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황정민 하정우, 천만배우들의 안방극장 귀환 속사정

2020.11.13 페이스북 트위터

최민식,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俳優)라고 다 같은 배우는 아니다. 주로 충무로에 기반을 두고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영화 배우’가 있고, TV 드라마로 더 익숙한 (요즘은 많이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탤런트’도 있다. 물론 ‘연기’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배우들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도 이를 구분해 쓰는 경향이 있다.

통상적으로 배우들은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는 콘텐츠의 급(級)을 따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환경이 더 중요하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에서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져 있다는 충무로에서는 모든 영화가 ‘사전 제작’된다. 반면 매주 시청률표를 떨리는 마음으로 받아보며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는 드라마 제작 환경은 배우들의 치를 떨게 만든다. 그러니 드라마를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해도 영화계로 가서 자리잡으면 좀처럼 드라마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으려 하는 배우가 적잖다.


하지만 최근 ‘거물급’이라 할 만한 배우들이 잇따라 안방극장을 노크하고 있다. 최민식, 황정민, 하정우 등 소위 ‘1000만 배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선택했다. 침체기에 빠진 드라마 시장과 시청자들은 반갑다. 하지만 그 속내가 궁금해진다.

#누가 돌아오나?


배우 최민식이 ‘드디어’ 안방에 입성한다. 무려 24년 만이다. 영화 ‘범죄도시’로 유명한 강윤성 감독이 직접 집필하고 메가폰을 잡는 드라마 ‘카지노’(가제)의 주인공 제안을 받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최민식의 마지막 드라마는 1997년 방송됐던 MBC ‘사랑과 이별’였다. 그 이전에는 ‘서울의 달’에서 한석규와 환상의 콤비를 자랑했고, ‘야망의 세월’에서 맡았던 ‘꾸숑’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는 의미심장하다. 그는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1761만 명)의 주역이다. 그런 최민식이 드라마 복귀를 결심한 것은 업계 헤게모니가 바뀌었다는 신호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황정민의 8년 만의 드라마 컴백작, 사진제공=JTBC



황정민은 JTBC 드라마 ‘허쉬’를 복귀작으로 선택하고 촬영이 한창이다. 지난 2012년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개국 작품이었던 ‘한반도’ 이후 8년 만이다. 8년 전에도 그는 주연 배우였지만, 8년 사이 그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주연 배우로서 모은 누적 관객 수만 1억 명이 넘는다. 


또 다른 ‘‘1억 배우’인 하정우는 올해 초 드라마 ‘수리남’을 통해 안방극장 복귀를 선언했다. 내년 방송된다고 가정할 때, 지난 2007년 출연했던 MBC ‘히트’ 이후 14년 만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계획 중인 이 작품의 총 제작비는 약 400억 원이 이른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제작 일정이 미뤄졌으나 예정대로 제작을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돌아오나?

그들의 안방 복귀는 물론 반갑다. 스크린을 통해 2시간여에 걸쳐 보던 압도적인 연기를 TV를 통해 긴 호흡으로 즐길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상상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 왜 이 시점에 그들은 ‘TV 리턴’ 행렬을 이어가는 것일까?

물론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극장 환경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4월 기준 영화업계의 매출은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93% 가량 줄었다. 지난해 4월 100명이 찾던 극장에, 올해 4월에는 7명만 방문했다는 의미다. 최근 CGV와 롯데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봐도 전년 대비 70% 가까이 낮아졌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이들이 극장을 찾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관객 축소를 우려해 개봉을 꺼린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의 결정도 한 몫했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를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촬영 중인 영화의 제작도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신규 영화 개발 속도도 더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들은 TV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그게 전부일까?

극장 업계의 위축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예민하게 작품을 고르고, 행보 하나하나 조심스러운 톱배우들이 충동적인 결정을 했을 리도 만무하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 많은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불린다. 감독의 역량이 작품의 퀄리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많은 배우들이 감독을 보고 출연작을 결정한다. 

하정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최근 ‘탈(脫) 영화’를 선언하는 감독들이 크게 늘었다.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킹덤’ 1, 2를 만든 김성훈, 박인제 감독은 모두 충무로 출신이다. 최민식이 선택한 ‘카지노’는 ‘범죄도시’와 ‘롱리브더킹’으로 이미 실력을 검증 받은 강윤성 감독이 맡는다. 하정우가 택한 ‘수리남’은 ‘범죄와의 전쟁’, ‘군도’, ‘비스티 보이즈’ 등을 통해 이미 수차례 하정우와 호홉을 맞췄던 윤종빈 감독의 차기작이다. 결국 그들의 TV 회귀는 믿을 만한 감독들의 TV 진출과 병행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의 득세도 이를 거들었다. 넷플릭스는 모든 콘텐츠의 제작을 마친 후 한꺼번에 공개한다. 긴 호흡의 시리즈물을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드라마타이즈에 가깝지만, 그 공개 방식은 오히려 영화와 유사하다. 결국 충분한 제작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화에 출연하던 배우들이 촌각을 다투는 일선 드라마 제작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하던 대로’ 하며 연기와 작품의 퀄리티를 신경 쓸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한 충무로 관계자는 "‘킹덤’과 같은 거대한 성공 사례가 나오고 OTT 시장을 통해 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 영화 출연만 고수하던 배우들의 고집을 꺾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거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영화 배우들이 TV로 돌아오지 않을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며 "극장가에서는 이런 티켓파워 높은 배우들이 TV로 빠져나가며 오히려 영화에 출연할 배우들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