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청춘', 설레서 더 가슴 시린 봄꽃 같은 연인

이도현-고민시의 차진케미에 안방극장은 꽃바람

2021.05.12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KBS



따스한 날들을 지나 무더운 여름을 기다리는, 일 년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기라는 5월, 설렘을 선사하는 정통 멜로물이 모처럼 돌아왔다. 


KBS 2TV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극본 이강, 연출 송민엽)은 제목만으로도 따사로운 햇볕 아래 피어나는 파릇파릇한 사랑을 기대케 한다. 계절 중 으뜸으로 꼽히는 봄, 만연하는 싱그러움으로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는 5월이 ‘청춘’과 만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펼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설렘은 아련함과 절절함을 동반한다. 그 시절 그때, 그곳에서 벌어진 비극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월의 청춘’은 격변의 시대 한가운데 운명처럼 서로에게 빠져버린 황희태(이도현)와 김명희(고민시)의 아련한 봄 같은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희태는 보안부대 대공수사과장 황기남(오만석)의 아들(혼외 자식)으로, 서울대 의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인물.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인턴생활을 시작했어야 할 시기에 졸업을 유예하고 광주로 돌아왔다. 명희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 김현철(김원해)와의 관계도 틀어졌다. 이후 검정고시를 본 그는 고향을 떠나 광주에서 3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KBS


첫 화에서는 희태와 명희의 강렬한 첫 만남부터 우연한 조우까지, 이들의 인연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부원장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명희의 모습은 희태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이후 사진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이들이 심상치 않은 눈빛을 주고받는 순간, 세상이 멈춘 것처럼 햇살 한줄기가 반짝 내려오면서 둘의 운명적인 인연이 시작됐음을 암시한다. 한 아이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희태는 어떤 트라우마로 인해 자리에 얼어붙지만, 명희는 지체 없이 뛰어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재빠르게 응급처치를 돕는다. 그런 명희를 지켜보던 희태는 서서히 끌리는 감정을 느낀다.


이후 희태와 명희는 맞선 상대로 서로를 마주한다. 이수련(금새록)과 희태가 만나는 자리였지만, 수련이 절친 명희에게 대리 맞선을 부탁한 것.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는 운동권 대학생 수련에게는 대공수사과장 아들과의 만남은 불편했지만 오랜 꿈이었던 유학을 앞두고 비행기 삯이 필요한 명희에겐 피할 이유가 없는 자리였다. 그 덕에 희태와 명희의 운명이 얽힌다.

 

맞선 상대에게 퇴짜 맞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숙지한 명희였지만, 이미 명희에게 반한 희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음 데이트에서 자신을 밀어내는 명희를 향해 희태는 “창화실업 이수련이 아니라 송말자, 김복순이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며 오롯한 진심을 전한다. 한 달 후에 유학을 떠난다는 명희의 말에 “한 달 후에 받게 될 상처”가 두려워져 주저하기도 하지만 희태는 “나랑 딱 5월 한 달만 만나보자”며 직진 고백한다.

 

사진제공=KBS


하지만 우리는 이 드라마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 설렘으로 시작했지만 끝은 눈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악은 부지런하다’는 말은 예사가 아니었음을, 예상된 슬픔만큼이나 재빠른 기남의 행동이 이를 증명한다. 기남은 제 아들이 수련이 아닌 명희에게 빠졌다는 걸 눈치채고 사람을 붙인다. 또 과거 어떤 일로 얽힌 명희의 아버지 현철을 찾아가 압박을 가하고, 결혼을 거부하는 수련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옭아맨다. 여기에 의사라는 꿈을 목전에 둔 희태가 주저하게 된 트라우마까지 밝혀지며 80년 5월 광주의 비극이 점차 다가오고 있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남매로 연기 호흡을 맞췄던 이도현 고민시는 설렐수록 슬픈 ‘명태희’(명희+희태)의 사랑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전작에서 차진 케미로 ‘사약 남매’(이루어질 수 없는 러브라인인 걸 알면서도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케미가 좋은)라는 수식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던 이들이 펼치는 본격 로맨스는 봄바람만큼이나 살랑이는 기분에 떨어지는 벚꽃잎처럼 쏟아지는 감정까지 선사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정경호 아역으로 데뷔한 이도현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짧은 등장이었음에도 시선을 끌었던 그는 ‘호텔 델루나’에서 이른바 ‘아이유 첫사랑’으로 강렬하게 눈도장 찍었다. 이듬해 ‘18 어게인’을 통해 데뷔 3년 만에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찬 그는 이 작품에서 단단한 연기력에 능청스러움까지 가미해 선배들과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줬다.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피지컬,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다정한 목소리, 선과 악이 공존하는 듯한 얼굴은 배우로서 최고의 조건을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런 그가 보여주는 80년대 청춘의 치기 어린 모습과 진중함은 시청자를 ‘오월의 청춘’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사진제공=KBS


데뷔 당시부터 김민희, 조윤희 닮은 꼴로 불리며 관심을 모은 고민시는 영화 ‘마녀’에서 주인공의 절친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넷플릭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얄미운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한 그는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를 통해 첫 주연 자리에 올랐다. 극중 아마추어 바둑기사 이현지로 분한 그는 지금껏 다져온 연기력과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얼굴을 바탕으로 워맨스부터 복수까지 쉽지 않은 키워드를 훌륭히 소화했다. 그 결과 그해 SBS 연기대상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여러 작품을 통해 쌓은 탄탄해진 연기력, 캐릭터에 따라 선과 악을 오가는 신비한 얼굴, 신뢰감을 안기는 담백한 목소리로 시대적 아픔을 지닌 ‘백의의 전사’ 명희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한다.

 

5월 밤, 이도현의 노래와 어우러진 풀벌레 소리마저 ‘청춘’의 한 편 같았던 이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이제 푸르른 청춘 앞에 놓인 무거운 역사의 그림자 페이지를 남겨두고 있다. 현시대를 지탱하는 역사의 현장을 어떻게 그려낼지, 지금까지 우정과 사랑을 보여주던 이들은 어떻게 그 시대를 버텨나갈지, 5월의 한가운데서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이들의 관심이 뜨겁다.

 

조이음(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이음(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