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장' 차태현 조인성과 함께한 '찐' 주인공

2021.03.10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방송캡처


체류 예능은 여전히 예능의 주류 장르다.


tvN ‘윤스테이’와 ‘어쩌다 사장’,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손현주의 간이역’ 등 다양한 체류 예능이 현재 방송에 한창이다. 관찰 예능의 하위 범주인 체류 예능은 여행 예능의 변칙 포맷이기도 하다.


일정 지역을 단기 체험하는 체류 예능은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특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체류하는 지역에 적응하는 과정이 있고 주민들과 관계를 키워간다는 점에서는 여행 예능에 가두기 힘든 성격도 지녔다.

최근 가장 기세가 좋은 체류 예능은 ‘어쩌다 사장’일 듯하다. 첫 방송 4.1%로 준수한 시작을 보이더니 2회에 5.1%로 시청률 급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배우 중 최고의 예능감을 자랑하는 차태현과, 고정 예능을 처음으로 시작해 관심을 끌고 있는 톱스타 조인성이 호흡을 맞춰 강원도 화천 원천리의 시골 가게 원천상회 영업에 나서는 이야기다.


주인 할머니의 열흘 휴가 동안 슈퍼마켓이자 가맥점인 원천상회를 처음 운영해보는 두 스타 주인공의 고군분투기인 것이다. 손이 모자랄 때는 협업을 하지만 주로 차태현은 슈퍼 물품 판매와 기타 잡일을 담당하고 조인성은 식사와 안주로 제공되는 가맥집의 간단한 요리들을 맡고 있다.


사진출처=방송캡처


당연히 서툴 수밖에 없는 이 둘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손님이 몰리거나 처리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면서 당황하고 쩔쩔매는 모습들로 초반 ‘어쩌다 사장’의 재미를 책임지고 있다. 차태현의 예능감과 조인성의 예능 출연 희소가치는 상황이 만드는 재미를 배가한다.


‘어쩌다 사장’은 KBS ‘1박 2일’ 연출로 유명했던 유호진 PD의 tvN 이적 후 세 번째 작품이다. 유 PD는 tvN에서 첫 프로그램으로 KBS 입사 때부터 하고 싶어 했다던 음악 예능 ‘수요일은 음악프로’를 선보였다. 이어 본인이 ‘1박 2일’의 경험을 통해 가장 능숙할 수 있는 여행 예능과 체류 예능으로 돌아왔다. 로컬의 관점에서 지방 주요 도시를 다루는 새로운 관점의 여행 예능 ‘서울 촌놈’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후 이번 ‘어쩌다 사장’으로 뒤를 이었다.


‘어쩌다 사장’ 초반은 체류 예능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체류 예능은 보통 ‘스타 괴롭히기+현지 힐링 요소 전달’의 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현지의 삶에 서툰 스타가 익히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고생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 현지의 아름다운 풍광과 따뜻한 인심, 그리고 시골의 여유로움 등이 전하는 힐링도 체류 예능의 매력이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스타들이 서툴던 일에 능숙해지는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체류 예능의 부가적 재미 중 하나. 단조로움을 덜기 위해 게스트의 존재도 중요한데 ‘어쩌다 사장’은 2회부터 바로 박보영이 등장하는 등 체류 예능의 특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어쩌다 사장’의 좋은 반응을 설명하기에는 좀 부족한 듯하다. 다른 체류 예능도 대부분 비슷한 패턴을 따르기 때문이다. ‘어쩌다 사장’에는 차태현 조인성만큼 강력한 주인공이 있다. 바로 원천상회다. 원천상회는 재미와 힐링을 극대화시켜주는, 근래 보기 드문 체류 예능 최고의 공간이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시골 마을의 슈퍼 겸 과맥집은 스타들을 고생시키기에 최적화된 로케이션이다. 판매를 위한 물건 가격 파악도 쉽지 않고 카드 단말기부터 최근에는 모바일 서비스까지 결제 수단들도 경험이 없으면 사용법이 만만치 않다. 가맥집의 간편 식사와 안주를 요리하는 일도 감당하기 힘들 수의 손님들이 몰려온다.


원천상회에서의 스타들 고난은 적당히 지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손님 방문 숫자나 쏠림은 스타들의 의지나 노력으로 예측이나 조절이 가능한 변수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고생하고 당황하는 모습들이 강렬하고 ‘찐’이다. 이에 비례해 재미의 농도도 짙어진다.


원천상회는 위치도 탁월하다. 마을의 모든 차량과 사람이 지나가고 들르는 곳에 있고 대부분 정부기관인 마을의 직장들 한가운데 있다. 이 마을의 모든 사람을 끊임없이 만나게 되는 곳이라 서투른 두 사장에게는 웃음거리가 줄을 잇는 곳이고 그러면서도 마을 사람들 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게 만드는 장소다.


그래서 원천상회는 재미만이 아니라 힐링에 있어서도 최적의 공간이다. 사랑방과 같은 이 공간에서 서로를 잘 아는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챙긴다. 자판기 커피는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동전이 준비돼 있다.


사진출처=방송캡처


외상도 가능하며 식사 자리가 부족할 때는 편한 식탁에서 불편한 간이 바 자리로 양보도 흔쾌하다. 서투른 두 사장에게 마을 사람들은 본인이 곁에서 본 가게 운영법을 전해주기도 한다. 멋진 풍광도 힐링을 주지만 원천리는 ‘함께 사는 사람들의 정겨움’이 있어 더 큰 위안을 준다.


결국 두 스타의 원천상회 사장 되기는 고생스럽지만 마을에서 뭔가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정착기다. 그러면서 사람들과도 가까워져 마을의 일부가 되고 과거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드물어진,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시청자들에게 다시 만나게 해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원천상회라는 탁월한 로케이션 공간을 발굴해낸 것은 아마도 유 PD가 로컬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숙고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로컬에 대한 이해가 예능의 재미도 극대화하고, 힐링을 부르는 그리운 정서가 현재에도 존재하는 공간을 찾아내게 만든 것으로 추측해본다.


체류 예능은 뒤로 가면서 주인공들이 상황에 익숙해질수록 웃음 요소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쩌다 사장’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두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간의 깊어진 관계에서 비롯되는 케미에 대한 기대로 후반부도 관심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최영균(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