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 투 헤븐’ 탕준상, 편견을 뚫을 경이로운 눈빛

첫주연작서 명불허전 연기로 시청자 마음의 문 열다

2021.05.17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넷플릭스



한번 들으면 잊히기 힘든 이름의 배우 탕준상. 그를 처음 본 것은 영화 ‘오빠생각’에서였다. 한때 친구였지만 전쟁으로 갈등이 깊어진 두 아이가 노래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오빠생각'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탕준상은 갈등을 노래로 해소하는 감정을 아이답지 않은 연기로 표현했다. 짧지만 잊기 힘든 연기였다. 


영화 ‘영주’에서는 부모를 죽게 만든 가해자들에게 정을 느끼는 누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을 10대답지 않은 연기로 표현했다. 슬픔과 반항심이 동시에 서린 탕준상의 눈빛은 영화가 끝나고도 오래 가슴에 남았다. 이후 영화 ‘생일’과 ‘7년의 밤’에서 분량을 뛰어넘은 존재감을 보여온 그는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뛰어난 암기력과 언어능력으로 한글 창조에 기여하는 학조를 연기했다. 당시 그는 속사포처럼 산스크리트어를 쏟아내는 연기로 관객들을 압도한 바 있다.

 

그렇게 그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던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출연 소식은 더없이 반가웠다.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남겨진 이들에게 대신 전하는 과정을 그린 10부작 드라마. 늘 분량을 뛰어넘은 엄청난 밀도의 연기를 보여준 탕준상이었기에 그가 첫 주연작에서 얼마큼 뛰어난 연기로 감동을 안길지는 ‘무브 투 헤븐’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였다.

 

탕준상이 연기한 그루는 ‘무브 투 헤븐’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그루가 편견 없이 죽은 자를 대하는 모습,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진심은 ‘무브 투 헤븐’의 가장 큰 가치이자 감동 포인트이다. 


그렇기에 초반 몇 회까지는 기대에 비해 다소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 드라마 ‘굿닥터’의 주원, 영화 ‘증인’의 김향기 등. 익히 봐온 연기에 대사와 배우만 달리한 느낌이었다. ‘무브 투 헤븐’은 등장 인물들의 친절한 설명으로 장면을 대체하는 순간이 자주 등장했는데, 천재적 암기력을 지닌 그루의 캐릭터는 대사 대부분이 설명체로 이뤄졌다. 전체적으로 평평한 극본에 가장 중요한 캐릭터마저 설명조로 그려지니 시청자들로서는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가 쉽진 않아 보였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런 가운데 탕준상은 데뷔작 ‘빌리 엘리어트’를 비롯한 오랜 뮤지컬 경험으로 단련된 또렷한 발성과 깊이 있는 눈빛으로 캐릭터의 아쉬움을 상쇄시켰다. 그가 유품을 정리하기 전 치르는 의식은 매회 등장하는 장면이었는데도 매회 마음을 움직였다. 극의 후반부 그가 폭발할 듯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연기한 장면들도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가 출연한 모든 작품이 그러했듯, ‘무브 투 헤븐’에서도 가장 오래 가슴에 각인될 장면은 바로 그의 눈빛이었다. 세상을 향한 무해한 호기심, 죽은 자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헌신을 담은 눈빛은 ‘무브 투 헤븐’ 그 자체로서 잊기 힘든 감동을 안겼다.

 

사실, 탕준상의 연기와 별개로 ‘무브 투 헤븐’은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고독사, 산업재해, 데이트 폭력, 입양아동, 경비원 향한 갑질 행위, 성소수자 차별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소재는 모두 끌어다 등장시켰지만, 그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회 문제에 대한 작가만의 시선이나 사유 대신, 스토리를 위한 소재로써 기능하는 데 그쳤다는 인상이 강해 아쉬웠다. 작위적인 스토리텔링이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이 매회 등장한다는 점이 그러한 아쉬움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유품정리사라는 큰 둘레의 소재와 함께 그루와 상구 각각의 개별 스토리가 짜임새 있게 어우러지는가 하면, 이 또한 의문점으로 남는다. 특히 상구의 불법 사설 격투기나, 그가 어린 시절부터 품은 원망과 복수심이란 감정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러한 몇 가지 아쉬움들이 작품의 진심마저 희석시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좋은 소재이기에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묵묵히 진심의 연기를 해낸 탕준상의 눈빛은 놀라웠다. 아스퍼거 증후군 연기도 극 중반부에 접어들며 ‘탕준상화’되며 안정을 찾는 듯했다. 특히, 설렘과 경이, 감탄을 함께 품은 마지막 장면 속 그의 눈빛은 감탄 그 자체였다. 화면을 뚫고 기어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와닿고 마는 탕준상의 연기는 ‘무브 투 헤븐’의 시즌2를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시즌2는 힘을 조금 빼길. 소재에 대한 진심이 더욱 잔잔히 전해지길. 기대와 바람과 함께 시즌2를 기다려 본다.

 

김수정(칼럼니스트)



CREDIT 글 | 김수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