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보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나쁜 여자

2021.03.17 페이스북 트위터

한보름, 사진제공=H&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속 악역은 극의 몰입도를 더하는 MSG 같은 존재다. 시청자들의 욕받이가 되기도 하지만 인물의 서사가 드러날수록 주인공보다 더 각 받기도 한다. 매력적인 악역은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얻으며 드라마 흥행을 견인한다. ‘왔다 장보리’ 연민정, ‘리멤버-아들의 전쟁’ 남규만 등아직까지 회자되는 드라마 속 인기 캐릭터다. 최근 이들의 뒤를 잇는 또 다른 빌런이 탄했다. 바로 KBS2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에서 장서하 역을 맡은 배우 한보름이다. 올해로 데뷔 10년차가 된 한보름은 ‘오! 삼광빌라!’를 통해 이제야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그의 얄미운 연기에 볼을 한번 꼬집어 주고 싶다가도, 인물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결코 미워할 수 없다. 그렇게 한보름은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악역을 그려나가며 시청자들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8개월간의 긴 촬영이 끝났다. 오랜 기간 호흡한 만큼 아쉬움도 클 거 같다.

“사실 8개월 동안 같이 촬영하면서 아쉬움이 클 거 같아 어떻게 헤어지나 생각이 많았어요. 막상 촬영이 끝나니까 마친 느낌이 안 들었어요. 배우들끼리도 ‘끝난 게 맞냐’고 했죠. 회식도 못 하고 뒤풀이도 못 하고 메신저로 대화만 하게 되니까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하지만 이젠 TV에서 ‘오! 삼광빌라!’가 안 나오기 때문에 점점 실감이 나지 않을까 해요.”

‘금 나와라 뚝딱’ 이후 오랜만에 주말극에 출연했다. 게다가 주연에 악역이라 부담이 됐을 것도 같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악역이라고 해서 큰 부담은 없었어요. 사실 역할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요. 작품을 할 때 그냥 함께하게 됐다는 거에 감사하는 거 같아요. KBS 주말극이라면 다들 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부담감이 들기보다는 마냥 감사했던 거 같아요.”

악역이다보니 소리 지르는 신도 많았고 감정적 소모도 컸을 것 같다. 

“사실 조금 힘들었어요. 주말드라마다 보니까 신을 몰아서 찍는 경우가 있어요. 한번은 소리 지르는 신만 있던 적도 있었어요. 정말 지치고, 목도 쉬고, 힘든 날도 있었는데 제가 그만큼 하지 않으면 상대 배우가 준비한 감정선을 못 맞추잖아요. 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저는 악역이었고 그만큼 에너지를 써야했기 때문에 쉴 때는 무조건 운동을 하러 갔어요.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고 밥도 잘 먹었어요.”
 
한보름, 사진제공=H&엔터테인먼트


장서아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캐릭터를 연구하고 풀어나가고자 했나.

“4~8부까지 대본이 나와서 캐릭터를 잡으려고 많이 생각하고 다른 역할들도 모니터링을 했어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을 아주 많이 했죠. 그러다 스스로 화면에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기 때문에 제 생각에만 갇혀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조금 더 내려놓고 편하게 해야된다는 생각을 처음엔 못 했어요. 촬영하면서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고 직접 조언도 들으면서 배워가면서 했던 거 같아요.”


삼광빌라 사람들과 달리 장서아는 홀로 외로운 모습이 많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어땠는지?


“다들 뒤로 갈수록 ‘짠하다’ ‘불쌍하다’고 말씀주셨어요. 현장에선 정말 재밌었죠. 제가 또 장난꾸러기여서 배우들과 잘 지내기 때문에 재밌게 촬영했어요. 배우들끼리 사이가 정말 좋았고 스태프들과도 잘 지냈어요. 인스타그램에 ‘친하게 지내라’라는 댓글이 많았는데 드라마와 달리 실제로는 정말 잘 지냈어요.”

장서아가 황나로(전성우)에게 사랑을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그려내려고 했나.

“서아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걸로 나오기 때문에 자신을 지켜줄 수 있고 기댈 수 있고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신을 지켜주려 노력하는 황나로에게 마음이 갔던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서아가 ‘금사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를 이렇게 진심으로 대해준 사람은 나로가 처음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유일하게 삼광빌라에 속하지 못 했던 인물이 장서아다. 그에게, 그리고 한보름에게 삼광빌라는 어떤 의미인가.

“서아에게 삼광빌라는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곳인 거 같아요. 서아도 결국 삼광빌라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결국은 그 안의 한 구성원인 거죠. 계속 부정했던 거 같아요. 또 그리고 저에게 삼광빌라는 선물이에요. 진짜 긴 시간이었고 장편으로 주말드라마를 했던 것도 처음이었어요. 다들 사이가 정말 좋았고 그렇기에 아쉬운 것도 많았던 거 같아요. 헤어지기 너무 아쉬웠어요. 제 곁에 좋은 사람과 작품이 남았고, 길을 걸을 때마다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아져서 정말 감사하고 선물 같아요.”

한보름, 사진제공=H&엔터테인먼트


과거 인터뷰에서 최대 관심사가 결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어떤가. 또 그때 말한 사주대로라면 올해 결혼해야 한다.

“사주를 믿지 마세요. 사주는 하나도 안 맞았어요. 그리고 아직도 결혼할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았어요. 이건 심각한 일이예요. 하지만 항상 남자친구가 생길 거라는 희망을 놓은 적이 없어요. 진심입니다.(웃음)”

결혼에 진심이신 것 같은데, 결혼하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또 어떤 가정을 이루고 싶은가.

“저는 그때 진짜 할 줄 알았거든요. 나이도 있어서 결혼을 하고 싶은데 제가 볼 땐 빨리는 못할 거 같아요. 그런데 이러다가 갑자기 결혼한다고 할 수 있으니 다들 준비하셔야 돼요. 이루고 싶은 가정은 일단 남편과 친구처럼, 또 연애하는 것처럼 지내고 싶어요. 잔잔하면서도 편안한 생활을 하고 싶어요. 온전히 제편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대고 싶기도 하고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완전한 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유튜브 채널 ‘보람찬 하루’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취미가 다양한 듯 한데 요즘엔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나.

“헬스를 하면서 계속 운동을 하다 보니까 운동하는 유튜브만 보게 되더라고요. 진짜 헬스에 푹 빠져있어요. 고중량 고강도의 운동을 해요. 이전에는 곡선을 살린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부피를 키우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침마다 몸이 아파요. 그런데도 정말 좋아요. 그래서 제가 촬영할 때마다 나로에게 운동하는 이야기를 맨날 했나 봐요. 저 때문에 운동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뒤로 갈수록 나로가 멋있게 나온 이유는 제 덕입니다.”

남은 올해를 임하는 각오가 있다면?

“올해도 저에게 좋은 작품이 오면 어떤 역할이건 감사히 생각하고 하고 싶어요. 악녀여도 상관없어요. 주어진 거에 감사하면서 해낼 수 있는 한에서 더 잘하는 게 목표고, 개인적으로도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항상 공부하면서 더 나은 배우의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CREDIT 글 | 한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