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난 '미스트롯2'가 암울한 대한민국에 선사한 희망

2020.12.21 페이스북 트위터

김연지, 사진출처='미스트롯2' 방송캡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매일 1000명을 넘고 있는 이 암울한 시기에 TV CHOSUN '내일은 미스 트롯2'(이하 미스트롯2)가 드디어 포문을 열었다. 


사실 나는 노래가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단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코로나19 확진수가 매일 1000명이 넘고야만 이 위험하고 난감한 시국에 노래나 불러젖힐 여유가 어디 있나 하는 마음이었다. 밖에 나가기도 무섭고, 집 안에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던 중, TV를 켜니 마침 '미스 트롯2'가 방송되고 있었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미스터 트롯'으로 스타가 된 가수들이번엔 심사위원으로 나와 그들만으로도 볼거리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미스트롯2'의 시청률은 28.6%. 요즘 같은 시기에 첫방 시청률이 이 정도면 거의 신드롬급이다. 이 미친 시청률의 비결은 무엇일까?



거의 1시간 반이 넘어가는 긴 방송 시간 동안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은 트로트가 아니었다. 바로 트로트를 부르는 후보자들의 사연들이었다. 그들이 스타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대단한 흡인력을 발휘한 걸까? 답은 그들이 스타가 아니어서다.

 

그들의 주목받지 못한 설움과 아픔에 오롯이 동화되었다. 한 명 한 명 후보자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그들이 모두 스타가 돼서 성공하기를 맘속으로 빌었다. 드디어 알았다. 전 국민을 휩쓸고 있는 트로트 열풍의 비밀을! 그건 노래도 한몫 했지만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울림 때문이었다. 우리 자신들 같이 특출난 스타성과 아주 빼어난 외모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재능 하나만 가지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



1%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무서운 경쟁사회에서 그 희망은 오래 전에 사라졌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되는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희망은 남아있다는 걸 보게 되는 이 사회에 대한 미약한 안도감. 그것이 지금의 트로트 열풍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 방송을 보는 동안 그들이 빨리 ‘반짝반짝’ 빛을 내길 맘속으로 응원하며 나도 다른 시청자들처럼 '나만의 픽(pick)'을 꼽게 됐다. 사실 자신만의 순위를 매기며 응원하는 건 경연 프로그램을 더 재미있게 보게 만드는 묘미.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픽'을 소개해본다.


하이량, 사진출처='미스트롯2' 방송캡처


#23년차 행사무대 가수 하이량


23년 동안 가수였지만 TV 방송에 나오는 건 처음이라는 하이량. 굉장히 세 보이는 카리스마와 외모로 노래도 터프하게 불렀는데 장윤정의 조언 한마디에 눌렀던 감정이 터져나왔다. 마이크 시설이 좋지 않은 지방 행사무대에 주로 서온 하이량이 노래 도중 마이크가 울릴까봐 아래로 쭉 떨어뜨리는 제스처를 취하자 장윤정이 방송국은 마이크가 좋아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 또한 그게 감점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일러주자 센 척하고 참아왔던 하이량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났다. 하이량이 계속 성능 좋은 방송국 마이크를 잡게 되기를 응원한다.

 

#씨야의 김연지


조영수 마스터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는 씨야 출신 김연지. 그가 등장하자 조영수는 시종일관 눈물을 흘렸다. 최근 씨야가 재결성되려다가 불발되고,트로트 가수가 되기 위해 신인의 입장에서 경연프로그램 무대에 선 제자 김연지의 모습을 보는 스승의 마음은 결코 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연지는 원래 노래를 아주아주 잘 부르는데 이날 방송에선 아직은 트로트가 낯선 느낌이어서 안타까웠다. 다음 무대에서는 정말 행복한 얼굴로 신나게 노래 불러주면 시청자들이 뜨겁게 반응할 것 같다.

 

#무명가수12년차 윤태화


어머니가 무명가수인데 자신도 똑같이 무명가수의 인생을 걷고 있다고 담담히 말하던 윤태화. 그는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 중인 어머니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해 출전했다고 말했다. “엄마 혼자 나 키웠잖아.. 우리 둘이 잘 살아왔잖아..어서 일어나”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할 때, 윤태화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자신의 마음속 같은 ‘님이여’를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며 올하트를 받아냈는데, 윤태화의 염원대로 마지막 우승을 할 때까지 그의 어머니가 깨어나시길 기원한다.


윤태화, 사진출처='미스트롯2' 방송캡처

 

#스페이스A 김현정


얼마나 그동안 노래가 부르고 싶었을까? 목사님인 남편이 겨우 허락해줘서 나왔다는 김현정은 예전에 스타였는데도 불구하고 신인다운 겸손함과 수줍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전혀 녹슬지 않은 대단한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했으며, 90년대 히트곡이던 자신의 노래 ‘섹시한 남자’까지 불러서 즐거움을 주었다.

 

#R&B가수 나비



오디션을 보며 임신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나비는 몹시 밝고 행복한 모습으로 완벽하게 트로트를 불렀다. 과연 예전에 R&B가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트로트 창법이었다. 아이를 가졌다고 차별받지 않고, 아이와 함께 끝까지 경연을 완주하기를 바란다. 

 

이 외에도 아이돌 베스티 출신의 강혜연, 아이돌 연습생 출신의 홍지윤, 90년대 아이돌 클레오의 채은정.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같은 창법의 마리아. 모두 매력적이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미래의 스타후보들이었다. 새로이 신설된 초등부는 또 어떤가? 임서원, 황승아, 김태연, 김수빈, 김지율, 김다현, 이소원까지 모두 어찌나 귀요미들인지.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웠다. 



앞으로  어떤 무대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이번주 방송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축제가 허용되지 않은 현 시국에서 '미스트롯2'가 안방극장에서 축제 한마당을 펼치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고윤희(칼럼니스트) 

 



CREDIT 글 | 고윤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