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심상치 않은 출발! 걸작 스릴러 탄생 예감

2021.02.23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JTBC


JTBC 드라마 ‘괴물’은 스릴러다.


스릴러 드라마는 장르물 전문 케이블 채널인 OCN의 전유물이다시피 했지만 최근 들어 지상파나 종편, 그리고 tvN 같은 종합 케이블 채널 드라마에서도 장르물이 늘어나면서 자주 만날 수 있게 됐다. 불륜치정극과 결합한 ‘부부의 세계’처럼 스릴러는 기존의 드라마 유형과 결합하면서 더 흔히 눈에 띄게 됐다.


16부 또는 그 이상을 끌고 가야 하는 드라마에서 스릴러 장르 특성인 일정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끌고 가기는 쉽지 않다.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스릴러 드라마들의 경우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격적으로 저버리는 반전을 던지고 이와 관련된 떡밥을 매끄럽게 회수하는 전개로 긴장감을 잃지 않은 공통점이 있었다. 걸작으로 자리잡은 스릴러 ‘비밀의 숲’이나 ‘동백꽃 필 무렵’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괴물’은 20, 21일 1, 2회 방송을 마친 후 또 한 편의 성공적인 스릴러의 탄생을 기대해보게 했다. 물론 앞으로 남은 많은 방송 회차에서 늘어지지 않고 여러 복선들을 깔끔하게 풀어내야 성공한 스릴러로 남겠지만 일단 강렬한 출발로 드라마를 챙겨 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괴물’의 1, 2회는 주인공 이동식(신하균분)이 연쇄살인범이 아니기를 시청자들이 여기도록 빌드업 한 후 2회 엔딩에서 연쇄살인범의 특징인 희생자 손가락 마디를 절단해 희생자 집에 전달하는 행동을 하는 이동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발적 반전을 던졌다.


사진제공=JTBC


‘괴물’은 서울 외곽, 가상의 지역인 문주시 만양읍이 배경이다. 만양 파출소 내 또라이 경사 이동식에게 서울청 외사과 출신에 아버지가 경찰의 2인자인 엘리트 한주원(여진구분) 경위가 나타난다. 서로가 정반대인 둘이 파트너가 되고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체가 발견된다. 살인용의자였던 이동식의 과거가 겹치면서 미스터리 스릴러가 전개된다.


이동식은 20년 전 동생 이유연의 납치, 지인 방주선의 살해 용의자였다 풀려나 경찰이 됐고 광수대의 강력계 형사였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만양읍 파출소로 좌천돼 근무하고 있다. 살해용의자가 된 것은 오류의 결과라 생각될 만큼 치매 노인, 지적장애인 등 약자들을 성심성의껏 챙기고 올바른 가치를 지닌 듯 보이며 능력 있고 좋은 경찰이다.


하지만 한주원은 이동식의 혐의를 의심하면서 곁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본인도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한 여성의 죽음과 얽힌 비밀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만양읍에는 다시 여성들의 사체가 발견되기 시작한다.


‘괴물’이 모처럼 기대를 갖게 하는 스릴러인 이유는 이동식이 연쇄살인범인 듯 보이는 강력한 반전을 출발부터 강렬하게 던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미스터리도 겹겹이 잘 구축돼 있다. 이동식만 놓고 보면 큰 줄기인 그의 살인 여부에 더해, 광수대를 떠나야 했던 이유, 그리고 간간이 찾아오는 극심한 통증과 약복용 등이 궁금증을 쌓아가게 만든다.



미스터리는 이동식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주원도 여성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을 갖고 있고, 파출소 서장과 동료 경찰이나 마을 사람 등도 모두 이동식과의 관계에서 감추어진 뭔가가 있어 덜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등장 때도 극의 긴장감이 줄어들지 않는다.


사진제공=JTBC


그러면서도 전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빠르다. 1회 엔딩을 복잡미묘한 감정의 클로즈업 표정만으로 끝내도 될 만큼 화면을 압도하는 신하균이나, 신하균과 긴장감을 잘 만들어내는 여진구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괴물’의 장점에서 빼놓을 수 없다.


남성 둘이 주인공인 버디 드라마의, 불협화음에서 브로맨스로 마무리되는 공식이 ‘괴물’에서는 어찌 될지 지켜보는 흥미로움도 있다. 그러면서도 역시 ‘괴물’에 대한 가장 큰 기대는 살인자가 아닐 것 같은 이동식을 살인자인 듯 던져 놓은 이 출발에 달려 있는 듯하다.


이동식이 정말 연쇄살인범이 맞다면 범인을 시작부터 밝혀 놓고 남은 긴긴 여정을 어떻게 끌고 갈지 궁금하다. 만약 살인범인 듯 보여준 장면은 떡밥이고 실제는 아니라면 이를 납득할 수 있게 풀어낼지도 관심거리다. 떡밥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극적인 그럴 듯함이 부실하면 시청자들은 큰 실망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스릴러에서 치명적이다.


‘괴물’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닥공'(닥치고 공격)에 들어간 스포츠팀 같다. '닥공'은 관중을 열광시킨다. 다만 경기 시간 내내 짜임새를 유지하지 못하면 결국 경기는 패배하고 열렬하던 관중도 안티로 돌아서기 쉽다. ‘괴물’의 최종 스코어가 궁금하다.   


최영균(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