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윈도’ 넷플릭스에 드리운 히치콕의 그림자

에이미 애덤스 줄리앤 무어의 압도적 열연

2021.05.28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광장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 여자는 창문을 통해 이웃의 생활을 엿보는 것이 취미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건너편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가 정신과 약 복용에 환각 증세까지 겪고 있기 때문. 심지어 그는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기에 이른다. 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우먼 인 윈도’는 에이미 애덤스, 게리 올드먼, 줄리앤 무어, 앤서니 마키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총출동하며 일찍이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우먼 인 윈도’는 히치콕의 대표작이자 죽기 전 꼭 봐야 할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 ‘이창’을 적극적으로 오마주한다는 점에서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제목부터 중요한 설정, 플롯, 미쟝센에 이르기까지. 심지어는 영화 초반 ‘이창’이 짧게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먼 인 윈도’는 21세기 ‘이창’이 될 수 있을까.


서두에 언급했듯 ‘우먼 인 윈도’는 주인공 안나(에이미 애덤스)가 창문으로 건넛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창’에서 남자 주인공이 이웃을 관음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이 훔쳐보던 이웃이 아내를 죽였다고 의심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창’이 남자 주인공이 다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다는 설정을 서스펜스로 활용했다면, ‘우먼 인 윈도’는 안나가 정신병에 걸려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점을 서스펜스로 내세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는 중반부까지 엄청난 몰입도로 관객을 TV 앞으로 끌어당긴다. 안나는 살인사건을 영화의 꽤 초반부 목격하는데, 그 직전과 직후에 배치된 장면들은 숨 쉴 틈 없이 작품에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안나가 만나는 인물들의 어딘지 모를 기묘한 기운들이 영화의 기괴한 분위기를 한껏 진하게 만든다.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다는 이선, 왠지 모를 찜찜한 여운을 남긴 이선의 어머니 제인. 아내 제인을 잔혹하게 칼로 찔러 죽이고도 안나를 협박하는 이웃집 남편까지. 그리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숨기고 있는 듯한 세입자 데이비드 또한 미스터리한 기운을 더한다. 건너편 이웃집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안나가 본 것이 진실일지 거짓일지.

 

감독은 이러한 안나의 혼돈을 히치콕의 영화가 그러했듯 아름답도록 정제된 구조, 사이키델릭한 미쟝센으로 풀어낸다. 영화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의 작품을 통해 섬세한 심리 묘사와 아름다운 연출력을 보여줬던 조 라이트 감독은 히치콕을 향한 오마주와는 별개로 ‘우먼 인 윈도’에서도 자신만의 섬세한 인장을 새기는 데 성공했다. 매 작품 얼굴을 달리하며 늘 좋은 연기를 보여온 에이미 애덤스의 엄청난 열연도 작품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중반부까지. 후반부 들어서는 요즘 말로 ‘급발진’하는 전개로 명작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긴다. 심리 스릴러에서 사이코패스 스릴러로 돌변하는 순간, 촘촘히 쌓아 올렸던 긴장이 한순간 무너진다. 물론 결말은 결말대로의 긴장감을 보여주긴 하나, 심리 스릴러로서 중반부까지 보여줬던 긴장감과는 그 결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찌 보면 이 모든 일은 그 누구도 안나의 말을 믿지 않아서 벌어진 것이기도 한데, 그것을 회수하는 방식이 관객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말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우먼 인 윈도’는 꽤 볼 만한 영화다. 인생 영화가 아닌, 100분짜리 킬링타임용 영화를 기대하고 본다면 나쁘지 않을 선택이다. 특히, 에이미 애덤스와 줄리앤 무어가 함께 호연을 펼치는 투샷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김수정(칼럼니스트)



CREDIT 글 | 김수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