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와 '조선구마사' 파문이 일깨워준 교훈

2021.04.01 페이스북 트위터

박나래, 사진출처=스타뉴스DB


지난주는 대한민국의 방송사에 유례가 없었던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며 활약 중인 예능인이 유튜브 방송에서의 태도로 한 순간에 비난의 대상이 된 일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역사왜곡에 대한 논란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의 갓 시작한 드라마가 방송 2회 만에 편성이 취소된 일이었다. 물론 첫 번째 사례는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두 번째 사건은 우리나라 방송사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두 사건은 지금 매체의 유행이 놓치고 있는 커다란 하나의 화두를 드러내고 있다.

첫 사건의 주인공은 박나래다. 과한 분장을 통한 개그와 성형사실의 공개로 비슷한 코드로 소비되던 그는 2016년 즈음 MBC ‘나 혼자 산다’ 출연을 통해 소탈하고 꼼꼼한 일상 모습을 보여주며 예능가에서 주가를 높였다. 무려 2019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대상도 수상하며 대세가 됐다. 물론 현재도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만 그는 최근 스튜디오와플에서 제작한 유튜브 예능 ‘헤이나래’에 출연해 한 행동 때문에 된서리를 맞았다.

프로그램은 키즈 유튜버로서 큰 명성을 얻은 ‘헤이지니(강혜진)’와 19금 개그를 오프라인 공연 등에서 자주 해오던 박나래가 함께 나와 서로의 코드에 적응해간다는 컨셉트였다. 하지만 박나래의 몇 가지 행동들이 논란이 됐고, 이는 헤이지니가 어린이들이 접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라는 점 때문에 파문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지금 한국사회에서 첨예한 젠더갈등 ‘여성 출연자는 과연 남성에게 불쾌한 행동을 해도 되느냐’까지 더해져 큰 문제로 비화됐다. 결국 박나래는 하차했고 프로그램은 없어졌지만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박나래의 나머지 프로그램 하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사건은 SBS 월화극 ‘조선구마사’다. 이 작품은 올 초 tvN ‘철인왕후’로 관심을 끌었던 박계옥 작가의 차기작으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에도 조선시대 왕후의 몸에 현대 마초남의 정신이 깃든다는 파격적인 설정과 조선왕조실록을 ‘찌라시’라고 평하던 대사가 논란이 됐지만, 이번에는 파문의 사이즈가 달랐다.

첫 회부터 등장한 여러 설정이 중국의 최근 문화 동북공정 논란과 맞물려 누리꾼들의 반감을 샀고, 극중 태종과 충녕대군의 캐릭터를 왜곡했다는 문제로 비화돼 시청자들이 보이콧에 나섰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광고제품 불매운동과 투자사들의 철회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SBS는 14회까지 촬영이 됐다던 작품을 전격적으로 편성취소하기로 했다. 70여년 한국 드라마 역사 최초의 일이다.
'조선구마사', 사진제공=SBS




‘헤이나래’의 상상력과 ‘조선구마사’의 상상력은 최근 방송가의 흐름 중 하나였다. 굳이 이를 지상파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시도로 금기돼 왔던 수위를 넘고,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추가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여타 매체의 발전으로 프로그램의 아이템들은 상상력의 최대치를 필요로 했고 이는 결국 매체가 속한 사회의 ‘로컬 룰’을 건드렸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유아와 아동은 성적인 요소로부터 분리돼야 하고, 역사적 상상력은 사실에 기반해야 하고 이를 통해 한국인의 자부심을 해치면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다.

결국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영역의 국제화, 상상력의 첨단화, 이질적인 요소들의 융합 등을 추구하던 방송들은 사회의 규약을 깨고 나와선 안 된다는 준엄한 판결을 받은 셈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방송 상상력의 한계가 어디든 다다를 수 있다는 오판에 빠져 있었고, 건드려서는 안 되는 금기는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앞으로 기획될 많은 방송에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이러한 분위기가 일부의 우려처럼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나을지, 업계 전체가 고민하는 계기가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영석PD의 먹고 자는 예능이 왜 아직도 유효한 지 많이 궁금해 한다. ‘1박2일’ 첫 시즌이 나왔던 2007년부터 나영석PD의 예능은 낯선 곳에서 먹고 자는 것이었다. 이는 14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가 노력했던 것은 상상력의 극치가 아닌 공감의 깊이였다. 매번 결이 다르게 공감의 정서를 더욱 세심하게 파고들었고, 알고도 보는 예능을 만들고 있다.

‘헤이나래’ ‘조선구마사’는 상상력은 잡았지만 결국 공감은 놓쳤다. 그리고 그 실책이 사회의 ‘로컬 룰’과 어울리면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이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했다. 앞으로도 방송가에서는 많은 아이템을 놓고 전쟁이 벌어지겠지만 결국 건드려야 하는 건 시청자 공감의 촉이지 말초신경의 촉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두 사례는 2021년 우리 방송가가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뼈아픈 교훈으로 남게 됐다.


신윤재(칼럼니스트) 


CREDIT 글 | 신윤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