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달수, 3년의 쉼표 후 조심스레 내딛는 첫걸음

25일 개봉된 영화 '이웃사촌'으로 3년 만에 귀환

2020.11.27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오달수가 돌아왔다. 마침표로 끝날 것 같았던 배우인생이, 3년의 쉼표로, 그리고 이제 대중들 앞에 복귀에 대한 물음표로 돌아서게 됐다. 많은 이가 알다시피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이후 터진 미투 파문으로 2번의 입장 발표와 함께 “제 부덕의 소치”라며 대중 앞에 자취를 감췄다. 거제도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고, 마음 고생을 술로 지우다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찰나 경찰은 지난해 초 오달수의 성추행 혐의에 ‘혐의 없음’을 발표하고 내사종결 처리했다.

그리고 오달수는 지난 11일 오랜 칩거 끝에 영화 ‘이웃사촌’ (감독 이환경, (주)시네마허브 , (주)환타지엔터테인먼트)의 언론시사회를 통해 얼굴을 드러냈다. 나아가 개봉 직전 인터뷰를 통해 언론과 직접 마주했다. 파문이 생기기 전 촬영을 마친 작품이었지만, 본인 때문에 개봉을 미뤘던 작품이다. 대중의 날 선 시선을 알고 있지만, 공식 석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예전엔 작품을 넘어 사람 사는 이야기도, 엉뚱한 흰소리도 나눌 만큼 인터뷰를 즐기는 배우였지만 이날만큼은 송구한 마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하여 “많이 떨리고 두렵다”라고 말하는 오달수였다.

“이번에 개봉하는 ’이웃사촌’도 그렇고, 아직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도 그렇고, 정말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솔직히 다른 부분까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다. 일반 관객들을 모시는 시사회라든지, 지방 극장 무대인사라든지, 그분들께 제 맨 얼굴을 드러낸다는 게 두렵다.

영화 ‘이웃사촌’은 1985년 유력한 자기 대권주자인 야당 대표 이의식(오달수)가 가택연금을 당하고, 그를 감시하기 위해 도청팀을 꾸려 옆집으로 이사 온 유대권(정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정치색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영화다. 특히 가택연금을 당한 유력 야당 총재라는 설정은 고 김대중 대통령을 연상할 수밖에 없다.

“첫 시나리오는 전라도 사투리로 쓰여 있어서 더 그랬다. 부담스러웠다. 본의 아니게 누를 끼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처음 한 두 번은 고사를 했다. 그랬더니 그 말투를 다 고쳐서 다시 쓰셨다. 사실 우리 영화는 정치색을 강조하려는 영화는 아니다. 휴먼 드라마다. 이환경 감독의 시나리오가 늘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덕이 있다. 정치적인 것을 덜어낼수록 이 작품엔 더 이로울 거다. 제가 본의 아니게 감독님께 후반작업 시간을 많이 드리게 됐다. 메시지와 휴머니즘이 적당히 버무려진 것 같다.

맞다. ‘’이웃사촌’은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가족애, 그리고 이웃 간의 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전작 ‘7번방의 선물’로 천만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이환경 감독이 딱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달수는 영화가 가진 메시지도 강조를 했다. 87학번, 대한민국 민주화를 몸으로 겪었던 세대이기에 할 수 있는 경험담이었다.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어이없는 일이 옛날엔 참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거리에 나갔다가 경찰에 잡혀 3일 정도 구류를 살았다. 암울했던 시기, 언젠간 이런 시대가 막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 거리로 나갔던 거다. 부산의 한 경찰서로 잡혀갔는데, 그곳에 너무 사람이 많이 잡혀와서 절 가둘 공간이 없었다. 다시 닭장차를 타고 여러 경찰서를 돌아다녔다. 저와 같이 잡혀온 사람 중엔 아줌마도, 장애인도 있었다. 폭력 시위를 한 사람만 잡은 것도 아니고, 그냥 막 잡아 가둔 거다. 지금이야 그 시절을 모르고 자란 세대도 있다. 그들에게 과거엔 폭압과 폭력의 시간이 있었음을 명확히 얼려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달수가 연기한 ‘이의식’은 말 그대로 양반이자 선비 같은 인물이다. 가택연금을 당한 상황에서도 대의를 챙기고 가족을 아끼며, 주변 사람들의 사정까지 챙긴다. 그렇기에 빨갱이라면 이를 갈던 유대권도 그에게 마음의 벽을 허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따뜻한 만큼 상처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던 인물, 그가 바로 이의식이었다.

“의식은 엄청나게 외로웠을 것 같다. 그는 포부가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꿈꾸는 것들을 모두 접고 집에만 있어야 했고, 일거수일투족을 도청당하면서도 참아내야 했다. 하지만 의식은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집에서 반드시 나갈 수 있다고 믿었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그 상황을 버틸 수 있었을 거다. 전 의식이 나미의 ‘빙글빙글’을 들으며 가족들과 웃고 노래하는 순간에도 가슴 이면엔 다른 신념이 꿈틀대고 있었을 거 같다. 그래서 그 신이 참 섬뜩했던 것 같다.

외로웠던 시간, 아마 오달수의 거제 생활도 그랬을 거다. 가택연금을 당한 이의식에게도 의지할 수 있었던 가족과 친구가 있었듯. 오달수의 옆에도 가족이 있었다. 텃밭을 가꾸며 생각을 비우려 노력하는 순간에도 늘 함께 했다. 그동안은 나 밖에 모르고 살았던 시간이었는데, 지난 3년은 가족 덕분에 숨을 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제 노모께서 연세가 여든여섯이시다. 원래는 제가 매일 전화드리는 게 맞는데, 지금은 거의 매일 전화가 오신다. 오늘 같이 인터뷰 자리가 있다면 이런저런 코치도 하신다. 당신께서는 이쪽 상황을 잘 모르시지만 제게 더 가까이 다가오려 하신다. 괜히 “비 많이 오냐?”라고 물으시고. 그럴 땐 순간 짜증을 냈다가도 바로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후회도 많이 하고. 그런 걱정, 가족의 기도가 저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웃사촌’은 여러 사정 끝에 관객과 마주하게 됐지만 아직도 ‘컨트롤’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개봉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의 부채가 큰 오달수이지만 긴 공백에도 연기는 늘 소중했고, 하여 독립영화 ‘요시찰’을 통해 초심을 되짚어봤다. 현장이 그립고, 배우로서 미래를 말하고 싶지만 아직까지도 너무 조심스러운 오달수다.

“’요시찰’은 정말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딱 1주일간 찍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촬영한 건데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연기의 초심을 되짚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정신이 몽롱한데도 아침에 현장을 나갈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 ‘복귀작이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사실 아직 차기작이라고 잡힌 작품도 없다. 전 그저 ‘이웃사촌’이 잘 되고, 개봉을 기다리는 다른 작품들이 관객과 마주하게 됐으면 좋겠다. 아마 그 영화들까지 개봉한다면 제가 신작을 하는 것보다 더 기쁠 것 같다.

권구현(객원 기자) 


CREDIT 글 | 권구현(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