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빅스타 예능 점령, "제2의 강호동' 나올까?

2020.12.15 페이스북 트위터

KBS '축구야구말구', 사진제공=KBS



스포츠 스타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투혼과 운동능력이 아니라 입담과 몸개그로 승부 중이다.



최근 TV에서 자주 보이는 풍경이다. 박찬호와 이영표는 KBS 월요 저녁 예능 '축구야구말구'에서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 주종목이 아닌 종목으로 아마추어 고수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영표는 '축구야구말구'에 바로 앞선 시간대에 tvN에서 최근 시작한 '골든일레븐'에도 등장한다. 축구선수 백지훈 김용대와 함께 축구 영재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월요일 저녁은 ‘이영표 예능 타임’으로 부를 만하게 맹활약 중이다.


KBS 금요 저녁 예능인 '위캔게임'에서는 안정환 이을용이 후배 조원희 백지훈과 e-스포츠로 축구 게임을 한다. 실제 축구에서는 만렙의 국가대표 출신들이지만 컴퓨터 게임에서는 초보인 차이가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이보다 앞서 박세리 등 여성 스포츠 스타들로 출연진이 구성된 '노는 언니'가 E채널에서 소개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JTBC '뭉쳐야 찬다'는 타 종목 스포츠 레전드들이 안정환 감독의 지도 아래 아마추어 축구 대회에 나서는 포맷. 좋은 반응을 1년 반 넘게 이어가면서 장수 예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마침내 끝판왕들도 함께 나선다. MBC에서는 대한한국 스포츠의 국제화 시대를 연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을 함께 모아 '쓰리박'(가제)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내년 초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한 프레임 안에서 좀처럼 함께 보기 힘든 이 스포츠 빅스타들을 매주 모아서 보는 일이 가능해졌다.


KBS '위캔게임', 사진제공=KBS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대대적이다. 예능인들의 모태 같은 콩트 코미디 프로그램 KBS '개그콘서트'와 뒤이은 JTBC '장르만 코미디'가 연이어 방송을 중단하면서 예능인들의 설 자리는 줄어드는 분위기도 한 편에서는 존재하는 상황에서 몰려드는 스포츠 스타들을 보고 있으면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계를 대대적으로 침공하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얼핏 보면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진출은 스포츠 예능에 한정된 듯 보인다. 주종목에서는 초인적 면모를 보였던 스포츠 스타들을 익숙하지 않은 타 종목 도전에 나서게 하면 인간적인 모습들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과 재미에 기반한 예능 포맷이다. '뭉쳐야 찬다' '축구야구말구'가 대표적이며 '노는 언니'와 '위캔게임'도 부분적으로 같은 부류다.



하지만 스포츠 예능에서만 스포츠 스타들이 활약하고 있다면 ‘예능 침공’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 출신 스타들은 일반 예능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안정환 서장훈 김동현 등 이미 몇 년 전부터 인기리에 겹치기 출연하며 전문 예능인 못지않은 활약 중인 선출을 제외하더라도 관찰 예능 등을 통해 스포츠 스타들을 예능에서 만나는 일은 흔해졌다.


MBC '나혼자산다'의 박세리 김연경, KBS '사장님귀는 당나귀귀'의 현주엽,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이영표 등은 관찰 예능을 통해 예능감을 인정받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뻗어 나간 경우다.


SBS '정글의 법칙'같은 예능은 허재 김병현 조준호 이상화 이용대 김요한 이영표 박세리 우지원 박찬호 등 셀 수 없이 많은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감을 확인하는 감별사 노릇을 하고 있기도 하다.


E채널 '노는 언니', 사진제공=티캐스트


스포츠 스타들이 선호되는 것은 당연하다. 방송가에서는 늘 신선하지만 대중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인물들을 쉬지 않고 찾는다. 스포츠 스타들은 예능에서는 새 얼굴들이지만 이미 셀럽으로 대중들에게 인지도는 높다. 그러면서도 경기 모습 외에 실제 성격이나 토크 스타일 등 사적 측면은 적게 알려져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물론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진출 사례 중에 성공적이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게 존재해 왔다. 저 멀리 씨름의 박광덕을 시작으로 축구의 송종국 이천수, 핸드볼 최현호, 격투기 송가연 등은 예능 도전에 나섰지만 안착하지는 못했다. 양준혁도 일반 예능인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별 반응을 못 얻었다가 스포츠 예능인 '뭉쳐야찬다'에서야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현재 대대적인 스포츠 스타의 예능 침공은 스포츠 예능의 일시적인 유행의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시도가 잦으면 성공 확률도 높은 법. 현재 예능에 대거 등장하는 스포츠 스타들 중 예능인으로의 안착을 보여주는 추가 사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제2의 강호동까지는 힘들지 몰라도 제2의 추성훈 서장훈 안정환 김동현 등이 탄생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셰프의 사례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한때 셰프들이 예능을 뒤덮던 시절이 있었다. 요리 예능의 급부상과 더불어 많은 셰프들이 먹방뿐 아니라 일반 예능까지도 패널과 게스트로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하지만 현재 그 많던 셰프들 중 대부분은 다 자신의 주방으로 돌아갔다. 셰프에 이은 스포츠 스타들의 대대적 예능 입성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칼럼니스트) 



CREDIT 글 |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