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의 '얼음왕국' 언제야 녹을까?

2021.02.03 페이스북 트위터

'허쉬', 사진제공-JTBC



길거리 남자들의 머리카락이 박새로이(박서준)처럼 짧아지고, 개그맨 문세윤의 조이서(김다미) 분장에 웃음이 터졌던 때가 있다. 지선우(김희애) 성대모사가,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이태오(박해준)의 한 마디가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다. 2020년 상반기 JTBC 드라마는 ‘이태원 클라쓰’로 ‘부부의 세계’로 시청률부터 온·오프라인 화제성까지 평정했다.

 

하지만 1년 사이, JTBC 드라마는 침체의 늪에 깊이 빠졌다. 다양화된 채널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발달로 한 자릿수 시청률이 익숙해진 요즈음이라지만, JTBC의 일주일 드라마들은 현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토드라마 ‘허쉬’는 펜대보다 큐대 잡는 날이 많은 고인물 기자 한준혁(황정민)과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생존형 인턴 이지수(임윤아)의 성장기이자 월급쟁이 기자들의 삶을 조명한다는 기획 의도를 품고 지난해 12월 닻을 올렸다.

 

영화판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 황정민이 8년 만에 선택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드라마. 일간지에서 11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한 정진영 작가의 경험이 담긴 소설 ‘침묵주의보’를 원작으로 하기에, 평범한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기자들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담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자극적인 장면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언론사와 사회를 향한 등장인물들의 불만 가득한 대사는 시청자에 피로감을 안겼다.

 

그 결과 첫 방송이 기록한 3.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이하 동일)는 최고 시청률로 남았고, 2%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중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진행된 스페셜 방송 당시 “시청률이 25%가 나온다면 뭔들 못하겠냐”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황정민의 바람과 달리, 2.5%의 성적표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제공=JTBC


 

지난달 18일 방송을 시작한 월화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제목처럼 다소 도발적인 진행으로 이목을 끌었다. 설렘 끝에 사랑에 골인하는 로맨스 드라마의 전형에서 벗어나 배신과 아픔을 겪은 윤송아(원진아)에게 채현승(로운)이 가짜 연애를 제안한 것이다.

 

송아 현승의 가짜 연애가 진짜 연애로 이어지기 위한 속도감 있는 전개는 신선함을 선사했다. 다만 이 신선함이 성공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의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6회까지 진행되면서 1~2%대 시청률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말맛’을 제대로 살린 수목드라마 ‘런온’은 호평받고 있다. 이 드라마는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 맺으며 서로를 향하는 완주 로맨스를 그린다.

 

“본 적 없는 참신하고 따뜻한 대사”가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였다는 배우들의 발언처럼, ‘런온’에는 각각의 결핍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해 서로를 어루만지듯 대화한다. 진부하지 않게 표현되는 따뜻한 다독임은 시청자에게도 위로를 선사한다. 하지만 3%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둔 만큼 반등을 노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제공=JTBC


 

미디어 환경의 변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는 방송사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에 악영향을 미쳤다. 경영에 빨간불이 켜지자 방송사는 드라마에 대한 투자를 보수적인 방향으로 틀었다. 드라마 제작이 투자 규모만큼 리스크 또한 크기 때문이다. JTBC가 청춘물과 로맨스물, 학원물 등 비교적 제작비가 적게 드는 작품을 연달아 편성한 것 또한 같은 이유로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 종영한 OCN ‘경이로운 소문’, SBS ‘펜트하우스’ 등이 높은 시청률과 함께 화제성까지 잡았던 것을 보면, JTBC 드라마는 잔잔한 이야기에 심심함을 느낀 시청자로부터 외면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랜 시간 숨 고르기를 한 JTBC 드라마는 2월 둘째 주에 연달아 출격하는 ‘시지프스: the myth’(이하 ‘시지프스’)와 ‘괴물’로 시청률 반등을 노린다. ‘런온’의 바통을 이어받을 ‘시지프스’는 우리의 세상에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 존재를 밝혀내려는 천재공학자 한태술과 그를 위해 멀고도 위험한 길을 거슬러 온 구원자 강서해의 여정을 그리는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다. 배우 조승우 박신혜가 장르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줄 예정이다.

 

‘허쉬’가 물러나는 자리에는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법과 원칙을 부숴버린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을 ‘괴물’이 기다리고 있다. 신하균이 속내를 알 수 없는 만양 파출소 경사 이동식 역을, 여진구가 비밀을 안고 만양 파출소에 내려온 엘리트 형사 한주원 역을 맡아 심리 추적 스릴러의 진수를 선보일 전망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화려함을, 쫓고 쫓기는 긴장감을 품은 장르물은 시청률 부진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JTBC 드라마의 2월 성적표가 궁금해진다.


조이음(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이음(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