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반전을 알고 봐야 더 재밌는

2021.06.07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새콤달콤’은 몸이 멀어지며 마음도 서서히 멀어지는 연인 사이를 그린 로맨스 영화, 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하지만 부디 평범한 로맨스 영화를 기대하진 말길. 연애라는 관계가 시들어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린 영화를 기대한다면 ‘새콤달콤’은 적잖이 당혹스러울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병원에 입원한 모태 솔로 남자와 간호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남자는 예쁘장한 외모에 친절하기까지 한 간호사 다은(채수빈)에게 호감을 느낀다. 다은 역시 남자에게 왠지 모르게 친절하다. 그를 오빠라고 부르며 함께 밥을 먹고, 그의 환자용 침대에서 쪽잠을 잔다. 링거 수액에 뽀뽀를 하며 완쾌를 기원하기까지 한다. 남자는 아쉬운 퇴원 끝에 병원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간호사 명부를 몰래 들춰 다은의 번호를 알아간다. 이후 남자는 다은에게 전화를 걸고, 다은은 갑작스러운 남자의 전화에 놀라기는커녕 “우리 집으로 와요”라고 한다. 그렇게 함께 하룻밤을 보낸 두 사람은 연인 사이가 되고, 남자에겐 갑자기 외모 자격지심이 발동, 여자가 준 운동화를 신고 땀을 뺀다.

 

이후 화면은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훈남 장혁(장기용)의 모습으로 바뀐다. 관객은 그제야 안심한다. 이제야 본격적인 로맨스 영화가 시작되겠구나 하고. 영화 초반 30분은 전개가 난데없다. 아무리 전개를 위한 설정이라고 해도 영화가 그린 간호사와 환자의 관계는 다소 과하다. 더군다나 남자가 다은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방법 역시 일종의 범죄 아닌가. 이 영화 대체 뭐야? 라고 넷플릭스 메인 화면으로 돌아가려는 관객이라면 딱 30분만 참아보길 권한다. 장기용의 등장과 함께 이제야 관객이 기대한 연애담이 펼쳐진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어렵게 취업한 장혁은 대기업 파견직으로 근무하게 된다. 프로젝트를 성공하면 대기업 채용 가능성도 있다는 상사의 말에 인천에서 판교까지 장거리 출퇴근을 시작한다. 다은은 예전만큼 자주 보지 못하는 장혁이 그립고, 자신도 3교대 근무에 매일이 피곤의 연속이지만 함께 떠날 크리스마스 여행을 꿈꾸며 묵묵히 기다린다. 하지만 장혁의 여자 동료 보영(정수정)의 존재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단둘이 하는 야근이 신경 쓰이고, 아픈 나를 두고 회사로 향하는 장혁이 서운하다. 그렇게 다은과 장혁은 몸과 마음이 동시에 멀어지고 만다. 가끔 하는 데이트도 지겹고, 뾰족한 말이 자꾸만 삐져나온다. 그러는 사이 장혁과 보영은 티격태격하던 동기에서 전우애를 나눈 친근한 야근 메이트가 된다. 과연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새콤달콤’은 일본 영화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원작으로 한다. ‘마지막 5분의 충격적 반전’, ‘당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뒤바뀐다’라는 포스터 카피 문구만큼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마지막 5분의 충격 반전으로 관객에게 신선함을 안겼던 작품이다. ‘새콤달콤’은 ‘이니시에이션 러브’의 반전 구조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아쉬운 점은 디테일의 차이다. 촘촘하게 반전의 복선을 깔아놨던 ‘이니시에이션 러브’와 달리, ‘새콤달콤’의 복선은 너무나 희미하다. 관객이 복선을 의미심장한 것으로 감지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으로 답답하게 여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 보니 관객으로서는 대체 어느 인물에 감정을 이입해야 할지 의문이다. 현실적인 디테일이 다소 떨어지는 대사와 설정들도 아쉬운 대목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럼에도 ‘새콤달콤’은 반전을 알고 봐야 더 재밌는 영화다. 어리둥절했던 초반 30분은 반전을 알고 다시 보니 ‘아하!’ 무릎을 치게 만들고, 그저 넘겼던 설정들도 달리 보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도 그제야 납득이 간다. 물론 그럼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지만, 적어도 반전을 알고 보면 복선을 찾아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는 점.

 

‘새콤달콤’은 ‘야수와 미녀’, ‘럭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이계벽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들이 그러했듯 이번 ‘새콤달콤’에서도 뻔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반전을 알고 보든 모르고 보든 그것은 관객의 선택이겠지만, 확실한 것은 영화의 엔딩을 보고 나면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점이다.

 

장기용, 채수빈, 정수정의 안정적인 호연도 인상 깊다. 특히 정수정의 연기가 눈에 띈다. 까칠한 듯 허당미 넘치는 성격을 과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표현했다. 자칫 밉상 캐릭터로 전락할 수 있는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준 건 어디까지나 차분한 연기를 보여준 정수정이었다. 무엇보다, 후반부 “나 그 정도까진 아냐”라는 꽤 복잡한 감정선의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 뱉어내는 장면은 정수정의 더욱 성장할 다음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김수정(칼럼니스트)

 



CREDIT 글 | 김수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