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경, 나의 집콕 생활의 구원자 !

2021.03.25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방송캡처


우울하거나 그냥 좀 짜증 나거나 불쾌한 일을 당한 날이면 꼭 찾아보는 영상이 있다. ‘홍진경 조울증 만렙’ 영상이 그것.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한 장면이다. 영상 속 홍진경은 예능 욕심에 로봇춤 개인기를 뽐내다가 안무 뒷부분을 놓친 것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 과욕이 부른 실수에 눈물을 흘리다가도 자신이 춘 로봇춤이 떠올랐는지 빵 터져 웃다가, 다시 울다가, 종국에는 울면서 웃는 경지에 오른다. 이 영상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울면서 웃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홍진경의 얼굴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나도 덩달아 미친 사람처럼 웃다가 울다가 웃으면서 울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인생 뭐 있냐 어떻게든 되겠지의 마음이 된다. 뭐든 다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각해 보니 인생이 고달플 때마다 찾는 게 홍진경의 조울증 만렙 영상뿐만은 아니다. 그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와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말을 나는 마치 잠언처럼 가슴 어딘가에 새겨놓고 자주 꺼내 읽는다. 지금 내가 행복한 게 맞나. 무엇이 행복이지. 자기 전 마음에 걸리는 게 뭐였지. 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 거지. 어떤 날엔 행복이 다른 게 아니었지, 하며 나도 모르게 구겨진 얼굴에 옅게 미소가 퍼지기도 한다. 홍진경은 행복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인 듯싶다. 얼마 전엔 서점에서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밤'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나처럼 홍진경의 한 마디에 행복의 기운을 얻는 사람이 또 있다는 생각에 놀랐던 기억이다. ‘홍진경 이펙트’나 다름없다.

 

최근 집콕 생활의 구원자 역시 홍진경이다.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을 보는 게 일상의 가장 큰 낙이다. 진짜 어마 무지하게 웃기다. 모든 영상을 두 번 이상 봤다. 공부하겠다면서 공부 준비만 하루 종일 하느라 PD를 질리게 만들질 않나, 8년째 성황 중인 동네 견과류 가게에 들어서며 “어머, 이런 데가 언제 생겼지?”라고 하질 않나, 서울대의 정기를 받아 보겠다며 공부 장비 5만 원어치가 들어있는 모닝글로리 쇼핑백을 흔들며 서울대로 향하는 홍진경의 모습 자체만으로도 웃음이 빵빵 터진다. 이 모든 게 미리 준비된 설정이 아니라, 진심으로 공부하기 싫어하는 홍진경의 마음이 느껴져 웃기다. 그렇게도 공부가 하기 싫을까. 그러면서도 딸과 함께 2년째 수학 과외를 받고 있다고 밝혀 또 한 번 네티즌들을 웃긴다. 수학 과외받는 연예인이라니. 하지만 수학 시험에서는 100점 만점에 18점을 받고선 “과외 선생님 학생 다 떨어져 나가겠어요”라며 특유의 미안해하는 얼굴로 웃음을 자아낸다. 나경원, 안철수, 장성규 등이 선생님으로 나선  수업 시간에서도 홍진경은 미치도록 웃긴다. 그의 기상천외한 오답과 해맑으면서도 당당한 표정에 게스트들이 망연자실하는 모습 또한 웃음 포인트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이 채널이 유독 더 재밌는 것은 모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자기비하, 조롱이 없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을 웃음으로 삼을지언정, 그것을 통해 우월감을 느끼는 출연진도 없고, 모르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지 않는 홍진경의 태도도 산뜻하다. 특히 훗날 자신과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딸이 세상에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도움을 받는 존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킨다는 홍진경의 고백에서는 ‘공부왕찐천재’를 향한 그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웃기려고 저러는 게 아니었구나. 사력을 다해 배우고자 하는 거구나. 홍진경은 솔직해서 웃기고, 그 모습이 또 새로워서 재밌다.

 

돌이켜 보면 홍진경은 늘 새로웠다. SBS ‘기쁜 우리 토요일-영자의 전성시대’, KBS2 ‘슈퍼선데이-금촌댁네 사람들’에서 180cm 장신의 키를 하고선 극과 극 체형의 이영자와 전에 본 적 없는 코믹 케미를 발산했다. 모델 출신이 예능인을 하는 것도 낯설고 웃긴데, 그 희극 파트너가 이영자라는 사실도 홍진경을 더욱 눈에 띄게 만들었다. 한국 예능 역사에서 본 적 없던 캐릭터였다. 무심한 표정으로 웃긴 이야기를 툭툭 내뱉고, 또 어떤 순간에는 본인 얘기에 본인이 웃겨 눈물 흘리며 웃는 모습은 정말이지 봐도 봐도 웃기다.


사진출처=방송캡처


백치 캐릭터로 웃음을 주는 홍진경이지만, 사실 알 만한 사람은 안다. 홍진경이 학업 성취도와는 별개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을. ‘더 김치’, ‘더 만두’라는 브랜드를 성공시키며 사업가로서의 능력도 보여줬고, 팬들 사이에서는 글 잘 쓰는 연예인으로 유명한 홍진경이다. 나 역시 홍진경의 싸이월드 시절 글을 좋아했는데, 허세 없이 담백하고 진솔해 읽기 편했다. 홍진경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솔직한, 그의 성격과 똑 닮았다. “눈을 뜨면 다 키워놓은 새끼들이랑 손주들도 있었으면 좋겠다. 수고스러운 젊음일랑 끝이 나고 정갈하게 늙는 일만 남았으면 좋겠다.”, “그곳에서는 과일 나무도, 시냇가도 있나요. 우리가 보이나요. 엄마하고 나하고 경한이가, 아버지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우리들이 보이나요.” 자신만의 따뜻한 마음과 생각이 단단한 있는 사람이, 자신만의 언어로 담아낸 글이다. 그의 글을 좋아해 가수 나얼, 모델 장윤주 등과 함께 쓴 ‘cmkm’이라는 책을 사서 밤새 아껴 읽기도 했다.

 

남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단단한 솔직함으로 웃기는 홍진경이 좋다. 수학 좀 18점 받으면 어떤가. 이토록 멋진 매력으로 많은 사람을 웃기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그건 엄청난 자기 확신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 모를 일 아닌가. 홍진경이 진짜 서울대에 입학하게 될지.

 

김수정(칼럼니스트)

 



CREDIT 글 | 김수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