이 10~20대의 젊은 층을 주요 타겟으로 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기생충’이나 ‘미나리’를 감상하는 것은 예술적인 행위이고,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의 음악을 듣는 건 철없는 행동 취급하는 건 분명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K팝이 더욱 성장하고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런 내부에서의 부정적 인식과 분위기도 걷어내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안에서 새지 않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지 않는 법이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 씨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절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는 자만하지 말라는 아버지로서의 충고일 뿐이지 손흥민 선수가 월드클래스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K팝은 글로벌 음악시장의 하나의 중심축을 이루는 월드클래스’라는 평가는 이른바 ‘국뽕’이나 ‘애국심 마케팅’이 아닌 분명한 팩트다. K팝 모국으로서의 겸손은 이미 충분하며, 이제는 더 당당히 드러내고 더 자랑스러워해야 할 때다. 겸손이 지나치면 오히려 실례다. 현재 K팝은 그런 위치에 있다.


최현정(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현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