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세정, 꽃길 초입서 만난 빛이 나는 '솔로가수'

롤모델인 태연-아이유 뒤이을까?

2021.04.09 페이스북 트위터

웬디(위)와 세정. 사진제공=웬디(SM엔터테인먼트), 세정(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레드벨벳의 웬디와 구구단 출신 세정이 아이돌 솔로가수 컴백 러시에 합류했다.

 

웬디는 지난 7일 발표한 미니앨범 ‘LIKE WARTER’(라이크 워터)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29일 ‘I'm’(아이엠)을 발표한 세정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둘이 발표한 앨범은 모두 웰메이드 이지리스닝을 지향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를 풀어나가 눈길을 끈다.

 

먼저 웬디의 앨범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정석적’이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좇지 않았고, 그룹 출신이 솔로로 데뷔할 때 흔히 보여주는 강렬한 컨셉트나 파격적인 시도도 하지 않았다. 같은 그룹의 슬기가 참여한 ‘Best Friend’(베스트 프렌드)를 제외하면 그 흔한 피처링 하나 쓰지 않고 보컬 웬디의 목소리만을 담은 팝발라드로 (물론 그 안에 컨트리나 재즈, 블루스 등이 더해졌으나 결국 메인은 팝발라드다) 앨범을 전부 채웠다.

 

즉, 좋게 말하면 다른 꼼수를 부리지 않고 웬디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에 집중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예상대로의 음악을 들고 나온 셈이다.

 

하지만 이는 웬디이기 때문에 꽤 괜찮은 전략이다. 신선함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아 대중성을 확보하기 유리하며 웬디의 보컬을 어필하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SM엔터테인먼트라는 배경이 버티고 있기에 앨범에 수록되는 곡들의 퀄리티도 보장이 된다.


그 결과 ‘LIKE WARTER’는 어느 곡을 플레이해도 듣기 편하고 퀄리티가 보장되는 웰메이드 앨범으로 완성됐다. 리스너 입장에선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저 듣고 즐기기만 하면 되는 무척이나 고마운 앨범이다.

 

웬디,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세정 역시 어설픈 컨셉트나 퍼포먼스로 눈을 사로잡기보단 보컬리스트로서의 실력과 이지리스닝을 지향한다는 점은 웬디와 비슷하다. 하지만 세정의 경우 조금 더 ‘저 이런 것도 잘해요’라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 세정의 ‘I'm’에는 얼터너티브 록, 팝, 발라드 등 비교적 명확하게 장르가 구분되는 음악들이 수록됐다. 그렇다고 중구난방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베이스는 록 사운드로 하여 특징적인 사운드는 확실히 살리면서도 그 위에 이런저런 장르를 덧칠해 다양한 색을 만들어낸 식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것은 온전히 세정의 능력이다. 데뷔 당시부터 ‘난 다재다능하다’라는 글자가 눈에 보이는 듯 했던 세정은 이번 앨범에서도 각각의 곡을 능숙하게 소화해내며 용의 눈을 찍었다.

 

이와 같은 ‘다재다능한 솔로가수 세정’을 만들어가는 브랜딩 전략은 전작들에서도 꾸준히 이어져오던 것이긴 하다. 하지만 이번 ‘I'm’은 이 전략에 좀 더 박차를 가하는 느낌으로, 이는 구구단의 해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20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소속 그룹이던 구구단이 공식 해체를 하면서 세정은 이제 ‘완전한 솔로가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꽃길’을 시작으로 꾸준히 솔로가수로도 활동해온 세정이 이제 와서 새삼 앨범에 ‘I'm’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더한다. 앞으로 ‘솔로가수 세정’의 행보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종합해보면 웬디의 ‘LIKE WARTER’와 세정의 ‘I'm’은 모두 음악적으로 파격적이거나 도전적인 시도가 담긴 앨범은 아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기본 이상의 퀄리티는 보장하는 웰메이드 앨범이며, 솔로가수로서 자리잡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세정,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여기서 하나 더 재미있는 점은 웬디와 세정이 보여준 이 ‘솔로가수로서의 방향성’에서 각각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눈치를 챈 리스너들도 있겠지만 웬디는 소속사 선배인 태연과 세정은 아이유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웬디가 태연과 비슷한 행보를 걷는 건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둘 모두 같은 회사에 속해 있으며, 또 소속 그룹의 메인보컬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높게 평가받아왔기 때문이다. 가까이에 훌륭한 롤모델이 있고 거기로 향하는 고속도로까지 이미 뚫려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세정은 스스로가 먼저 아이유가 롤모델이라고 밝힌 경우다. 하지만 그동안은 그룹인 구구단으로 활동했기에 이런 방향성을 드러낼 기회가 드물었다. 그런 아쉬움을 해소하기라도 하듯 세정은 솔로앨범 ‘화분’과 ‘I'm’에서 자신이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화분’에서는 ‘밤편지’ 앨범을 ‘I'm’의 수록곡에서 ‘삐삐’나 ‘에잇’ 등을 떠올린 건 비단 필자 개인만의 감상이 아닐 것이다.

 

물론 웬디와 세정은 ‘제2의 OO’와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게 실례인, 이미 자신만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스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요계에서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꼽히는 태연과 아이유를 연상시키는 두 가수가 나란히 솔로활동을 펼치는 모습은 기대감과 흥분감을 갖게 한다.

 

웬디와 세정이 과연 태연과 아이유의 뒤를 잇는 새로운 보컬리스트 대표주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들의 음악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듯하다.



최현정(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현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