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의 귀환이 실망스럽지 않은 5가지 이유

6년만의 컴백작 '결혼작사 이혼작곡' 뜨거운 반응

2021.01.29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TV CHOSUN



임성한 작가가 돌아왔다.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지만 임 작가의 복귀를 바라보는 대중과 업계의 관심은 평균 이상이다. 왜일까? ‘보고 또 보고’와 ‘인어아가씨’로 시작된 일련의 임성한식 화법에 대중이 매번 높은 시청률로 화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는 제각각이다. "욕하면서 본다"는 이들도 있고 "결국 재미있어서 본다"는 이들도 있다. 

그 ‘매직’은 이번에도 통했다. 임 작가가 6년 만에 선보인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새 주말 미니시리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은 방송 첫 회 만에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2회는 전국 시청률 7.2%((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았다. 1회를 본 이들이 ‘실망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유1. ‘불륜’이라는 소재

‘결사곡’은 ‘30대, 40대, 50대 부부에게 닥친 불행, 그리고 진실한 사랑을 찾는 부부들의 불협화음을 다룬 드라마’를 표방한다. 그 부부들에게 닥친 불행이 ‘불륜’(不倫)이라는 것은 1, 2회를 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눈치 챌 수밖에 없다. 아내 몰래 또 하나의 휴대폰을 쓰다가 적발된 30대 남편, 젠틀함의 대명사인데 어딘지 모를 비밀을 간직한 듯한 40대 남편, 그리고 대학교수로 누구보다 얌전한 성품을 가진 50대 남편의 느닷없는 이혼 선언까지. 그들의 아내는 ‘내 남편 만은 절대 안 그럴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이제 곧 발등 찍힐 순간에 다가가고 있다. 

불륜을 중심에 둔 남녀상열지사는 항상 흥미로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대중을 들끓게 만든 소재였다. 지난해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그랬다. 드라마의 소재로 인식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내 배우자의 행실을 되짚어보게 하는 마력을 가진 소재다. 

게다가 그런 민감한 소재를 임성한 작가가 다룬다. 요리로 치자면 소문난 요리사에게 웬만해서는 실패하기 힘든 재료를 맡긴 셈이다. 자극적인 터치와 파격적인 전개로 항상 시청자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던 임성한 작가의 불륜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유입시키는 강한 자성을 갖기 충분하다.

사진제공=TV CHOSUN


#이유2. 특유의 ‘화법’

임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간략히 정리해보자. 일단 등장인물이 많다.(그래서 극이 전개되며 사망하는 인물이 많은 지도 모른다) 그들은 독특한 이름과 뚜렷한 캐릭터를 갖는다. 그 안에 미끼가 되는 사건을 투척한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이 무수히 많은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진실을 드러낸다. 그 과정 중 미신 혹은 영적인 요소가 포함되거나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 

‘결사곡’도 이 화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회까지 등장한 주요 커플만 해도 부모 세대까지 포함해 여섯 커플이다. 그들의 복잡다단한 관계를 2회 만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솜씨도 여전하다. 판사현(성훈), 사피영(박주미) 등 이름 또한 남다르다. 우스개소리로 "변호사인 판사현의 이름에 왜 ‘판사’가 들어가는가?"라는 댓글도 달린다. 그런데 판사현이 느닷없이 꿈을 꾼다. 그리고 자다가 일어나 서재로 가서 해몽집을 꺼내 든다. "무슨 전개지?" 싶다. 이는 태몽에 가깝고, 그에게 외도녀가 있으며 외도녀가 임신을 했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한다. 

물론 이 정도로 분석으로 방대한 ‘임성한 월드’를 한번에 정리할 순 없다. 하지만 ‘결사곡’이 이미 임 작가의 드라마가 갖는 문법과 화법에는 충분히 충실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시청자들도 이런 임 작가의 화법에 익숙하고, 또 그걸 바란다는 것이다.

#이유3. ‘올드함’이라는 희소성

‘결사곡’의 실시간 대화방에는 "올드하다" "옛날 드라마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속속 올라온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비슷한 뉘앙스를 가진 주말극이나 일일극은 여전히 지상파에서 방송되고 있다. 다만 스마트폰을 활용해 실시간 대화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대가 그런 드라마를 보지 않을 따름이다.

