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그동안 증명해온 것들

2021.06.04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데뷔 3년 차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이제 이들을 수식하는데 ‘방탄소년단의 동생 그룹’라는 타이틀은 어딘지 낡은 것처럼 느껴진다.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수식어를 뛰어넘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스스로 쟁취한 것들은 무엇일까. 

소위 ‘4세대 아이돌’이라 불리는 K팝 라인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5인조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여덟 개의 트랙이 담긴 정규 2집으로 약 7개월 만에 컴백했다. ‘혼돈의 장: FREEZE’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청량미가 낭낭하던 지난 앨범보다 음악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나 훨씬 성숙했고, 조금은 ‘다크’해지기까지 했다. “꿈 같은 시간을 지난 소년들이 자신과 대립하는 세계를 처음으로 인식한 이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앨범의 설명 그대로, 팬데믹으로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의 데뷔로든, 일상의 흔들림을 경험한 이들이 자신들의 감정으로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솔직하면서 트렌디한 곡들로 꽉꽉 채워졌다. 

타이틀곡은 방탄소년단의 RM이 작사로 참여하며 힘을 보탠 ‘0X1=LOVESONG(I Know I Love You)’. 여전히 독특한 제목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간질간질 감성을 건드리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을 처음으로 경험한 소년들의 감정을 록의 감성으로 담은 곡. 얼핏 흔한 첫사랑 노래인 듯하지만 거칠게 긁는 목소리, 더없이 유연하게 변주된 사운드와 감정 과잉인듯 하면서도 강하게 공감을 끄는 가사, ‘꿈의 장’ 시리즈에서 줄곧 노래하던 우정을 넘어 사랑을 노래하는 것으로 발전된 감정적 서사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이 낼 수 있는 색채가 담뿍 묻어있다. 더없이 파괴적인 속도로 성장 중인 소년들의 특별함은 역시나 음악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신곡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은 매 앨범 간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물론 사운드나 가사까지, 여타 유행의 흐름을 타는 K팝 아이돌의 음악 트렌드에서 한발 빗겨 난 매력을 보여줘 왔다.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등으로 이어져 온 타이틀곡 또한 시종일관 강한 사운드로 몰아치거나 ‘후크’ 구간을 남발하며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K팝의 경향과는 달리, 훌륭한 완급조절을 통해 세련되면서도 감정적으로 노래에 밀착할 여백을 마련한다. 가사 또한 방탄소년단의 인기 요소 중 하나였던 ‘청춘의 성장’ 서사를 그대로 재현하는 듯하지만, ‘불행’과 같은 바랜 감정선을 답습하지는 않는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기존에 보여준 강한 음악적 색깔에 대중적인 감성을 한층 덧입혔다. 동화적이기도 하고 다소 긴 듯한 느낌이 들던 타이틀곡의 제목 또한 조금 더 분명한 것으로 축소했고, 더욱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을 전면에 끌어올렸다. 다시 말해 기존의 세계관이나 서사를 어렵게 느껴질 이들에게도 충분히 풀어 설명한 듯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2막을 과감히 연 것 같기도 하다. 

글로벌 음악 트렌드의 흐름을 기민하게 읽어낸 듯한 나머지 7개의 트랙 또한 개성이 넘친다. 대다수의 멤버가 작사에 참여하며 요즘 세대들의 말투와 생각들을 그대로 담아낸 ‘No Rules’는 물론, 멤버 휴닝카이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디어 스푸트니크’는 타이틀곡과는 또다른 펑크와 록 장르를 트렌디한 형태로 풀어냈다. 멤버 수빈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이 아닌 소소하고 조금은 못되게 느껴질 수 있는 생각이 가져다주는 행복인 ‘소악행’”에 관한 상상력을 재치있게 풀어낸 ‘소악행’이나, 범규가 “인생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작사했다”는 ‘밸런스 게임’은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하다. 

다른 수록곡들도 마찬가지. 독특한 제목과 눈길 끄는 소재들을 묵직하게 뒷받침하는 유려한 사운드는 MZ세대의 관심을 끌 만하다. 그래서 더 놀라운 점은 국내 정서에 먹힐 법한 서사임에도, 글로벌 팬덤이 반응을 더 크게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 대중에게는 인지도가 낮을지라도, 매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전 세계 음악 차트를 강타하는 이들. ‘혼돈의 장: FREEZE’은 메시지적인 측면은 물론, 해외 리스너들도 만족할 만큼 앨범 전체의 음악적 유기성의 완성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듯하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나고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기 시작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물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음악이나 서사의 전체적인 유기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탓에 멤버 개개인의 역량이나 개성이 여전히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나, 국내 대중적 인지도가 꽤 아쉽다는 점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여타 신인그룹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하며 음악을 PR하지도 않고, 남녀노소 두루 즐길만한 ‘킬링송’도 부재하다. 성장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 대중들의 입맛 또한 사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여타 보이그룹과 구별되는 특별한 면면이기도 하지만, 정상에 서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 그럼에도 확실한 한가지는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이번 ‘혼돈의 장: FREEZE’ 앨범은 또 하나의 성장의 표식을 의미 있게 남겼다는 점이 아닐까. 

이여름(칼럼니스트) 



CREDIT 글 | 이여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