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예능, 잊을만 하면 돌아오는 인기보장 스테디셀러

채널A '강철부대' 뜨거운 인기! 육준서 등 스타탄생

2021.05.03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채널A




지난해 대한민국 사회는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로 떠들썩했다. MBC 예능 ‘진짜 사나이’의 제목을 패러디한 이 콘텐츠는 민간 군사기업 ‘무사트’와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가 공동 진행해 누적 조회수 5000만 뷰가 넘었다. 하지만 잇단 논란으로 시즌2의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군(軍)과 훈련을 소재로 삼은 유사 프로그램이 여럿 론칭됐다. 최근에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 ‘강철부대’가 명맥을 잇는 모양새다. 지난 3월말 2.9%로 시작한 시청률은 어느덧 4.8%까지 치솟았다. UDT 출신 육준서를 비롯해 특전사 출신인 박군 등이 주목받으며 새로운 스타 탄생도 알렸다. 왜 대중은 군 예능에 열광할까?

#군 예능, 왜 말도 많고 인기도 많을까?

2013∼2015년 방송된 MBC ‘진짜 사나이’는 20%에 육박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혜리, 박형식, 장혁, 슬리피, 샘 헤밍턴 등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발견됐다"는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군 예능은 끊임없이 논란을 낳는다. 가장 큰 이유는 가학성이다. 군 예능의 주된 웃음 포인트는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긴장한 이들이 실수를 연발하는 장면이다. 또한 고된 훈련을 소화하며 악을 쓰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힘겨워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출연자들이 긴장을 했기 때문이고,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 속에서 두려움을 드러내고 가감없이 감정을 드러낸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즐거움을 얻는 과정은 가학적이고 관음적이다. 


‘진짜 사나이’가 지상파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런 불편함이 최소화되고 편집에 신경 쓴 반면, ‘가짜 사나이’는 오히려 자극을 극대화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지상파에서 볼 수 없는 보다 ‘날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라 볼 수 있지만, 이런 논란에 출연진 몇몇의 사생활 구설까지 불거지며 결국 프로그램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학적 요소는 군 예능이 인기를 얻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은 TV 속 연예인의 정제된 모습을 본다. 최대한 멋지게, 예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 예능은 그런 허례허식을 벗는다. 군복을 입는 순간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입에 붙지 않는 ‘다나까 말투’나 제식 동작 앞에서 허우적댄다. 이를 보며 시청자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반면 군 예능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공감’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대와 연결된다. 누군가는 이미 군생활을 경험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현재 군복무 중이다. 그리고 만 20세 미만 남성들에게 군대는 곧 가야 하는 미지이자 두려움의 공간이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아들이나 동생을 군에 보낸 엄마나 누나, 그리고 복무 중인 남자친구의 군바라지를 하는 여성들도 적잖다. 그들에게 군대라는 공간은 결코 낯설지 않고 궁금해진다. 결국 수많은 남녀에게 군대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공간이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재인 셈이다.

그리고 군 예능은 항상 감동을 수반한다. 고공 낙하나 외줄타기 등 공포심을 극복하는 훈련에 앞서 출연진은 가족의 이름을 외친다. ‘진짜 사나이’에 참여했던 배우 오윤아를 "아들에게 엄마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어 출연했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전우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극한의 훈련 앞에 막말과 욕설까지 오간다. 서로 감정이 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난관을 이겨냈을 때 그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얼싸안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박수를 보낸다. 이처럼 웃음과 감동, 고통과 극본이 점철된 ‘공감’ 콘텐츠이다 보니 군 예능은 끊임없이 제작되고 사랑받는다고 볼 수 있다. 

'가짜 사나이', 사진제공=카카오TV


#군 예능, 어디까지 기억하시나요?

군대 예능의 효시는 아직도 방송되고 있는 국방TV ‘위문열차’다. 1961년 10월 첫선을 보인 후 아직도 달리고 있다. 최근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 인기 역시 ‘위문열차’ 속 군장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과 응원이 바탕이 됐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군 예능이 있다. 대중의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자리잡은 프로그램은 1989년 문을 연 MBC ‘우정의 무대’다. ‘뽀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이상용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는 장병들의 외침으로 수놓던 ‘그리운 어머니’ 등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 바통은 1998년부터 전파를 탄 KBS 1TV ‘TV 내무반 신고합니다’가 이어받았고, 2003년에는 ‘청춘! 신고합니다’로 제목을 바꾼 후 명맥을 이어갔다. 

‘우정의 무대’나 ‘TV 내무반 신고합니다’가 실제 병영을 기반으로 ‘위문’에 초점을 맞췄다면, 예능 프로그램 속 코너로 회자되기도 했다. 군대에서나 겪을 법한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KBS 2TV ‘유머1번지’의 코너 ‘동작 그만’이 대표적이고, 이 프로그램은 KBS 2TV ‘개그 콘서트’에서 부활하기도 했다. 2013∼2014년 방송된 tvN 군대 시트콤 ‘푸른거탑’ 역시 군생활을 보다 코믹하게 그려 사랑받았다.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군 예능은 ‘진짜 사나이’를 기점으로 다시 등장했다. 육군본부의 제작 지원을 받은 이 프로그램은 유명 연예인들이 실제 군부대 안에서 병영 체험을 하는 콘셉트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분위기에 맞춘 기획이다. 그러다 보니 출연진이 녹화 도중 실제 부상을 당하기도 하고, 여군 특집에서는 성희롱 논란 및 조작 파문이 더해지며 결국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가짜 사나이’의 인기를 얻은 이후 TV에는 순화시킨 군 소재 예능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여성 연예인 6인의 재난 상황 생존기를 그린 tvN ‘나는 살아있다’를 비롯해 디스커버리채널 코리아 ‘서바이블’, JTBC ‘장르만 코미디’의 코너 ‘무인도 체험기’ 등이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군 예능은 ‘강철부대’를 통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특수부대 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부), 해병대수색대, 대테러 부대 707(제707특수임무단), 특수부대 UDT(해군특수전전단), 특수임무대 SDT(군사경찰특임대), 구조 부대 SSU(해난구조전대) 출신들이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임무 수행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연출을 맡은 이원웅 PD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준 높은 특수부대 출신들이 나온다"면서 "세계적으로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진 가운데 우리가 이들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