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걸스 역주행이 확인시킨 TV시대의 종말!

EXID처럼 유튜브 영상 통해 뒤늦게 인기몰이

2021.03.11 페이스북 트위터

브레이브걸스, 사진제공=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지금 가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그룹은 단연 브레이브걸스다.

 

2017년 3월 발매한 ‘롤린’(Rollin')으로 4년 만에 역주행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는 각종 차트를 휩쓸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과거 출연한 무대나 예능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심지어 역주행을 계기로 각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도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어 조회수 치트키로 통하고 있다.

 

이런 브레이브걸스의 인기가도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팀이 EXID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EXID는 ‘역주행’이라는 단어자체를 가요계에 정착시킨 주인공이다. 2014년 8월 ‘위아래’를 발매하고 활동했던 EXID는 발매당시에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뒤늦게 큰 인기를 얻으며 순위를 역행해 '대세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사실 EXID 이전에도 뒤늦게 인기를 얻고 순위가 상승한 사례는 꽤 존재한다. 가깝게는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있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윤종신의 ‘본능적으로’,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 김국환의 ‘타타타’ 등도 특정 계기를 통해 혹은 입소문을 타고 순위가 상승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EXID와 함께 이번 브레이브걸스를 유이한 ‘진정한 역주행’으로 취급하는 이유는 이들에게는 보다 특별해 보이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역주행’은 그 달성조건이 의외로 까다롭다. 일단 해당 그룹이나 가수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해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어야 하며, 심지어 역주행을 하기 직전에는 그룹이 존폐의 위기에 있어야 한다. 또 역주행을 하는 곡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노래는 좋다’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며, 오디션 경연곡이나 드라마, 영화 등의 삽입처럼 다른 콘텐츠의 인기에 기대 얻은 이슈도 아니어야 한다. 여기에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 멤버까지 갖추고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역주행’의 조건을 충족한다.


브레이브걸스 '롤린'의 역주행 인간을 견인한 국방TV 공연 영상 캡처

 

즉 EXID와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에는 충분한 재능과 잠재력을 지녔지만 그것을 미처 세상에 알리지 못한 가수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끝내 상황을 반전시키는 신데렐라성 배경 스토리가 존재하며 그 덕분에 더 큰 지지와 환호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런 스토리와 더불어 EXID와 브레이브걸스의 사례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역주행의 계기’다. 이 둘이 역주행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각각 유튜브 ‘직캠’과 ‘댓글반응’이라는 점은 꽤나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사람들이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TV나 신문, 잡지 등의 기존 미디어에서 유튜브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애초에 ‘역주행’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이러한 힘의 이동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많은 사람들이 EXID나 브레이브걸스가 좋은 곡을 가지고 나왔음에도 역주행 이전에 주목받지 못한 이유로 매니지먼트의 부실을 지적하곤 하는데 이는 다소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당시 EXID의 소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나 브레이브걸스의 소속사인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는 이들의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편이었다. 실제 이들은 각종 음악방송은 거의 빠짐없이 출연했으며, 각종 예능이나 매체 인터뷰 등 가능한 거의 모든 스케줄을 소화했지만 정작 활동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브레이브걸스의 경우 활동 당시 안무나 컨셉트가 어울리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런 의견을 반영해 2018년 다시 발매한 ‘롤린’의 리믹스 버전도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고, 역주행을 성공한 지금은 오히려 독특한 안무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역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그렇다면 결국 결론은 기존 미디어가 대중문화를 전파하는 플랫폼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사실 TV나 매체 등이 영향력을 상실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각 방송사의 음악방송이 1% 내외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이제 이슈거리도 되지 않는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고, ‘재능 있는 가수들과 그들의 신곡을 소개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부터 작동하지 않게 되어버린 지도 오래다.

 

신문이나 잡지 등의 활자 기반 매체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점점 더 글을 읽지 않고 있으며, 기사를 보고 어떤 가수의 음악을 찾아듣거나 팬이 되는 사례는 '천연기념물'만큼 찾기 어렵다. 이처럼 기성 미디어들이 힘을 잃은 반면 유튜브(혹은 그와 비슷한 동영상 서비스들)는 점점 더 그 힘이 커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유튜브는 음악방송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우월하기 때문이다.

 

일단 시청자의 입장에서 유튜브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장면만 볼 수 있으며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음에 드는 무대를 골라보는 선택의 폭도 넓다.


EXID, 사진출처=스타뉴스DB


가수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프로모션 활동을 뮤직비디오나 자체 제작 무대 등으로 대체한다면 3분 남짓의 음악방송 출연을 위해 하루 종일 방송국 대기실에 붙어있어야 할 필요도 없고, 의상 및 메이크업 비용, 무대 설치비용, 댄서 출연료 등의 지출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음악방송 미출연으로 다른 프로그램 출연 불이익에 대한 우려와 팬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그나마도 코로나19로 인해 유명무실한 명분이 되어버렸다)는 등의 이유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할 뿐이다.

 

이런 힘의 이동이 버글스(The Buggles)의 ‘Video Killed Radio Star’가 MTV에서 처음 전파를 탔을 때처럼 모바일 시대가 불러온 어쩔 수없는 세대교체라고 보기도 모호하다. 음악방송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면 유튜브는 이를 전세계에 퍼트리는 윈윈 관계가 될 수도 있었지만 방송사 스스로 몰락을 자초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출연진 구성, 현실과 동떨어진 순위 집계 방식, 명색이 ‘음악’방송임에도 원곡을 훼손하는 수준의 형편없는 음향, 유연하지 못하고 행정편의적인 제작방식 등등 음악방송의 안일함과 오만함은 결국 유튜브로의 전환을 가속시켰다.

 

이에 결국 방송사가 선택한 방법은 포기와 순응이다. 방송사는 지속적으로 지적되어온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노력보다 K팝의 해외인기에 영합해 해외 시청자들의 조회수를 노리는 데에 더 힘을 쏟고 있다.

 

유튜브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되기에 당연히 국내 이용자보다 해외 이용자가 많으며, 해외 K팝 팬들이 K팝을 듣기위해 압도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또 이들은 해외 팬들은 국내 인지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들의 취향이나 추천영상에 따라 여러 가수들의 영상을 찾아보지만(과거 우리나라의 팝 리스너들이 하루종일 ESPN 등을 붙잡고 살면서 영미 현지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밴드의 프로필과 트랙을 달달 외우고 있었던 것을 떠올려보라), 국내 음악팬들에게는 아무래도 가수의 인지도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런 간극을 보완해야하는 것이 음악방송의 역할이지만, 지금의 음악방송은 고만고만한 무대를 잘게 쪼개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 전부인 ‘지루한 유튜브 콘텐츠 제공업체’에 불과하다. 이는 결국 국내 음악팬들의 관심을 떨어지게 만들어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의 그룹을 더 알리기 어려운 코미디같은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상컨대 앞으로 역주행을 달성하는 가수는 더욱 많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음악방송이 손을 놓아버린 동안 괜찮은 재능을 지녔음에도 알려지지 못하고 묻혀버린 가수와 그룹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계기는 역시나 또 유튜브가 될 것이다. 대중음악에서 TV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최현정(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현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