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든 진기한 풍경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020.12.29 페이스북 트위터

mnet '포커스', 사진출처=방송캡처



2020년에는 TV에서 보기 힘든 존재들을 만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배우 중에는 황정민이 대표적이다. 그는 현재 JTBC 금토드라마 '허쉬'에서 참다운 언론인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한준혁 기자 역을 맡아 특유의 능숙한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최민식도 24년 만에 '카지노'라는 드라마 출연을 긍정 검토 중이고 하정우도 14년 만에 드라마 '수리남'으로 복귀한다.



영화에서 자리 잡으면 드라마를 잘 안 하는 게 대한민국 연기자들의 활동 패턴. 그래서 1000만 관객을 여러 번 기록한 대표적인 영화배우 황정민 최민식 하정우가 TV로 돌아온다는 소식은 큰 화제가 되곤 한다. 최민식과 하정우의 드라마는 영화감독과 손잡고 넷플릭스 같은 OTT를 플랫폼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로 보여 아직 TV에서 방송될지까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OTT 드라마는 지상파 종편 그리고 CJ 계열 케이블 등 주요 TV 채널들과 연계해 동시 방송되는 경우도 많아 최민식 하정우의 TV 복귀도 기대해 볼 만하다.


영화배우의 TV 복귀, 정확히는 드라마 복귀는 밤샘 촬영과 쪽대본 등 열악했던 드라마 제작 환경이 많이 개선되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드라마가 최근 들어 뻔한 소재에서 벗어나 영화처럼 다양한 상상력과 만나게 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19 대유행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극장 상영이 큰 제약을 받고 영화산업이 붕괴되는 수준으로 침체되면서 제작 편수가 급감한 상황도 영화배우들이 드라마에 눈을 돌리는 이유의 일부가 되고 있는 듯하다.


배우들만 TV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TV 출연에 의존하지 않고 공연에만 집중해서 활동해오던 가수들도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제약 때문에 공연을 제대로 열 수 없게 되자 TV의 도움을 받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무대를 가질 수 있었다.


;싱어게인', 사진출처=방송캡처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신드롬을 일으킨 KBS의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이다. 15년 만의 TV 복귀 공연에서 나훈아는 압도적인 가창력과 퍼포먼스, 입담으로 기록적인 29%(닐슨 코리아) 시청률과 함께 나훈아 열풍을 일으켰다.


나훈아만큼은 아니지만 TV 출연이 몇 년에 한 번 정도로 드문 이소라 같은 경우도 비슷하다. 이소라는 올해 '히든싱어 6'와 '비긴어게인 코리아'에 거듭 출연해 그의 공연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마음을 TV를 통해서나마 달래줄 수 있었다.


2020년에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TV 출연도 있었다.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지키면서 TV에 의지하지 않고 소규모 공연으로 좋은 활동을 이어오던 쟁쟁한 인디 뮤지션들을 JTBC '싱어게인' m.net '포커스 : Folk Us'(이하 <포커스>) 등의 경연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장이 아닌 TV 경연 프로그램에서 보는 이들의 무대는 반가우면서도 심사를 받는 모습은 뭔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들 뮤지션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운 것이기에 구체적인 이름은 거론하지 않겠다. 큰 성공을 맹목적으로 좇기보다 자신만의 음악을 위한 길을 걸어오던 이들이 TV 경연 프로그램에 나오게 된 것은 코로나 19로 인한 공연 시장의 심각한 위축 상황에서 오는 압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이들 중에는 컬트적인 팬덤을 모으며 자신이 속한 장르의 유행을 홍대 씬에 이끈 인디 뮤지션계의 스타들이 있었다.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권위를 인정받는 한국대중음악상의 수상자도 여러 명 있고 세계최대음악페스티벌에 한국 최초로 초청받은 가수도 있다.


인디 뮤지션이 TV에 나오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연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전문 음악 프로그램이라면 출연해 열심히 구축해온 남다른 음악 세계선보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좀 더 안정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힘이 돼주는 팬들이 늘어날 수 있고, 대중은 천편일률적인 TV의 대중음악에서 다양성을 만나게 돼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싱어게인', 사진출처=방송캡처


하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 경연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 안타깝다. 심사위원들이 아이돌이거나 음악 활동 경력이 충분히 길지 않아 문제 삼는 경우도 있는데 이보다는 한 뮤지션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올린 음악 세계를 시험 점수 받듯이 평가받고 당락이 나뉘는 상황은 분명 그들이 걸어온 길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경연 프로그램이더라도 출연한 것이 좋은 계기가 돼 자신의 음악을 좀 더 안정된 상황에서 추구할 수 있도록 상황이 개선되는 뮤지션이 나올 수도 있다. 이 뮤지션들을 열심히 찾아서 섭외한 '싱어게인'이나 '포커스'의 작가들이 은인이 될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고유의 음악색을 만들고 지켜온 뮤지션들이 한 곡 무대로, 대중도 아닌 몇몇 심사위원의 생존/탈락 평가를 받는 방식의 TV 경연 프로그램 출연만큼은 여전히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소리가 나오는 다소 아쉬운 일인 듯하다.


최영균(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