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이라는 한바탕 축제를 통해 알게 된 것들

2021.02.09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JTBC


최근 주변에 ‘1일 1유미’를 한다는 지인이 생겨났다. 삶이 부박하다는 이유로 잊고 지냈다며 지인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유미의 노래를 듣는다며 좋아했다. '싱어게인'의 영향이다.



8일 밤 JTBC '싱어게인'이 막을 내렸다. ‘치티치티뱅뱅’으로 서태지까지 소환했던 이승윤이 우승했다. 시청률은 10%를 넘었고, 출연자들은 각자가 불렀던 노래에 스토리텔링마저 더해지며 화제성이 폭발했다.


우승한 30호 이승윤의 경우 가요계 ‘새로운 종’이 출현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심지어 ‘장르가 30호’라는 유행어도 생겨났다. 유명 유튜버 '천재이승국'이 그의 형이라는 사실에 더해, 그의 집안과 아버지의 교육철학까지 회자되고 있다.



29호 정홍일의 경우 실수한 동작마저 극적인 퍼포먼스로 이어지며, 김수철에 견줄 ‘못 다핀 꽃 한송이’라는 극찬을 끌어냈다. ‘여보세요?’ 한마디로 이미 끝났다던 63호 이무진.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감동을 준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의 33호 유미, 엄청난 트라우마를 무대를 통해 극복해간 11호 이소정, 이들 외에도 팬덤으로까지 발전해가는 '싱어게인' 출연 가수들에 대한 관심은 신드롬으로 표현해도 낯설지 않을 정도다.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잊었고, 무엇이 달랐고, 또 무엇을 몰랐을까, 하고. 유미는 지금 사십 대가 된 남성에게 첫사랑과도 같은 설렘을 안겼던 가수다. 콘텐츠에서, 소비에서, 세대에서마저 주체에서 객체로 내몰린 사십대에게 첫사랑을 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진제공=JTBC


이승윤의 경우, 스스로 다른 종이라고 또 경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듯이 ‘우리가 아는 것’과 달랐다. 그가 무대를 쓸 듯이 또 음유하듯 부르던 '치티치티뱅뱅'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던 유희열은 그렇게 설명 가능하다. 정홍일이 내지른 헤비메탈은 또 어떤가. 대저 우리나라에 헤비메탈의 시대가 있었는가 하는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오늘 이 땅에서 메탈을 즐기는 사람은 극소수 중에도 극소수다. 대중은 모르는 분야인 것이다.


분명 우리는 몰랐으며, 다른 부분에 무관심했고, 지나간 것을 잊고 살았다. 그럼에도! 유미도, 이승윤도, 생계에 내몰렸던 정홍일마저도 음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야 그들을 알게 되었을 따름이다. 


'싱어게인'은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취지가 달랐다. ‘다시 부르기’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본선 71명의 무대는, 그 하나하나가 값졌으며 결실이었고 화제였다. 무엇보다 45호 가수 윤설하가 못 생기가 키가 작아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수많은 시청자가 안타까워 했다.



이소정의 고백은 더 많은 울림을 만들었다. 2명의 멤버를 떠나보내야 했던 레이디스코드의 교통사고는 여전히 회자된다. 이소정은 자신이 웃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노래로 마음을 전한 이소정에게 작사가 김이나는 진심을 전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이제 웃으셔도 된다, 라고.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에서는, 주인공 어니스트가 어려서부터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찾아 헤맨다. 어머니가 말씀했던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위대한 인물을 찾던 평생의 여정 끝에 한 인물을 발견한다. 그가 아닌 타인에 의해, 사람들이 외친 말은 이거였다. “어니스트 씨가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입니다!”


우리가 음악에서 바라는 것이 비록 소설 속 위대함과는 다를지언정 많이 닮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유미를 통해 추억을 되새기고, 이승윤을 통해 새로움을 접했다. 이소정을 통해 위로를 얻었으며 정홍일을 통해 격정을 느꼈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바로 큰 바위 얼굴 속 위대함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잊음과 다름, 모름을 인정하면 금세 보이는 것들이다. '싱어게인'을 통해서. 


손선영(소설가) 



CREDIT 글 | 손선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