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ㅣ현실 세계로 스며든 버추얼 휴먼 ③

2021.06.11 페이스북 트위터

릴 미켈라, 사진출처=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일자 앞머리과 짙은 눈썹이 매력적인 릴 미켈라(Lil Miquela)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를 합해 500만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지난해 130억 원이 넘는 수입을 거둬들였다.


릴 미켈라는 브라질계 19세 미국 가수로 '라잇 백(Right Back)', '오토매틱(Automatic)' 등의 노래를 발매했고, 팝스타 테야나 테일러와 ‘머신(Machine)’이라는 협업곡을 내기도 했다. 광고계에서도 핫하다. 샤넬, 프라다 등 각종 명품 브랜드 모델로도 활동했고, SNS를 통한 광고성 게시물은 한 건당 약 8500달러(약 940만원)를 호가한다. 하지만 이 핫한 인플루언서의 정체는 사실 실체가 없다. 이미지만 봐선 영락없는 사람 같지만 고도의 컴퓨터 그래픽과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들어낸 '버추얼(가상) 인플루언서'다.


릴 미켈라 외에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현실 세계에 스며들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업체 KFC가 내놓은 커넬 샌더스, 영국 사진작가 카메룬 제임스 윌슨이 제작한 슈두 등 해외에서는 이미 몇년 전부터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각종 분야에서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로지, 사진출처=로지 인스타그램


국내에서도 지난해 첫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등장했다. 컨텐츠 크리에이티브그룹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제작한 로지다. 매력 있는 동양적인 얼굴과 모델 같은 피지컬을 자랑하는 로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로지는 가상 인물이라는 걸 숨긴 채 4개월 간 SNS를 통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공개해왔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거나 사막 여행을 즐기는 모습, 또 스킨스쿠버 등의 여가를 보내는 모습뿐 아니라 화보 촬영까지 공개하며 관심을 모았다. 정체를 숨겼음에도 로지는 4개월 동안 팔로워 1만 명을 모았다. 가상 인물임을 공개한 뒤에도 꾸준한 인기를 끌어 현재 2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로지는 국내 가상 인물로는 최초로 유명 매거진과 최근 단독 패션 화보까지 찍기도 했다.


대기업에서도 관심있게 접근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개최한 IT 박람회 ‘CES’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김래아라는 인물을 소개했다. 래아 역시 가상 인물이다. 이날 LG전자는 아예 래아에게 발표까지 맡겼다.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의 래아는 '서울에 사는 23세 음악가'라는 설정도 있다. 삼성도 지난해 가상인물 네온을 처음 공개했는데, 조만간 기능을 향상시켜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돌 시장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는 인공지능 멤버가 포함된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선보였고, 지난해 12월 딥스튜디오에서 AI 아이돌 정세진을 데뷔시켰다. 구설로 인한 불편한 이슈가 없고, 상품 가치를 무한대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다. 


김래아, 사진출처=김래아 인스타그램


그간 버추얼 휴먼은 '불쾌한 골짜기(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볼 때 인간과 어설프게 닮은 모습에서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오며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1998년 등장했던 대한민국 1호 사이버가수 아담이 대표적 예인데, 아담의 존재를 신기해하면서도 관심을 오래 주진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기술력이 정교해지면서 가상 인물이라는 걸 밝히지 않으면 정체 구분이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 특히 성격부터 직업, 나이까지 디테일한 설정을 부여하고, SNS를 통해 쌍방향 의사소통까지 가능해지면서 친밀감까지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지금껏 공개된 버추얼 휴먼들의 외모는 비현실적일 만큼 예쁘고 멋있다. 흡수가 빠른 Z세대 사이에서 미의 획일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딥페이크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가상의 캐릭터가 음란물 요소로 악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마땅한 규제책이 없어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낼 방도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럼에도 미래 소비를 주도할 MZ세대가 '가상 세계'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이들의 활약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어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활약이 밝게 전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의 제약이 커졌지만, 가상 인물에겐 공간의 제약마저 없다"며 "앞으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대중들 역시 과거와 달리 거부감없이 잘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CREDIT 글 | 한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