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미친 X’, 우리는 누구나 미칠 수 있다

정우-오연서의 능청 연기+ 꿀케미에 폭소지뢰밭

2021.06.0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누구나 미쳐 날뛰고 싶은 순간이 있다. 자우림의 노래처럼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추고 싶고, ‘가십걸’의 블레어 월도프처럼 “I’m the crazy bitch around here(이 구역의 미친 년은 나야)”라고 세상에 선전포고하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 안의 미쳐 날뛰고 싶은 감정을 꾹꾹 눌러 삼키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우리가 쉽게 ‘저 사람 미친 거 아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정말 그들은 무소불위로 감정을 휘두르는 사람들일까? 

지난 5월24일 방송을 시작한 ‘이 구역의 미친 X’(극본 아경, 연출 이태곤)는 분노조절장애를 얻은 강력반 형사 노휘오(정우)와 망상과 강박장애에 시달리는 분노유발자 이민경(오연서)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카카오TV의 코믹 로맨스 드라마. 비 오는 날,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부터 얽힌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가 피해야 할 ‘미친 X’임을 감지한다. 화를 돋우는 온갖 상황을 겪다 비를 옴팡 뒤집어쓰고 분노의 감정을 온몸으로 표출하는 노휘오를 본 이민경이나, 대놓고 머리에 꽃을 단 채 엘리베이터에 합승하려는 노휘오에게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우산으로 가격하는 이민경이나 서로 좋은 인상일 수가 없다. 

여기에는 약간의 오해가 존재한다. 망상장애가 있는 민경에게 험악한 인상으로 분노를 표출하던 남자 노휘오가 급발진하듯 엘리베이터로 달려드는 모습은 위험한 존재로 인식할 여지가 있다. 정신과 상담을 마친 뒤 편의점에서, 심지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도 그의 모습을 목도하니 망상장애가 없어도 요즘 같은 시대에 ‘혹시’ 하는 불안함을 느낄 법도 하다. 집 없는 강아지를 구하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간 민경이 또 다시 노휘오를 발견하고(심지어 발목에 전자발찌로 추정되는 물체를 달고 있는) 폭주하는 것은, 드라마 특유의 과장은 섞여 있어도 아예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사진제공=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그 남자 노휘오는 조금 억울하다. 분노조절장애라는 진단을 받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가 먼저 남에게 분노를 표출한 적은 없다. 버스 옆자리에서 시끄럽게 통화를 하던 사람에게도, 이유없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신을 폭행하던 민경에게도, 조금 과한 항의에 대뜸 신고하겠다고 나서고 화장실 열쇠도 주지 않은 편의점 알바생(이수현)에게도, 노휘오는 분노를 표출한 적 없다. 자신을 성범죄자로 오해한 민경이 비상경보를 울리기 위해 자동차 위에 올라가 난동을 피웠을 때 훼손된 자동차의 주인이 노휘오임에도 혼자 분노를 표출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눈빛만 조금 이상해도 시비가 붙는 요즘 시대에, 혼자만의 분노일지언정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욱하는 노휘오의 모습은 오해받을 여지가 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같은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고, 같은 동네 같은 아파트에서도 심지어 옆집에 사는 사이. 로코물의 전형적인 설정으로, 두 사람은 싫어도 계속 부딪치며 서로를 알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을 보면 노휘오는 무리하게 마약사범의 뒤를 쫓던 중 후배 형사가 다치는 것은 물론 자신 또한 큰 오해를 받아 파면당하고 그 여파로 파혼까지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민경은 이혼남인 줄 알았던 연인이 사실 유부남이었다는 충격을 겪고, 회사까지 찾아온 연인의 부인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며, 연인이 도리어 뻔뻔하게 민경의 동영상을 내세워 협박했던 끔찍한 시간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그 어떤 무던한 성격의 소유자라도 무심히 견뎌낼 수 없을 만한 경험이다. 흔히 사람은 안 바뀐다고들 하지만, 이런 경험에서 사람이 바뀌지 않기란 어려운 노릇. 

사진제공=카카오TV 오리지널 '이 구역의 미친 X'


아직 초반이지만 ‘이 구역의 미친 X’는 누구나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여린 사람임을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이태곤 PD 역시 “우리 주변의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지극히 정상인, 나와 같은 사람들이다. 과연 그 사람들이 미친 사람일까? 미쳤다고 얘기할 자격이 있을까?”라며 드라마를 만든 의도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지만 여자 옷을 입는 것이 좋아 여장을 한다는 상엽(안우연)도, 남과 다르다고 해서 쉽게 미친 사람이라 비난하는 행위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 싶다.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과한 설정이 다소 어색할 순 있어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이는 ‘이 구역의 미친 X’. 과한 설정을 찰떡처럼 소화하는 정우와 오연서의 연기에 힘입어 1화 공개 5시간 만에 100만 조회수를 넘고, 다른 회차 역시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7시에 카카오TV에서 공개하며, 넷플릭스에서도 시청 가능. 1회 분량이 30분가량의 미드폼 형식이라 내면에 화를 꾹꾹 누르고 있는 사람도 복장 터지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정수진(칼럼니스트)




CREDIT 글 | 정수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