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된집에 새끼 치는 스핀오프 예능 전성시대

2021.03.3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 '난리났네 난리났어' 방송 캡처



하나의 작품 속 등장인물의 설정을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스핀오프(spin-off)'라고 한다. 주로 흥행한 영화와 드라마에 적용되는 이와 같은 방식이 최근 대한민국의 예능계에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인기 예능이라면 하나쯤 스핀오프를 꿈꿔봤음 직한, 바야흐로 스핀오프 예능의 시대다.

올해 초 크게 주목받았던 대표적 스핀오프 예능을 꼽자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으로부터 뻗어 나온 '난리났네 난리났어'이다. '유 퀴즈'에 출연했던 부산세관 공무원이 발언해 프로그램 속 유행어가 됐던 "난리났네 난리났어"가 타이틀에 고스란히 반영돼 그 자체로 이미 친근함을 안겼다. '유퀴즈'의 유재석과 조세호가 '난리났네 난리났어'의 진행을 맡아 해당 세계관을 자연스레 이어받았음은 물론이다.

기존 '유퀴즈'를 구성하는 토크와 퀴즈의 핵심요소 중에서 퀴즈를 제외함으로써 토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끔 변화를 가미했으며, '자기님'이라는 호칭을 '난리님'으로 변형하며 차이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퀴즈 동생 탄생'이라는 포스터 대표 카피에서 보여지듯 '유퀴즈'의 시청자라면 누구나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일련의 변화 및 확장을 받아들이기 용이한 구성이었다.

사진제공=JTBC


지난 1월 28일과 2월 4일, 2회에 걸쳐 선보인 해당 방송은 각각 3.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이하 동일)와 3.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평소 '유퀴즈' 시청률인 4%대에 근접한 결과물을 일궈냈다. 그저 단순한 파일럿 예능으로 보면, 충분히 성공이라고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치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핀오프 예능도 있다. 오랜만에 트로트 장르를 벗어난 오디션으로 화제를 낳았던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이 스핀오프 예능 '유명가수전'으로 다시 찾아오는 것. 오는 4월 2일 첫방송되는 '유명가수전'은 '싱어게인' 톱3가 대한민국 레전드 가수들을 만나 펼치는 음악과 이야기를 담은 프로다.

이는 종편·케이블 채널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최근 100회를 넘긴 지상파 인기 예능 MBC '구해줘! 홈즈'도 김숙, 박나래, 붐, 양세형, 장동민, 양세찬 등 기존 출연진을 그대로 활용한 스핀오프 예능 '바꿔줘! 홈즈' 방영을 오는 4월 3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늘며 큰 인기를 얻었던 '구해줘! 홈즈'가 스핀오프 형태로 '발품 중개 배틀'에서 '셀프 인테리어 배틀'로 영역 확장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사진출처='바꿔줘! 홈즈' 예고편 캡처


이토록 스핀오프 예능이 급부상한 이유는 명확하다. 방송국이 원하는 안정성과 시청자가 원하는 새로움을 모두 다 만족시키기 최적합한 형태이기 때문. 이미 흥행에 성공해 인지도가 있는 인기 예능이기에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하면서도, 일부 구조를 변형시켜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시청자의 니즈도 함께 충족시킨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출연진이기에 별도의 초반 적응에 들어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자칫 안일하게 흐를 수 있는 장기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물론 스핀오프 예능이 무조건적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영화의 스핀오프가 본편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해 실패작으로 남는 경우가 흔한 것처럼, 별다른 고민 없이 의무감이나 눈속임으로 만들어진 스핀오프는 단순 이벤트성에 그치거나 오히려 안 하는 것만 못한 에너지 낭비로 전락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과 애정, 번뜩이고 지속가능한 전략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형태를 막론한 모든 방송이 다 마찬가지다. 그 정도는 충분히 구분할 만큼, 지금의 시청자는 똑똑하다.

박현민(칼럼니스트) 




CREDIT 글 | 박현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