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가 이번엔 보컬 그룹 제작에 나섰다. 유재석이 바가지 가발을 쓰고 등장해 지미유가 돌아온 줄 알았더니 얼굴에 점 하나 찍고 새 ‘부캐’(부가 캐릭터) 유야호(유野好)란다. 더욱 기막힌 건 유야호가 지미유의 다섯 쌍둥이 중 하나라는 점. 세계관 안에 또 다른 가지를 치는 제작진의 능력에 엄지를 치켜들 수밖에 없다. 한풀 기가 꺾인듯 했던 ‘놀면 뭐하니?’가 결국 히든카드를 다시 꺼내든 셈이다.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는 모처럼 ‘음악 예능’을 다시 꺼내들었다. 환불원정대를 제작한 쌍둥이 형 지미유와 달리, 새 부캐 유야호는 남성 보컬 그룹 SG워너비를 잇는 얼굴 없는 가수 MSG워너비(가칭) 결성에 나섰다. ‘무한도전’에서 SG워너비의 ‘타임리스(Timeless)’를 즐겨 불렀던 유재석의 과거 영상에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싹쓰리처럼 과거의 음악으로 회귀했다. 미드 템포 R&B가 지배하던 2000년대 중후반으로 말이다.
지난해 싹쓰리, 환불원정대 등의 음악 프로젝트로 큰 사랑을 받은 ‘놀면 뭐하니?’는 한동안 힘을 뺀 소재들로 방송을 채워나갔다. ‘위드유’ ‘카놀라 유’ ‘러브 유’ 등은 따뜻한 감성을 내세운 공익적 측면이 강했던 유재석의 부캐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의 동력이던 유재석의 고생담이 사라지면서 재미가 덜 하다는 시청자 반응이 늘었고, 13%까지 찍었던 시청률도 6~8%대로 떨어졌다. 제작진도 이를 의식했는지 결국 유재석을 다시 한 번 고생길로 올려놨다.
‘놀면 뭐하니?’에게 음악 프로젝트는 타율 100%의 흥행 소재다. 반가운 인물들의 신선한 조합은 매력적이었다. 특히 이들이 만든 음악은 퀄리티 면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예능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부캐를 임하는 이들의 진정성까지 모두 잡으니 반응이 더욱 뜨거웠다. 하지만 제작 과정까지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생겼다. MSG워너비 역시 이러한 우려가 이어졌다.
하지만 제작진은 또 한번 기발한 장치로 이런 피로감마저 씻어냈다. 자사 예능 '복면가왕'에서 활용된 블라인드 오디션을 차용한 것이다. 자칫 지루할 뻔한 멤버 캐스팅 과정은, 베일에 싸인 가창자 찾기로 몰입감을 높이며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실제 방송 직후 참가자들의 정체 찾기에 몰두한 시청자들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여기에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는 시작부터 자르겠다는 차별성을 내세워 실력파 보컬리스트 잔나비 최정훈이 탈락하는 이색 광경까지 펼쳐지기도 했다. 톱스타로 구성됐던 싹쓰리, 환불원정대와 대비되는 차별점이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실력파와 예능파를 고루 배치한 점이 주효했다. 최정훈 등을 필두로 한 실력파와 사이코러스(양세찬, 황제성), 코드쿤스트 등과 같은 예상 외 인물들이 대비를 이루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정재'란 가명으로 등장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도경완 역시 유야호마저 당혹시킨 반전 가창력으로 제몫을 톡톡히 했다. 이전처럼 톱스타 없이도 재미를 끌어내는 방법을 제작진이 감을 잡은 모양새다. 이젠 웬만한 출연자로는 화제성을 잡을 수 없기에, 아예 얼굴 가리며 이들의 정체를 유추하는 또 다른 흥밋거리를 내놓은 셈이다.
시청률 역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 86회는 9.7%를 기록했다. 전 회차에 비해 2%나 상승한 수치다. 확실한 재미를 찾으며 다음 회에 대한 본방 사수 욕구까지 높였다. 유야호의 첫 여정에 대한 반응은 분명한 호재다. 앞으로 전개는 아직 물음표지만 일단 주된 동력을 찾았다. 바가지 머리의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의 상징이자 힘이다. “가요계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겠단 유야호의 각오를 흘려 들어선 안 되는 이유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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