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미미했던 '쇼미9', 결말이 창대해진 이유는?

코로나19 시국에 맞춘 변화와 음악의 힘

2020.12.18 페이스북 트위터

스윙스, 사진출처='쇼미더나인' 방송 캡처


얼마 전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큰 판이 벌어졌다. Mnet 힙합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9' 우승자를 두고 논쟁을 벌이던 중 “자신 있으면 10만원을 걸자”라는 제안에 자리에 있던 세 명이 콜을 외쳤다. 나는 머쉬베놈에 걸었다. 한 친구는 스윙스를, 또 다른 친구는 원슈타인에게 배춧잎 10장을 베팅했다. 안타깝게도 원슈타인은 지난 주 탈락. 자, 20만 원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우리의 내기도 '쇼미더머니'의 MC 김진표가 진행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퇴물 논쟁까지 벌어졌던 '쇼미더머니9'가 대박이 났다. 굿데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7주 연속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 중이다. 머쉬베놈의 ‘고독하구만’, 스윙스의 ‘악역’ 등 무대영상은 모두 300만 조회수를 훌쩍 넘겼다. 제작진도 놀랐을 거다. 공개된 음원은 차트에서 상위권을 선점했다. 머쉬베놈의 “보자보자! 어디 보자!”는 유행어가 됐다. 미란이 춤을 따라 하는 SNS 게시물도 제법 보인다. 

사실 '쇼미더머니'는 ‘그만 좀 우려먹어라’는 사골국 취급을 받던 프로그램이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인맥 힙합 논란, 출연자의 대마초 흡연 등 네티즌들은 뚜껑을 열기도 전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제작진은 배수의 진을 쳤다. 

머쉬베놈, 사진출처='쇼미더나인' 방송캡처


'타짜', '기생충'도 9편까지 나온다면 명작이 될 확률은 희박해진다. '슈퍼스타K'도 시즌9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처음에는 할 게 없어서 의리로 봤다. 그래도 힙합을 들으면서 방구석을 긁는 게 뭔가 더 힙하고 덜 비참할 것 같아서. 근데 재미가 있다.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너도나도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됐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 음원, 입소문, 코로나19

음악이 좋아서. 이게 첫 번째다. 그동안은 ‘내가 짱이야!’ 식의 패기 넘치는 힙합 음악이 대부분이었다. '쇼미더머니9'는 다르다. 코로나19 시국을 반영한 음악, ‘VVS’, ‘내일이 오면’, ‘적외선 카메라’ 등 희망이 담긴 음악이 주를 이룬다. 무대가 좋으니 자연스레 입소문을 탔고. ‘찾아 듣는 음악’이 됐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집 밖에 못 나가는 것도 한몫한다.

뉴미디어와의 결부

TV, 안방극장에서 본방송을 챙겨보는 건 호랑이 장미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MZ세대는 유튜브를 달고 산다. 요즘 유튜브에서 핫한 래퍼들이 모두 '쇼미더머니9'에 출연했다. 게다가 프로듀서 출신 스윙스까지. 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구도가 흥미진진하다. '쇼미더머니9'는 본방송이 끝나면 바로 경연 무대만 따로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라온다. 이런 발 빠른 실행력이 시청자 입맛을 사로잡았다.

사진출처='쇼미더머니' 방송캡처


# 줄어든 돈 자랑

힙합에 ‘스웨그’라는 표현이 있다. ‘나 이만큼 벌었어’, ‘돈이 넘쳐 흘러’, ‘음악을 해서 건물을 사고 차를 샀다’며 자신을 과시하는 표현이다. 그간 많은 래퍼들이 스웨그를 부렸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한편으로는 아니꼽기도 했다. 현실은 학자금 대출 갚느라 버거운데. 수당 없이 야근하고 막차 타고 퇴근하는데 루이비통에 람보르기니 스웨그라니. 어렸을 때부터 ‘겸손’하라고 배웠는데 스웨그는 한국인 정서상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에서는 래퍼들의 돈 자랑이 줄었다. 아르바이트와 음악을 병행하는 신예 래퍼들이 나와 랩을 한다. ‘엄마가 식당을 안 하게 해주고 싶다’며. 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줄어든 악마의, 리와인드 편집


이번에는 악마의 편집 논란이 적다. 아예 없다는 건 아니다. 확실히 지난 시즌들보다는 적다. 누군가를 욕하거나 불신을 조장하는 MSG가 없으니 프로그램이 담백하다. 경연 무대를 온전히 볼 수 있다는 것도 한 표. 중간에 음악을 끊고 ‘최고급 스포츠카를 드립니다’ 광고가 나오지도 않는다. 프로듀서의 잡담도 줄었다. 한 장면을 두고 이 각도에서 한 번 보여주고, 출연진 한 번 비추고, 다른 각도에서 슬로로 한 번 더 보여주는 질질 끌기식 편집도 덜하다. 누군가를 떡실신시킬 테니 구급차를 불러달라는 협박도 없다. 편집이 담백해서 음악에 더 몰입하게 된다. 

이외에도 남자래퍼들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하드캐리'한  미란이의 존재감도 프로그램의 인기에 한몫 했다. '쇼미더머니9'은 오늘(18일) 밤 최종 우승자가 결정된다. 파이널 진출자 스윙스, 머쉬베놈, 래원, 릴보이 중 누가 영광의 우승자가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그리고 2021년 '쇼미더머니' 시즌 10으로 돌아올지도 관심을 모은다. 


박한빛누리(칼럼니스트) 



CREDIT 글 | 박한빛누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