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암스테르담', 슬기로운 ‘미국’ 의사생활

2021.03.05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왓챠




미드 '뉴 암스테르담'을 보면서 매회 눈물을 흘린다. 맞다. 나는 눈물이 헤픈 사람이다. 이 시리즈를 매회 곱씹으며, 곧 우리 곁을 찾아올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두 번째 시즌을 기다려본다.

 

2020년 상반기, 국내 드라마 히트작 중 하나였던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참 좋아했다. 물론 시청하면서 ‘과연 국내에 이런 의사들로 가득한 병원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긴 했다. 필자는 이런저런 신체적 사유로 두 어 번의 수술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 경험을 반추해 보 면 그런 의사는 분명 존재했던 것 같다. 단지 그런 병원이 없을 따름이다. 각설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서사임을 알면서도 친구 관계로 똘똘 뭉친 의사들의 연합체와 그들이 마주하는 환자와의 관계를 보며 웃기도 울기도 했다. 이런 탓인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2와 시즌3를 동시에 확정했고, 2021년인 올해 두 번째 시즌을 선보일 예정이다. 참 기대된다. 그러던 중 미국 NBC 방송에서 2018년부터 시작한 의학 드라마 '뉴 암스테르담'과 마주했다. 참고로 이 드라마는 시즌 3을 지난 3월 2일부터 막 시작했고, 대한민국에선 왓챠와 넷플릭스를 통해서 시즌2까지 만나볼 수 있다.



'뉴 암스테르담'의 내러티브는 의외로 단순하다. 뉴욕의 오래된 공립병원 ‘뉴암스테르담’에 새로운 팀장이 부임하면서 바뀌어가는 시스템의 변화와 각계각층의 환자를 주요골자로 한다. 많은 메디컬 드라마가 그려온,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병원 시스템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인간적인 의사들의 투쟁과 대립이 이 속에도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결코 정치적이지도, 관료적이지도 않다. 익히 우리가 들어왔듯 미국의 악명 높은 의료보험 체제 속에서 과연 이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의 꿈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 암스테르담'은 한국의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묘하게 닮아있다. 이건 누가 누구를 모방했다는 복제에 대한 의심을 들춰내고자 함이 결코 아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환자라고 불리는 대중과 관계함에 있어 ‘인간성’을 주요 골자로 내세우고 있기에 그렇다는 의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의과대학 동기들로 캐릭터 카테고리를 꾸렸다면, '뉴 암스테르담'은 새로운 보스와 그가 진행하는 놀라운 변화를 반기는 의사들과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주축으로 한다. 동시에 의사 중 누군가가 실제로 아프다는 것도 그 닮음에 한 몫 한다. 엄격한 시스템을 자유롭게 붕괴시키며 환자를 인간답게 보살피는 것과 동시에 의사가 실제 환자로 대치되어 있는 상황까지도 말이다. 여기에 '뉴 암스테르담'이 한국적 정서에 더 와 닿을 수 있는 건, 좋은 의미의 신파가 서사에 지속적으로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의미로 ‘감동 코드’라 표현할 수 있는 그 정서를 말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환자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또 그 속에서 떼구루루 굴러 떨어지는 눈물 방울들. 왜 그랬지 않던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며 천방지축 의사들 때문에 웃고,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병의 치유와 함께 마음까지 위로 받을 때 생겨났던 그 어떤 감동들 덕에 매 에피소드 말미마다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던 경험들 말이다.


사진제공=왓챠


'뉴 암스테르담' 역시 마찬가지다. 공공의료보험조차 없는 불법 체류자 부녀의 간과 폐 이식 수술, 딸의 심리 치료를 거부하다 결국 사랑으로 마주하게 되는 중국인 부녀, 의료보험이 없어 병원을 꺼리는 노숙 남매들 등의 에피소드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휴지를 필요하게끔 하는 중독적 매력을 가졌다. 여기에 덧붙여 이 시리즈는 인종 간의 문제를 꽤나 위트있게 풀어낸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1994년 시작되어 거의 15년간 유지됐던 미드 'ER' 시리즈의 의사 캐릭터들의 피부 색을 떠올려보면 이 역시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의사 간 인종 이슈뿐만 아니라 공립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인종, 계층에 대해 편견보다는 병원 내에서는 모두가 같은 환자로 대하는 점도 특히 그렇다.


캐릭터, 내러티브 전개 방식뿐만 아니라 음악에 있어서도 '뉴 암스테르담'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닮아있다. 단지 차이라면 전자는 서사 진행에 맞는 분위기의 곡을 그대로 삽입했고, 후자는 교내 밴드 활동을 했던 친구들의 연주를 통해 ‘뉴트로’한 음악을 들려주는 정도다. 사실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삽입곡은 내러티브의 울림을 증폭시키는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뉴 암스테르담'은 대체로 오프닝과 엔딩 삽입곡을 들려주는데, 이걸 듣는 재미가 또 묘미다. 특히 엔딩송으로는 에피소드의 감동을 음악으로 함께 표현해낸다. 그래서 본 이베어, 호세 곤잘레스, 아이언 앤 와인, 매지 스타, 시규어 로스 등의 주옥 같은 트랙들이 그 감동을 배가시킨다. 만일 당신이 '뉴 암스테르담'의 시즌 1 파일럿 에피소드의 엔딩 장면에서 흐르는 (콜드플레이가 아닌) 뮤지션 캐년 시티의 ‘Fix You’가 와 닿았다면, 유튜브를 통해 이 시리즈의 OST를 검색해보기 바란다. 꼭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음악만으로도 마음이 동할 것이다.


각설하고 '뉴 암스테르담'은 어쩌면 판타지로 점철된 메디컬 시리즈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에서 미국 의료 체계가 흔들리고, 또 비싼 보험료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했다는 단편적인 뉴스만으로도 이 시리즈가 가상의 공립병원 속에서 구축된 허구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 암스테르담'은 현재 (IMDB 기준으로) 시즌 5까지 계획되어 있다. 그 만큼 인기가 있다는 방증이다. 


'뉴 암스테르담'은 우리가 꿈꾸는 어떤 이상적인 의사와 환자의 기준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비단 꿈 같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이런 이야기를 통해 실제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변화되기를 희망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긍정적인 효과라 생각한다. 필자는 이제 막 시즌 1의 22개 에피소드를 마쳤다. 매일 저녁 한 회씩 보는 셈이니 시즌2의 18개 에피소드를 마무리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이렇게 '뉴 암스테르담'의 에피소드를 접하며, 우리네 이야기를 다루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두 번째 시즌을 기다린다.


참, '뉴 암스테르담'에서 병원의 변화를 일구어내는 신임 팀장 맥스 굿윈 역은 미드 '더 블랙리스트'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 킨의 남편 톰 킨 역으로 잘 알려진 라이언 이골드가 맡았다. 그의 매력도 이 시리즈의 재밋거리다.


이주영(칼럼니스트) 




 

 



CREDIT 글 | 이주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