‘결사곡’은 임 작가가 시도하는 첫 ‘미니시리즈’다. 기존 임 작가의 작품은 긴 호흡으로 진행됐다. 일일극일 때는 100부작이 넘었다. 하지만 임 작가가 ‘결사곡’을 미니시리즈로 집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야기를 보다 압축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진부한 방송국 세트 중심이던 일일극, 주말극에서 미니시리즈로 넘어오며 야외 로케이션 촬영과 공들인 세트장이 배경이 돼 볼거리도 풍성해졌다.  

사진제공=TV CHOSUN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드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등장 인물들의 대사톤의 영향이 크다. ‘결사곡’에서는 애나 어른이라 할 것 없이 인생을 달관한 듯한 말투를 쓴다. 대사량도 많다. 특히 사피영이 엄마와 나누는 10분 가까운 투샷 대화 장면은 속도감을 중시하는 요즘 드라마 시장을 향한 ‘거대한 도전’ 같았다. 

하지만 이런 올드함이 묘한 끌림을 준다. 대사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는 다소 떨어질지언정 곱씹을 만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며 가볍디 가벼운 대사를 주고 받는 요즘 드라마에 지친 이들이 느끼기에 ‘결사곡’은 오히려 참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피영 모녀의 지리한 대화 장면은 1, 2회로 족하다. 반복된다면 재미가 다소 떨어지는 것을 넘어 시청률이 뚝 떨어지는 트리거가 되고 말 것이다.

#이유4. 찰떡 궁합 ‘채널’

이런 올드함은 ‘결사곡’을 편성한 TV조선이라는 채널과도 찰떡 궁합이다. TV조선은 2019년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채널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미스트트롯’으로 35.7%라는 가공할 결과를 냈고, 현재 방송 중인 ‘미스트롯2’의 시청률도 30%에 육박한다. 단연 중장년층의 지지도가 압도적이다. 그들에게 ‘결사곡’은 오히려 "오랜만에 볼 만한 드라마가 나왔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트로트가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편견이듯, TV조선에 중장년층만 쏠린다는 것 또한 섣부른 추측이다. 앞서 언급했던 실시간 채팅방은 본방송을 챙겨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결사곡’이 방송되는 시간에 TV조선에 채널을 맞춰놓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제공=TV CHOSUN



드라마를 보면서 실시간 채팅방에 참여하는 멀티 태스킹을 하는 중장년층이 얼마나 될까? 네이버TV만 기준으로 봐도 2회 만에 1만4000개가 넘는 대화가 오갔다. 이를 주도하는 이들은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고 채팅 참여율이 높은 젊은층으로 보는 것이 옳다. 결국 ‘결사곡’은 중장년이라는 단단한 부동층에, 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젊은층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TV조선과 ‘결사곡’이 전 연령층에게 소구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유5. 불륜대상 ‘추리’하라

‘결사곡’을 보고 있노라면 임 작가가 다양한 장치를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표적인 예가 ‘불륜녀 찾기’다. 1∼2회를 통해 세 남편에게 외도 대상이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만 풍겼을 뿐, 그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2회에는 배우 이민영, 송지인, 임혜영 등이 등장했다. 그들 역시 불륜의 대상일지 아직 예단할 순 없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청자들은 이미 갖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세 여성의 직업군과 나잇대를 고려해 세 남편과 짝을 짓기도 하고, 심지어 세 남편들이 서로에게 애정을 느낀다는 파격적 추측도 나온다. 이 역시 임 작가의 기존 작품에 동성애 코드가 포함됐던 것을 염두에 둔 분석이다. 

이러한 추리는 최근 몇 년 간 여러 작품에서 사용됐던 장치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는 항상 주인공 여성의 남편찾기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예능 ‘복면가왕’, ‘싱어게인’, ‘슈가맨’, ‘히든싱어’ 등도 추리를 통해 시청자들의 참여를 북돋는다. 대중은 스토리에 참여하길 원하다는 것을 임 작가가 포착해 이 같은 이야기 구성을 끌고 간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 드라마 외주제작사 대표는 "이러한 추리 요소는 기존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없던 설정이다. 임 작가가 새 작품을 준비하며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하고 새로운 요소로 드라마를 풍부하게 만들려 노력했다는 증거"라며 "‘결사곡’에서는 임 작가의 작품이 가진 장점 뿐만 아니라 장점도 드러나지만,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데 또 성공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