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준 세정 산들이 9시 이후 세상에 보낸 편지

2020.12.10 페이스북 트위터

윤두준, 사진제공=어라운드어스엔터테인먼트



매일 밤 9시, 도시가 멈춘다. 곧 지나갈 침묵이라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자신을 다독이지만 한 해 동안 쌓인 갑갑함과 이유 모를 억울함에 울렁이는 마음이 좀처럼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일 년 내내 보고 싶었던 사람도, 손꼽아 기다렸던 공연도 모두가 사라진 요즘, 세상의 모든 불이 꺼진 9시 이후 나를 위로해 줄 음악의 존재가 그래서 더욱 소중해진다. 그런 혼자만의 시간에 어울릴 4장의 케이팝 앨범을 준비했다. 모두 2020년 발표된 새 앨범들이며, 공감과 위로에 특화된 작품들이다. 케이팝은 과하고 화려해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노동요나 운동 BGM으로만 쓰인다는 고정관념을 깨 줄 만한 노래들이다.

윤두준 [Daybreak]

데뷔 12년 만에 내놓는 윤두준의 솔로 앨범은 곳곳이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돌로서는 선배 중의 대선배 취급을 받는 연차에, tvN ‘식샤를 합시다’ 등의 작품을 통해 가수보다는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강하게 각인시킨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제대 후 솔로 앨범을 낸다는 소식도 그랬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음악은 더욱 기대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0:00 am’을 첫 곡으로, 앨범은 자정 이후 우리가 가장 감성적으로 되는 시간 또는 누구에게라도 위로를 받고 싶은 시간을 한 곡 한 곡 욕심내지 않고 조용히 담아낸다. 뛰어난 가창력을 뽐내거나 대단한 음악 세계를 펼쳐놓기보다는 듣는 사람의 곁에 가만히 자리 잡는 앨범이다. ’지금 당신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고민이나 생각들을 너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라는 그의 의도 그대로. 

세정,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세정 [화분] 

세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소란스러웠던 한 시절을 가장 소란스럽게 통과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2위, 이어진 1년 간의 프로젝트 그룹 활동과 구구단으로 한 가요계 정식 데뷔, 가수에서 배우를 가로지르는 독자적인 활동까지. 그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누구보다 많은 눈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누구보다 솔직하게 웃고 노래하고 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쉽지 않았던 시간을 뒤로하고 2020년 봄 자신의 이름으로 처음 내놓는 미니앨범에서 세정은 당연하다는 듯 ‘위로’를 말한다. 선우정아가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화분’을 제외한 전곡을 자신의 자작곡으로 채운 세정은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활기차게 다채로운 표정의 위로를 늘어놓는다. 너에게 건네는 위로의 손이 곧 자신에게 건네는 손이기도 하다는 듯, 여전히 슬프도록 화사한 얼굴로. 그러나 그 언제보다 자신감 있는 얼굴로. 

산들 [생각집]

예명은 아이돌 출신 가수와 배우들 대부분의 발목을 잡는 요소지만, 그 가운데에도 참 잘 지은 예명이다 싶은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산들이 그런 경우다. 2020년 ‘생각집’이라는, 자신의 이름과 참 잘 어울리는 살랑이는 자작곡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그 동안 인정받았던 보컬리스트로뿐 만이 아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꾸준히 드러낸다. 앨범 [생각집]은 첫 싱글 ‘게으른 나’를 시작으로 그가 하나둘 꺼내놓은 포근한 어쿠스틱 팝, 발라드 계열의 노래 다섯 곡을 소담하게 담은 작은 노래 상자다. 온 세상이 매일 같이 불안과 위기를 말하는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복잡한 판단 없이 몸과 귀를 맡길 수 있는 편안함 그 자체의 시간을 원한다면 한 번쯤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산들, 사진제공=WM엔터테인먼트


DAY6 [The Book of Us : The Demon] 

달콤씁쓸한 청춘에 얽힌 사랑과 우정을 노래하던 데이식스가 깊은 절망과 상실감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머리와 심장이 텅 빈 생각 없는 허수아비’가 되어 버린 것 같다며 절규하는 앨범은 언제나 그랬듯 틀 없이 소리치고 구르며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지만 그를 감싸고 있는 건 전에 없이 희뿌연 기운이었다. 때마침 새 앨범 발매와 동시에 전해진 일부 멤버의 불안증세 호소와 그로 인한 일시적 활동 중단 소식은 그러지 않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앨범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 번 더 흔들어 놓는 요소가 되었다. 갑작스레 멈춘 그들의 시간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로 멈춰버린 지금의 세상와 겹쳐진다. 자신들의 방식으로 다시 한 번 사람들을 토닥인다.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CREDIT 글 |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