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K-POP 아이돌? 트로트 시대 가고 새판 짜나

SBS MBC TV CHOSUN, 오디션 프로그램 준비중

2021.03.11 페이스북 트위터

SBS '라우드'서 보이그룹 두 팀을 구성할 박진영(왼쪽)과 싸이. 사진출처=스타뉴스DB



지난 2년간 대한민국은 ‘트로트 공화국’이었다. 2019년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미스트롯’의 등장 이후 가요계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미스터트롯’이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한 후 전 채널에서 모방 프로그램을 잇따라 내놨다. 그 사이 K-POP 아이돌 오디션 시장은 쪼그라들었다. 아이돌 가수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지상파 3사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0%대. 트로트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양극화가 심하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의 큰 성공이 있었지만 이런 몇몇 그룹을 제외하면,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며 글로벌을 겨냥한 K-POP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올해는 반등의 기회를 엿보는 프로그램이 속속 준비 중이다. 워너원, 아이즈원 등 국내·외를 아우르는 인기를 누린 K-POP 그룹을 배출하겠다는 기치를 높이 든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포문을 연다. 과연 트로트의 기세를 막아설 수 있을까?

SBS는 월드와이드 보이그룹을 탄생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LOUD:라우드’(라우드)를 준비 중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과 ‘강남스타일’의 주역이자 이제는 현아, 제시 등이 속한 피네이션을 이끌고 있는 싸이가 멘토로 나선다. SBS는 이미 ‘K팝 스타’ 시리즈를 통해 오디션의 성공 문법을 배웠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함께 이끌었던 박진영과 다시 손잡은 건 더 의미심장하다. 

‘라우드’는 각 회사를 대표하는 보이그룹 두 팀을 배출한다는 기획의도에서부터 ‘K팝 스타’와는 차별화된다. 당연히 지원자는 남성에 한정되고, 장르도 K-POP이다. 얼마 전 갓세븐과 계약이 종료된 후 후발 보이그룹이 필요한 JYP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아직 소속사를 대표하는 보이그룹이 없는 피네이션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기는 판이다. 

여기에 Mnet ‘프로듀스 101’ 산파 역할을 했던 한동철 PD가 가세한다. 박진영과 싸이가 SBS와 손을 잡은 반면, 그동안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등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전개해 온 한 PD는 MBC와 의기투합했다.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이 프로그램 역시 아이돌 그룹 제작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PD는 JTBC ‘믹스나인’을 연출한 적이 있으나 결국 데뷔가 불발됐고, MBC ‘언더나인틴’으로 아이돌 그룹을 배출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바 있다. 이런 실패의 기억을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반면교사로 삼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그동안 트로트 열풍을 주도해 온 TV조선 역시 새 판을 짠다. ‘내일은 미스트롯’ 시리즈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내일은 국민가수’를 론칭한다. 앞선 오디션처럼 ‘아이돌 그룹 결성’이라고 범위를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활동을 할 K-POP 가수를 뽑는 것이 목표다. 장르 역시 가요, 성악, 국악, 록, 뮤지컬, 힙합, 재즈 등으로 넓혔다. 당초 3세부터 29세(1993년 이후 출생자)로 참가 조건을 제시했으나, 더 많은 인재를 구하겠다며 최근 참가 자격을 전 연령대로 확대했다.


4월 말 활동종료를 선언한 걸그룹 아이즈원, 사진출처=스타뉴스DB


왜 다시 K-POP일까? 가요계 관계자들은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 성공 이후 역시 비슷한 질감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대다수는 탄탄한 실력을 가진 비(非) 연예인들을 발굴해 솔로 가수로 데뷔시키는 것이 수순이었다. 이런 프로그램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룹 결성을 목표로 삼은 ‘프로듀스 101’ 시리즈였다. 이를 통해 배출된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세계 시장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프로듀스 101’의 투표 조작 사건은 이런 오디션 시장을 크게 위축시켰다. 시청자들에게 문자 투표를 통해 ‘국민 프로듀서’로 참여하라고 독려했던 프로그램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시청자들을 기만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결국 담당 연출진은 구속됐고 불신은 커졌다.

이미 계약된 활동 기간이 만료돼 뿔뿔이 흩어졌던 아이오아이, 워너원은 재결성을 조심스럽게 검토해왔으니 조작 사건이 불거지며 논의가 쏙 들어갔다. 게다가 10일 Mnet이 아이즈원의 활동 역시 오는 4월 종료된다고 밝히며 ‘프로듀스 101’ 출신 그룹은 모두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활동 기간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니며 각 방송사와 매니지먼트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겼다. 워너원은 활동 당시 방탄소년단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그룹이라는 평을 받았고, 일본인 멤버 3명이 포함된 아이즈원은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를 단숨에 거머쥐며 거물 K-POP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트로트의 저변이 넓어졌다고 하나 K-POP에 비해 해외 진출은 더딘 장르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해외 팬들은 구성된 트로트 리듬보다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군무, 세련된 패션으로 중무장한 K-POP 그룹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트로트가 지난 2년여간 큰 인기를 누리며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데다가, ‘프로듀스 101’ 사태도 수습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K-POP 그룹을 배출하는 오디션 시장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방송사와 특정 기획사가 손잡은 K-POP 오디션 프로그램을 마뜩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창궐 후 해외 공연 및 팬미팅이 불가능해지면서 K-POP 시장은 위축되는 동시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특정 방송사가 K-POP 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면 그들을 키우는데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토로다. 또 다른 중견 가요기획사 대표는 "기성이나 신인 트로트 가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트로트 프로그램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트로트의 이미지를 바꿔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했다"면서 "이미 포화 상태라 불리는 K-POP 시장은 승자독식 구조일 수밖에 없다. 방송사를 등에 업은 그룹이 인기를 끌면 그들이 시장의 포식자가 되지, 시장을 키워 다른 그룹들의 성공까지 견인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룹 활동이 장기간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미 기존 가요기획사의 연습생이거나 데뷔한 가수들도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성으로 정해진 활동 기간을 채운 후에는 각자의 소속사로 돌아간다. 그룹으로 뭉쳐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룹을 존속시키려 해도 멤버별 인기도가 다르고 각 소속사의 이해 관계 역시 다르기 때문에 지속시키기 어렵다는 것은 앞선 프로젝트 그룹들의 해체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 이런 프로젝트 그룹이 동방신기나 방탄소년단처럼 장수 그룹으로서 K-POP 시장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