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은 이진혁 강동호의 억울함 과연 풀 수 있을까?

'프듀' 피해자 실명 공개는 끝이 아닌 시작이 돼야!

2020.11.19 페이스북 트위터

데뷔권에 들었음에도 투표조작으로 탈락한 피해자 이가은(왼쪽)과 한초원, 사진제공=엠넷



초유의 방송 조작 사태를 낳은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의 무게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1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심리로 열린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각각 징역 2년 및 3700여만원의 벌금형과 징역 1년8개월형을 선고했다. 1심 양형 유지였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건 피해 입은 멤버들의 실명이었다. 조작 사태를 통해 누군가는 피해를 입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수혜를 입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지만, 그동안 누구도 쉽게 실명을 거론하진 못했다. 그래서 그 후폭풍은 거세다. 사태는 벌어졌고, 혐의는 드러났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죗값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프로듀스 101’ 사태가 남긴 과제를 짚어봤다.

#왜 재판부는 실명을 밝혔나?


순위 조작을 통해 피해를 본 이들은 시즌1의 김수현 서혜린, 시즌2의 성현우 강동호, 시즌3의 한초원 이가은, 시즌4의 앙자르디디모데 김국헌 이진우 구정모 이진혁 금동현 등이었다. 

김수현, 서혜린, 성현우, 앙자르디 디모데는 1차 투표조작 때 순위가 뒤바뀌었고, 김국헌, 이진우는 3차 투표조작 때 탈락했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4차 투표조작의 피해자가 됐다. 이 중 이가은, 한초원의 조작 전 순위는 각각 5위와 6위였고, 구정모, 이진혁, 금동현은 6∼8위였다. 조작이 없었다면 데뷔할 수 있었던 멤버들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연습생들에게 물질적 배상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억울하게 탈락됐다는 사실이 공정한 형사재판을 통해 밝혀지는 게 진정한 피해 구제의 출발"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일부 연습생은 정식데뷔해 가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당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피고인들이 순위 조작으로 억울하게 탈락시킨 연습생들이다. CJ ENM도 공개사과를 하며 피해 연습생들에 대해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피해 연습생을 위한 진정한 피해 구제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피해 연습생이 누군지 밝혀져야 피해 배상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실명 공개 이유를 덧붙였다.

이에 성현우는 이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오전에 많은 연락을 받고 저 또한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너무 간절했던 기회에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게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고, 한 번이라도 더 여러분께 얼굴을 비추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촬영 당시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감독님과 단둘이 남아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안타깝게 생각해주시기보다는 앞으로 제가 헤쳐나갈 음악 활동에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실명이 거론된 대다수 피해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결과를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동시에, 결국 거대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Mnet과 그 모기업인 CJ ENM을 향한 성토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 업계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계속 CJ ENM과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이런 환경 속에서 억울함을 느낀 연습생들이 과연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왜 수혜자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나?


피해 연습생들의 실명이 거론된 직후, 그들이 탈락한 자리에 들어가는 특혜를 누린 이들의 이름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부당하게 얻은 자리인 만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순위가 유리하게 조작된 연습생 역시 조작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이고 이들도 피해자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또 이름을 밝히면 피고인을 대신해 희생양이 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진혁, 사진제공=티오피미디어


이는 현명한 결정이라 볼 수 있다. 피해 연습생들이 어떠한 ‘잘못’으로 인해 탈락한 게 아니듯, 수혜를 입은 연습생들이 어떠한 ‘꼼수’를 부려 그 자리를 꿰찬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양측 모두 몇몇 제작진에 의해 양산된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아이오아이, 워너원 등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음에도 ‘조작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그 프로젝트 그룹에서 활동한 멤버들은 향후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이에 대한 질문을 받거나 답변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자랑스러운 커리어가 한순간에 추락한 셈이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만약 데뷔 순위권 밖에 있던 연습생들이 데뷔조에 들기 위해 순위 조작을 부탁하거나 관여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면 그들 역시 법적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긴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는 것은 수혜를 입은 연습생 역시 그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난처한 상황에 놓인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처벌불원서 제출한 CJ ENM, 적절한 배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프로듀스 101‘ 진상규명위원회는 항소심 선고가 공개된 직후 입장문을 냈다. 위원회는 "부당하게 탈락한 연습생과 시청자를 언급하며 죄질을 무겁게 보고 조작에 가담했던 제작진의 항소를 기각한 점을 환영한다. 법원이 지적한 것처럼 모두 승자가 됐어야 할 오디션은 시청자를 포함해 모두가 패자가 되는 상황이 되었다"면서 CJ ENM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위원회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자신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취하며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고, 피해 연습생들에 대한 보상책을 내놓겠다고 말만 하고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CJ ENM이 제작진들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과연 CJ ENM이 적절한 배상을 할 것인지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항소심 선고 직후 CJ ENM은 자회사인 Mnet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이번 판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자체적으로 파악한 피해 연습생들에 대해 피해 보상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 일부는 협의가 완료됐고, 일부는 진행 중이다. 금번 재판을 통해 공개된 모든 피해 연습생들에게는 끝까지 책임지고 피해 보상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강동호(뉴이스트 백호), 사진제공=엠넷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CJ ENM은 지난해 12월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순위 조작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Mnet에 돌아온 이익과 함께 향후 발생하는 이익까지 모두 내어놓겠다"며 "그러면 약 300억 원 규모의 기금 및 펀드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배상은 금전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돈보다 중요한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이루도록 피해 연습생들의 활동 지원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중견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피해 연습생이나 그들이 속한 연예기획사가 CJ ENM에 지원 방안을 조목조목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런 행동이 결국 CJ ENM과 관계를 틀어지는 일밖에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당한 경쟁과 실력을 통해 가수가 되겠다는 그들의 부푼 꿈에 이미 큰 생채기가 났다는 것은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아이즈원 활동, 워너원 재결합 무대…제동 걸리나?

걸그룹 아이즈원은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중 유일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 출연했던 이가은, 한초원이 아이즈원에 참여할 성적을 올리고도 배제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즈원이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이즈원은 12월 컴백할 예정이다. 12월 7일 새 앨범을 발표하며, 컴백 하루 전에 열리는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활동 강행’이라며 성토하는 여론과 언론의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배출한 그룹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린 워너원이 ‘2020 MAMA’ 무대에서 특별 무대를 꾸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워너원 멤버들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진 것인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1회성으로 그치는 퍼포먼스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