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밥 잘 먹고 운동 잘하는 누나의 전성시대

2020.11.26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방송 캡처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의 한 장면. 출연자 유민상의 집에 놀러온 동료 송병철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개그우먼 김민경의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유민상과 묘한 기류에 휩싸였다. 요약하면 유민상이 김민경에게 의류관리기를 사줬고, 송병철은 그 이야기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했다. 이 상황은 과거 송병철이 김민경을 마음에 뒀다는 이야기와 화학적으로 결합해 김민경을 사이에 두고 유민상과 송병철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는 식으로 비화됐다.

방송용으로 설정한 관계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김민경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감격해할 만한 장면이다. 데뷔 12년 만에 지상파 핵심예능에서 러브라인이 본격적으로 깔리기 시작한 연기자가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김민경은 이후 많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방송에서 두 남자와 썸을 타게 되다니”하면서 감격해 했다.

오랜 인고의 세월을 버티고 추운날씨와 함께 움트는 꽃 ‘설중매’처럼 김민경의 인기는 피어나고 있다. 2020년 가을 그 모습은 확연하다. 모든 개그맨들의 젖줄이었던 KBS2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린지 어느새 5개월이 넘었지만 그의 주가는 더욱 오르고 있다. 코미디TV 푸드 버라이어티 ‘맛있는 녀석들’에 벌써 5년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SBS funE에서 뷰티 프로그램 ‘왈가닥뷰티’에 출연 중이며, 생존을 주제로 한 tvN 버라이어티 ‘나는 살아있다’도 출연한다. 채널A ‘천일야사’를 통해서는 정극연기도 선보인다.

출연 프로그램에서 김민경의 장기이자 매력은 다채롭게 드러난다. ‘맛있는 녀석들’에서는 홍일점 겸 감성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가리는 음식도 많고 식탐도 많아 부정적인 의견도 따라다녔지만 결국 누나처럼 모든 출연자들을 아우르면서 음식과 관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등 프로그램을 촉촉하게 만든다. 뷰티 프로그램에서는 의외의 뷰티지식을 뽐내고, ‘나는 살아있다’에서는 타고난 공포를 극복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출처=‘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방송 캡처


무엇보다 그가 올해 새롭게 각광받은 것은 ‘맛있는 녀석들’에서 스핀오프(한 프로그램의 설정을 확대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로 기획된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때문이었다. 지난 1월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에서 운이 없어 양치승 관장의 슬하에 들어갔지만 이는 ‘신의 한 수’였다. 운동을 하면서 그는 그도 몰랐던 운동신경과 능력을 보여줬으며 ‘근육’과 ‘금수저’의 합성어인 ‘근수저’로 불렸다. 큰 체격으로 꾸준히 운동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끈기있게 프로젝트에 매달려 벌써 9㎏ 가까이 체중을 감량했다.

김민경은 2008년 7년여의 도전 끝에 꿈에 그리던 개그맨이 됐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다. 물론 ‘개그콘서트’의 많은 코너에 출연하면서 이름은 알렸지만 단지 대중에게는 ‘뚱뚱한 개그우먼’이라는 단선적인 이미지 이상은 아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코미디프로그램에서 여자 연기자를 소비하는 방식은 줄곧 외모에 짓눌린다.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외모 이미지가 곧바로 배역으로 연결되고 이 이미지는 같은 종류의 배역이 거듭되면서 굳어진다.

김민경은 먹보 이미지에, 중반부터는 아줌마 연기도 많이하면서 급기야 나이를 미리 먹고 말았다. 프로그램에는 꼭 필요한 연기자였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은 도드라질 수 없는 ‘역설’이었다. 그의 진가는 오히려 ‘맛있는 녀석들’을 통해 대본에서 자유로운 예능에 참여하면서부터 빛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운동뚱’을 통해서 의외의 반전매력을 보이면서부터라고 보는 편이 옳다.

사진제공=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


김민경은 실제로 보면 욕심이 많을 것 같다는 편견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유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을 잘 아우르고 의리도 많은 편이다. 자신을 빛내기보다는 스스로 남을 빛내는 일을 즐기기도 한다. 감정도 풍부하고 눈물도 많다. 독하고 드세야 살아남는 여성 예능인과 관련된 편견과도 거리가 있다. 오랜시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천천히 녹이기 시작한 그는 결국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스포트라이트 앞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안타깝게 동생이 세상을 떠났던 슬픔을 겪었지만 2주도 되지 않아 차분하게 촬영장으로 돌아왔다. 김민경의 주변사람들이 말하는 그의 이미지 역시 꾸준함과 성실함이다. 기회는 사람을 배신할 수 있지만, 시간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결국 모두의 언니이자 누나인 김민경은 은근하게 따뜻한 매력으로 여러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김민경의 전성시대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언젠가 그 인기도 조용히 시간 속에 묻힐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시간 속에서 더 강한 예능인이다. 지금껏 그래왔다. 오히려 원래 꿈이었던 연기자로 갈 수 있는 교두보도 놓을 수 있어 롱런의 여지는 열렸다. 늘 곁에 있는 언니처럼, 누나처럼, 동생처럼. ‘밥 잘 먹는 예쁜 누나’는 항상 그렇게 편안한 미소로 있을 것 같다. 

신윤재(칼럼니스트) 




CREDIT 글 | 신윤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