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접수된 엔터 월드 "반짝 스타 되고 싶어?'

문턱 높은 TV와 라디오 대신 대중문화 주도하다

2021.03.19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포털 사이트




1970년대 말, 영국 그룹 버글스(Buggles)는 외모를 중시하는 비주얼 가수의 침공으로 급격히 생명주기가 짧아진 당시 음악계를 꼬집었다.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란 곡은 '듣기만 하던 음악'에서 '보고 듣는 음악' 시대의 개막을 예고한 곡이다. 미디어의 변천사를 논할 때 수없이 인용된 이 곡이 발표된 지 벌써 40년이 넘었다. MTV 뮤직비디오 시대를 지나 '유튜브'가 콘텐츠 플랫폼의 핵으로 떠올랐다.  


기적의 역주행으로 인생역전한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얘기로 뜨겁다. 2017년 발매 당시 차트 100위 진입도 힘들었던 곡 '롤린(Rollin')'은 한 유튜버가 올린 댓글 모음 영상이 화제를 모은 후 음원 차트를 차례로 접수하더니 음악순위 프로그램 1위까지 올랐다. 긴 공백기에도 전국을 돌며 군부대 위문공연을 한 활동기록과 해체 직전까지 갔던 눈물의 사연, 끝까지 신뢰를 보여준 대표 용감한형제와의 일화 등이 알려지는 등 감동은 더해졌다. 놀이처럼 확산된 SNS 파급력이 역주행을 일으켰고 감동의 휴먼스토리까지 더해지면서 뜨거운 응원을 얻은 셈이다. 

유튜브 플랫폼은 원래 다양한 개인취향과 의외성을 찾는데 묘미가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스타가 탄생되길 바라는 대중의 취향은 다소 획일화된 TV에선 더 이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클릭 몇 번이면 가수에 대한 정보는 물론 미공개 곡까지 감상이 가능한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 대중은 이제 유튜브를 통해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찾고 있다. 이는 다양한 장르음악을 들려주고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실패한 TV가 자초한 결과다. 

사진출처=임영웅 채널 캡처



대신 유튜브가 그 역할을 할 따름이다. 트로트 가수들의 라이브를 유튜브로 손쉽게 감상하고, 크로스오버 장르가 틈새시장을 개척하며 마니아 팬덤을 구축한 것만 봐도 그렇다. 임영웅을 비롯한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열풍은 유튜브 조회수가 숫자로 증명하고 있고, '성악 어벤져스'라 불리는 JTBC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은 성인층을 결집시켜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 역주행 기류를 형성한 '숨은 명곡'들도 눈에 띈다. 걸그룹 라붐의 '상상더하기'(2017년 발매)와 아이유의 '내 손을 잡아'(2011년 발매)도 유튜브를 통해 차트에 재등장한 경우다. 

조회수가 곧 파급력이 되는 요즘, 모바일족을 타깃으로 한 가요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내용이 길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패스트 시대,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미디어 중심이 변하면서 마케팅 패턴도 그에 맞게 재편되고 있다. 더 빠르고, 더 간단하고, 더 세분화된 다양성이 모바일 마케팅의 핵심이다. 여기에 댓글을 다는 놀이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제2의 '강남스타일' '깡' '위아래' 신드롬이 되길 바라는 여러 가수들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본격적인 '유튜브 시대'의 개막이다. 전통매체인 TV나 라디오도 이제 유튜브 포맷에서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가져온다. 유튜브 인기 포맷인 먹방, 직장인들의 브이로그 등을 주제로 한 TV프로그램이 늘어나고, 라디오 프로들도 앞다퉈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해 그 콘텐츠를 유튜브로 공개하는 등 미디어 판도는 이미 바뀌고 있다.

사진출처=브레이브 걸스 공연 영상 캡처


스낵처럼 짧은 시간 내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사람들은 점점 짧고 강력한 것을 원한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정보와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단편 영화나 60초 영화가 등장한데 이어 짤막한 영상이 드라마를 대체하기도 한다. 현 대중문화계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뜨거운 트렌드임은 분명하다.

기존 대형기획사의 힘에 가려 변변한 무대나 홍보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던 가수들에게는 둘도 없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전 세계로 연결되어 있는 SNS의 특성상, 단 하나의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 막강한 홍보 툴을 갖추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획사는 언론과 별도로 팬들과의 근접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대중매체라는 시간과 장소의 한계에 갇히지 않기 때문에 메시지는 팬들이 원하는 최적화된 시간과 장소에 침투할 수 있다. 

이제 노래할 무대가 없다는 눈물겨운 무명 가수의 사연은 옛날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가요계에서도 유통과정이 크게 생략되고 주 활동 무대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콘텐츠를 전달하는 창구 자체가 바뀐다는 건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증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와 편집의 시대, 이제 모두에게 기회가 왔다.

박영웅(대중음악 칼럼니스트)




CREDIT 글 | 박영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