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영드 말고 ‘유드’, 넷플릭스서 건진 보석들

프랑스부터 독일까지 드라마로 떠나는 유럽여행

2021.02.05 페이스북 트위터

'종이의 집', 사진제공=넷플릭스



현대인은 콘텐츠의 거대한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유명한 영화 한 편, 인기 드라마 한 편 정도 보면 모두와 대화가 통했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더욱이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의 확장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드라마(시리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는 굳이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 말고도 볼 만한 게 널렸다는 걸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새로움을 추구한다면, 생경한 경험을 전해 줄 유럽 산 시리즈들도 넷플릭스에서 한번 만나볼 만하지 않을까?

 

# 전세계를 강타한 ‘종이의 집’


OTT를 통한 유럽 여행의 시작은 스페인에서부터다. 아마 ‘종이의 집’ 정도는 봐줘야 ‘넷플릭스 좀 보는구나!’라는 소릴 듣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통해 세세한 줄거리를 나열하긴 하긴 그렇지만, 아무튼 '종이의 집‘은 한국으로 따지면 한국 조폐공사를 점거한 도둑들의 이야기다. 보통의 인질극이 금세 끝나는 것에 반해 이 시리즈는 시즌 2(시즌3과 4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에 이르기까지 밀폐된 공간에서 수많은 서사를 풀어낸다. 하지만 결코 심심하지 않다. 도둑들 간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 인질과 도둑간의 관계 형성, 그들을 잡으려는 경찰 조직과의 대치 등 꽤나 많은 플롯을 가지고 전개된다. 특히, 캐릭터들이 꽤나 풍요롭게 형상화되어 있다. ’종이의 집‘을 대변하는 건 아무래도 살바도르 달리 가면과 이탈리아 파르티잔에 의해 불려졌던 노래 ‘‘안녕, 내 사랑(Bella Ciao)’이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왜 이 시리즈가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들을 열광시키고,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졌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종이의 집’은 단순한 도둑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파시즘과 나치에 대항했던 민중의 노래가 상징하듯, 시리즈는 기존 체제에 대한 여러 의미의 저항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국내에서 리메이크 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기대감도 있지만 사실 우려도 크다. 시리즈 속에 녹아있는 복잡다단한 사회, 문화, 정치적 요소들이 어떻게 한국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라 레볼뤼시옹’, 사진제공=넷플릭스



#푸른 피의 혁명 ‘라 레볼뤼시옹’

이번에는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넘어갈 차례다. 시공간 역시 18세기로 건너 띈다. ‘라 레볼뤼시옹’이 프랑스 여행의 안내자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시리즈는 ‘프랑스 혁명’의 뒤에 숨겨져 있을 법한 이야기에 기대어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소재는 뱀파이어, 좀비 등의 호러 크리처들이다. 한국발 넷플릭스 히트작 ‘킹덤’처럼 이 역시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또 마치 나치가 자행했던 것과 유사하게 특수한 목적에 기반한 살육에 대한 이야기다. ‘라 레볼뤼시옹’은 제작비가 엄청나게 투입된 그런 류의 중세물은 아니다. 하지만 익숙한 소재를 대단히 아름다운 시절의 프랑스로 가져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마치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속 과거 장면들처럼 말이다. ‘라 레볼뤼시옹’은 퇴폐미 그윽한 뱀파이어(또는 좀비) 장르물이다. 만일 당신이 이 과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또 다른 프랑스 뱀파이어물인 ‘뱀파이어들’의 현대 시간을 여행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어둠 속으로', 사진제공=넷플릭스


# 태양을 피하는 방법 ‘어둠 속으로’


푸른 피와 붉은 피가 낭자한 프랑스를 넘어 벨기에로 날아가면 된다. 스페인, 프랑스 드라마 정도까지는 그나마 익숙한데, 벨기에 드라마를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어둠 속으로’라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내러티브는 꽤 단순하고, 많은 클리셰에 의존한다. 태양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도주해야만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기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하나의 여객기에 몸을 싣고 티격태격하며 어둠 속으로 끝없이 이동한다. 그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또 다른 군상들과의 생존 경쟁이 펼쳐진다. 익숙한데도 이 드라마는 꽤나 흥미롭다. 대략 회당 40분 분량의 에피소드 6개가 시즌 1의 전부다. 그래서 갑작스레 마무리되는 느낌이어서 새로운 시즌이 제작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벨기에 산 영화가 아닌 드라마와 처음 조우하는 신선한 경험까지 곁들여졌기에 더욱 그렇다.


'다크', 사진제공=넷플렉스



 

# 혼란스러운 타임 패러독스 ‘다크’


넷플릭스 호를 타고 부유하는 유럽 랜선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독일이다. 사실 독일은 미국, 영국과 함께 영화 역사에 있어 중요한 나라 중 하나다. 물론 프랑스는 더 말할 나위 없고, 스페인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아무튼 그럼에도 독일 드라마는 낯설다. 그 낯선 경험이 가히 묵직한 쾌감으로 다가온다면 한 번쯤 마주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정서를 전해 줄 시리즈는 바로 ‘다크’다. 넷플릭스를 전 세계에 알리게 된 시발점이 되기도 했던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 2 공개 시점 즈음 함께 접하게 되었던 ‘다크’ 시즌1은 단박에 전 에피소드를 정주행하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타임 패러독스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다크’는 상당히 복잡한 시공간을 다루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한 마디로 살짝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크’의 서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노트를 해가며 봐야 할 판이다. 이 상황을 이겨내고 시즌1의 결말부는 시즌2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거대한 떡밥을 투척한다. 물론 시즌2와 3도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이들 이외에도 비영어권에서 제작된 좋은 시리즈는 무궁무진하다. 만일 당신이 폴란드로 떠나보고 싶다면 ‘1983’을 만나보길 권한다. 만일 북유럽의 핀란드로 가보고 싶다면 범죄 시리즈 ‘데드윈드’도 만나 볼 만하다. 행여 프랑스를 조금 더 여행하고 싶다면 최근 공개된 ‘뤼팽’도 권한다. 이렇게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콘텐츠들도 굉장히 많다. 이게 다 OTT 플랫폼이 거대화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펼쳐지면서 발생하게 된 결과다. 물론 소비자이자, 시청자이며, 구독자인 우리에게는 굉장히 좋은 일이다. 그만큼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주영(칼럼니스트) 

 



CREDIT 글 | 이주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