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2020 l 코로나19 에도 K 콘텐츠는 강했다 ①

2020.12.31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 2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을 수상한 '기생충'팀이 수상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긴 행보가 지난 2월 마무리됐다.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고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등 4관왕을 거머쥐었다. ‘계급 갈등’이라는 화두를 계단과 지하 등의 메타포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드러낸 ‘기생충’은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한 봉준호 감독이 시상식에서 객석에 앉아있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향해 던진 헌사는 한국식 존경 및 존중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기생충’의 잔치가 끝난 후부터 극장가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2월 중순 이후 코로나19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월 극장 매출은 전년도 같은 시기와 대비해 무려 93% 가량 줄었다. 지난해 100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면, 올해는 단 7명만 방문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는 쉽게 종식되지 않았고, 2020년 극장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반의 반’ 토막나고 말았다. 

#명불허전 BTS vs.  온택트 시대의 개막

보이그룹 BTS의 인기는 여전했다. 그들은 연일 각종 기록을 뛰어넘었고, 지난 9월에는 영어 가사를 붙인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첫 정상에 올랐다. 12월 초에는 한국어로 부른 ‘라이프 고즈 온’이 다시금 이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핫100의 경우 미주 지역 내 라디오방송 점수가 크게 반영되는 것을 고려할 때, BTS의 명성이 팬덤을 넘어 범(凡) 대중적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엔먼트


또한 BTS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인 그래미어워즈의 벽도 뛰어넘었다. 그들은 지난달 진행된 제63회 그래미어워즈 후보작(자) 발표에서 ‘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K-팝 가수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그래미는 주로 백인 가수들에게 상을 줘 ‘그래미 소 화이트’(Grammy so white·그래미는 백인들의 잔치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BTS는 이런 편견을 깬 데 이어 내년 초 열리는 시상식에서 수상을 노린다.

BTS의 인기와 더불어 K-팝 역시 고공행진했다. 블랙핑크, 슈퍼엠, NCT, 몬스타엑스 등이 빌보드를 공략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BTS의 월드투어를 비롯해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꽁꽁 묶였다. K-팝이 사상 최고의 흥행을 누리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는 비대면 공연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BTS의 ‘방방콘’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K-팝 가수들이 앞다투어 온택트(On+Untact) 공연을 준비했다. K-팝 스타들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보다 정교해진 온택트 공연이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의 마음을 달랬다.

#넷플릭스의 역습 vs. 3차 드라마 한류의 시작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 가장 큰 성장을 기록한 기업 중 하나는 세계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출을 삼가고 ‘집콕’ 생활이 늘면서 안방에서 전 세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부지기수 늘었다. 

'킹덤 시즌2', 사진제공=넷플릭스


한국 시장은 넷플릭스에게 녹록지 않았다. 자국 콘텐츠와 플랫폼이 강한 탓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한국의 유명 제작진과 배우들을 영입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수급하기 시작했고 2020년, 달디 단 결실을 맺었다.

연초에는 K-좀비의 서막을 알린 ‘킹덤2’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앞서 공개됐던 시즌1이 기대치를 높여놓은 상황 속에서 퀄리트 높은 속편은 한국 콘텐츠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을 바꿔놓았다. 하반기에는 영화 ‘사냥의 시간’에 이어 ‘콜’, ‘승리호’ 등이 줄줄이 극장 개봉이 아니라 넷플릭스 행을 택하며 업계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평이다.

넷플릭스의 덩치가 점차 커지며 국내 시장 위축 및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지만 이로 인해 3차 드라마 한류가 열렸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전세계 190개국에 소개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넷플릭스가 이달 중순 발표한 ‘2020 종합 톱10’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가 5편 포함됐다. 배우 현빈·손예진 주연작인 ‘사랑의 불시착’이 1위를 차지했고, 박서준과 김다미가 출연한 ‘이태원 클라쓰’가 2위였다. 이 외에도 김수현·서예지가 출연한 ‘사이코지만 괜찮아’(6위), 박보검·박소담의 ‘청춘기록’(8위) 등이 톱10 안에 포진했다. ‘겨울연가’가 1차 드라마 한류를 열었고,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2차 드라마 한류를 이끌었다면 3차 드라마 한류는 넷플릭스를 타고 온 셈이다.

유산슬, 사진제공=MBC



#트로트에 위로받고, 부캐에 웃다


2020년 최고의 콘텐츠는 아이러니하게도 전통 가요인 트로트였다. 지난해 송가인의 등장에 이어  유산슬(유재석)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한 트로트는 올해 ‘미스터트롯’이 임영웅, 영탁, 김호중 등을 배출하며 정점을 찍었다. 트로트가 음원 차트를 석권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임영웅의 유튜브 채널은 100만 구독자를 달성해 골드버튼을 받을 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 추석에는 ‘가황’ 나훈아가 가세했다. 그가 부른 ‘테스형’은 현 세대를 풍자하며 대중들의 마음을 달랬다.  

트로트의 강점은 가사였다. K-팝이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했지만 ‘가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던 반면, 트로트는 폐부를 찌르는 가사로 대중을 웃고 울렸다. "아∼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 왜 이렇게 힘들어"가 숱한 이들의 공감을 산 이유다.

트로트가 올해 가요계의 큰 축이었다면 방송가의 큰 축은 ‘부 캐릭터’(부캐)였다. 각 연예인들이 다양한 부캐로 활동하며 눈길을 끌었다. 유재석은 유산슬에 이어 혼성그룹 싹쓰리의 멤버 유두래곤, 걸그룹 환불원정대의 매니저 지미유로 주목받았다. 그 결과 그는 29일 열린 MBC ‘연예대상’에서 통산 16번째 대상 트로트를 들어올렸다. 린다지와 천옥(이상 이효리), 비룡(비), 만옥(엄정화) 등도 그들의 본래 이름 못지않게 화려하게 2020년을 수놓았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