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를 원하는 시대의 강하늘

2021.04.28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지난 21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2016년 그가 가수 겸 배우 아이유와 함께 출연한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제작발표회에서 "(아이유와) 팔짱을 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혼자 팔짱을 끼며 장난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등장했다. 


누가 봐도,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 최근 도마에 오른 한 남자 배우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었고 진행자인 김구라는 역시나 "요즘 팔짱을 안 껴서 논란이 많던데 이게 논란이 안 됐었냐"라며 슬쩍 던졌다. 이에 강하늘은 "제가 딱딱한 분위기를 안 좋아해서"라고 웃으며 해명했다. 하지만 이 ‘딱딱’이란 표현 역시 이 남자 배우를 연상케 하는 단어였기에 다른 MC들까지 가세해 "딱딱한 분위기 안 좋아하는구나"라고 놀리기 시작했다. 정작 강하늘은 이 상황에 대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굳이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 남자 배우를 재차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핵심은 강하늘이다. ‘미담 폭격기’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그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배려가 깊기로 유명하다. 물론 배우의 본령은 ‘연기’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는 유명인들의 인성과 사회적 책무를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파도 파도 미담이 넘치며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강하늘의 이런 모습은 역설적으로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강하늘이야말로 현대사회가 원하는 연예인상일지도 모른다.

우보 민태원(1894∼1935) 선생의 ‘청춘예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아,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소리 같은 심장의 박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인생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시기인 청춘은 아름답다. 모두가 청춘을 동경한다. 그래서 각 시대 별로 청춘을 소재로 삼은 콘텐츠가 쏟아져나왔고,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스타’들이 있었다. 1990년대의 장동건·정우성, 2000년의 송승헌·권상우 등이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강하늘은 2010∼2020년대를 관통하는 청춘스타로 칭할 만하다. 다만 모양새는 다소 다르다. 꽃미남 전성시대였던 1990∼2000년대 청춘스타들이 빼어난 외모를 뽐내고 청춘의 방황과 화려함을 보여줬다면, 소위 삼포·오포 세대 불리는 요즘 시대의 청춘은 팍팍한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곤 한다. 그래서 강하늘이 묘사하는 청춘은 잘나지도, 두각을 보이지도 않는다. 

영화 ‘동주’를 보자. 그가 저항 시인 윤동주를 연기한 이 작품에서 윤동주는 젊은 나이에 낭만을 좇기보다는 대한 독립을 위해 시를 쓴다. 일제의 모진 고문을 온 몸으로 감수하며 대한민국은 자주 독립 국가 임을 웅변한다. 흑백 필름 속 윤동주를 연기하는 강하늘의 모습에서는 힘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가 ‘연기파’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강하늘의 모습을 통해 그 시대의 청춘은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치는 세대로 그려졌다.

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통기타 세대를 그린 영화 ‘쎄시봉’에서 그는 노래를 불렀다. 1970∼80년대 알이 큰 안경을 착용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가수 윤형주의 모습 그대로였다. 귀를 사로잡는 미성과 귀공자 같은 외모로 모든 여학생들의 마음을 훔치던 윤형주의 젊은날이 강하늘을 통해 되살아났다. ‘동주’의 윤동주를 연기한 강하늘이 그의 6촌 동생인 윤형주까지 연기하게 된 것은 기막힌 우연이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김현석 감독은 "윤형주 역은 노래를 불러야 하는 배역이다 보니 실제로 오디션을 봤는데, 그 중 강하늘이 군계일학이었다. 실제 윤형주 선생님이 눈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줄 알았다"고 말했고, 윤형주 역시 영화를 본 후 "강하늘이 나를 연기해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더라. 후에 만나서 꼭 같이 노래를 해보고 싶다"며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시대를 거스르는 타임머신을 탔던 강하늘은 영화 ‘청년경찰’에서는 요즘 또래 청춘으로 캐릭터를 변주했다. 조금은 얄밉고 실수투성이 경찰대생 역이었다. 처음부터 대단한 사명감을 갖고 경찰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이는 진로를 모색하는 모든 청춘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하지만 눈 앞의 불의를 결코 용납하지 않고 온 몸을 던져 사건을 해결하며 경찰대생으로서 면모를 갖춰가는 그의 모습은 이 시대 젊은이들이 겪게 되는 성장통을 대변했다.

어촌 마을 순경을 연기했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어떠한가. ‘청년경찰’의 경찰대생이 졸업 후 부임한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질감이 다르지만, 불의와 사랑 앞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은 일맥상통한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마다 눈에 힘을 주는 강하늘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왜 또 눈깔을 그렇게 떠"라는 주변이들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굳은 결의를 보일 때마다 눈을 통해 결의를 다지는 모습으로 강하늘은 또 하나의 청춘을 웅변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타임머신을 탔다. 이번에는 2003년을 배경으로 서울과 부산의 남녀가 편지를 통해 소통하는 아날로그식 사랑 이야기를 담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로 관객과 만난다. 휴대폰도 없고 ‘썸탄다’는 표현조차 없던 시절, 무기력한 삼수생 영호의 모습은 강하늘을 통해 구체화됐다. 익히 봐왔던 ‘강하늘표 착한 남자’의 이미지와 다르지 않다. 이미지 고착에 대한 고민은 없을까?

이에 대해 강하늘은 "내가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면서 "강하늘이 연기한 캐릭터들이니까 ‘비슷하다’는 느낌이 당연히 들 수 있지만 작품마다 감독님과 대본이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부분이 있어도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비슷한 캐릭터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매번 충실하게 연기하는 것이 (그런 우려를) 타파할 수 있는 정공법이라 생각한다"고 당당히 소신을 밝혔다.

"강하늘이 요즘 청춘을 대변하는 배우"라는 평가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청춘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제가 청춘의 의미를 보여드리고자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연찮게 많은 분들이 얘기해주시는 청춘과 관련된 영화들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굳이 청춘을 대변할 필요는 없다. 장동건과 정우성도 "청춘스타가 되겠다"고 마음 먹고 연기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닐 테니까. 중요한 것은 그의 연기한 작품과 평소 그의 성품에 대한 미담을 들으며 이 시대의 청춘들의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을 찾는 시대에 강하늘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