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2’ 김순옥의 프레스토 작법…순삭 60분

2021.02.24 페이스북 트위터

'펜트하우스2' 스틸컷, 사진제공=SBS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은 프레스토로 빠르고 격렬하게 연주된다. 좀전의 음표들을 귓가에 새기기도 전에 새로운 음표가 치고 들어오며 얼얼하게 귓가를 자극한다. 스피드로 순간의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연주곡이다. 이렇듯 빠른 속도가 주는 쾌감은 감각을 전율하게 한다. 속도가 주 힘, 김순 작가가 ‘펜트하우스2’를 이끄는 동력이다.



수많은 궁금증 낳고 호기심을 고조시킨 SBS 금토 드라마 ‘펜트하우스2(극본 김순옥, 감독 주동민)가 더욱 빨라진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를 버무린 장면들로 지난 주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첫 주부터 시청률 20%대라는 ‘대박’ 성적표를 들고 더욱 의기양양하게 말이다. 시즌1을 통해 성공적인 예행을 마쳤으니, 시즌2에선 그것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양새다. 더욱 베베 꼬인 이웃 간의 러브 라인, 충격적인 음독 자살, 피로 얼룩진 폭행, ‘식고문’ 학교 폭력 등 첫 주에 모두 다뤘다고 믿을 수 없는 자극적인 사건들이 빠른 속도감에 맞춰 끊임없이 쏟아졌다.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시즌2 첫 회는 시즌1의 처음과 흡사했다. 시즌1의 민설아(조수민)에 이어 또 한 번 여학생의 사고로 시즌2의 포문을 열었다. 화려한 배경과 함께 청아예술제의 막이 오르고 대상을 발표하려는 중대한 순간, 짧은 비명과 함께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학생이 가파른 계단에서 추락하면서 시작된다. 시간은 5개월 전으로 돌아가 헤라팰리스 주요 인물들의 삶을 빠른 전개로 그렸다. 탈옥수 오윤희(유진)은 주단태(엄기준)를 도와 누명을 씌운 양집사(김로사)의 자살로 자유의 몸이 되어 하윤철(윤종훈)의 아내가 됐고, 천서진(김소연)과 주단태(엄기준)은 이익 관계에 의한 약혼자 사이가 됐다. 천서진은 오윤희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잡혔다. 더욱 알싸해진 새 시즌은 시청자들이 생각했던 상상의 범위를 훨씬 벗어난 반전 릴레이로 오감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펜트하우스2' 스틸컷, 사진제공=SBS


인물들의 뒤섞인 관계나 달라진 사회적 지위는 향후 전개에 궁금증을 최고조로 고조시켰다. 시즌1에서 가장 약자 계층이던 오윤희와 하윤철이 부부를 가장한 동맹이 됐다는 것과, 이들의 첫 등판에 부의 상징인 헬기가 등장했다는 건 돈의 리로 계급을 매기는 헬라팰리스 안의 많은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부모의 지위를 따르는 ‘펜트 키즈’들의 학급 내 서열도 마찬가지다. 특히 천서진이 성대 결절로 쓴 립싱크 대역이 오윤희이었다는 반전은 상하가 분명했던 두 사람의계 구도가 역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갈등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더욱 자극적인 프레스토 작법으로 돌아온 김순옥은 막장이라 비난했던 이들을 힐난하듯 더 과감하고 빨라졌다. 미친 속도감에 정신이 혼미해진 시청자들은 김순옥표 마라맛에 중독돼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입을 얼얼하게 하는 자극적인 맛으로 다른 음식에 대한 맛을 둔화시킨다는 마라다. 부족한 개연성과 자극적인 소재에 대한 비판은 어느새 불편한 지적으로 여겨지고 있고, 오히려 시청자들 사이에선 인과관계를 생각하지 말라는 시청 유의사항 밈(meme)이 생겼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워졌다. 작품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 자체가 바뀌었고, 새 시즌에 들어서며 이는 더 굳건해졌다. 



미친 속도감에 넋을 놓고 따라가다 보면 과몰입 상태로 60분이 순삭(순간 삭제)된다. 자극적인 전개에 명품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니 몰입는 더욱 최상다. 김순옥 작가의 필력도, 이를 실연하는 배우들도 물 만난 물고기처럼 안방극장을 휘젓고 있다. 가치 전달단 삶 되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주고 던 김순옥 작가의 바람은 ‘펜트하우스2’라는 날개를 달고 더비상 중이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CREDIT 글 | 한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