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혜수,'모범생'보다 '한량'이 어울린다는 '천생배우'

'삼토반' 통해 배우로서 한단계 성장

2020.11.08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다. 배우 인생에서도 배움의 단계는 끝이 없다. 무명시절 선배들을 보면서 배우는 단계,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단계, 주위와 호흡하는 법을 습득하는 단계, 주연배우로 서는 단계 등 개인차는 있지만 사람에 따라 다양한 단계를 잘 넘어서야 ‘좋은 배우’로 자리매김한다. 120만 관객을 넘으며 꾸준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 제작 더램프)의 박혜수는 이번 영화로 ‘앙상블’의 묘미를 배웠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우연한 기회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박혜수(27). 데뷔 후 많은 작품에 출연한 건 아니지만 화제작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꾸준히 선보이며 관계자와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다. 드라마 ‘청춘시대’ 시즌1, 영화 ‘스윙키즈’에서의 연기는 그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어제보다 내일이 더 궁금한’ 기대주임을 증명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1995년 회사 비리에 맞선 말단 여사원 3총사의 우정과 연대, 성장을 담은 영화. 박혜수는 상고 시절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현재 는 삼진그룹에서 잡무를 담당하는 회계부 심보람 역을 맡았다. 박혜수는 심보람이 단짝 이자영(고아성), 카리스마 넘치는 정유나(이솜)와 함께 뜻하지 않게 사건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성장하는 과정을 사랑스럽게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개봉 직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혜수는 해피 바이러스가 넘쳤다.


“감사하게도 데뷔 후 과분할 정도로 좋은 작품들을 연속해서 할 수 있었어요.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에 저를 항상 채찍질하고 몰아세웠던 것 같아요. 자신감이 부족했던 게 가장 큰 이유겠죠. ‘스윙키즈’를 끝낸 후 이젠 좀 행복하게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좀 오래 기다렸어요. 쉬는 시간이 쉽지는 않았어요. 조바심도 났고요. 그러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시나리오를 만났어요. 읽자마자 이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더군다나 고아성, 이솜 언니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 출연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저에게 기회가 와 정말 기뻤어요. 촬영 내내 모든 게 완벽했어요. 언니들과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며 연기는 혼자 고민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거라는 걸 실감하게 됐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전이 연기할 때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긴 상태였다면 이젠 좀 유연해졌어요. 즐기는 법을 알게 된 듯해요.”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박혜수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연기한 심보람은 전작 ‘스윙키즈’에서 연기한 양판례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아픔을 보여주는 캐릭터. 학력차별, 남녀차별이 극심했던 1990년대 심보람은 총명한 머리를 가졌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현재 우리네 엄마, 이모의 젊은 시절 모습을 대변한다. 박혜수는 무기력한 삶을 살던 보람이 친구들과의 연대를 통해 삶에 활기를 되찾고 성장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박혜수는 두 작품 모두 촬영하면서 단순한 허구의 캐릭터가 아니기에 ‘책임감’을 갖고 접근했다.


“참 조심스러웠어요. 누군가의 아픔과 애환을 연기해야 하니까요. ‘스윙키즈’에서 양판례를 연기할 때 전 그 힘든 시기를 겪었던 할머니들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그 시절 직장인들이 겪어야 했던 차별이나 애환이 잔잔하게 담겨요. 우리네 엄마나 이모의 과거일 수 있기에 연기하면서 가슴에 더 와 닿았어요. 그런데 보람이 겪는 고민이나 애환은 현재도 존재한다고 봐요. 그래서 요즘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연기에 대한 칭찬은 감사할 따름이죠. 아직 많이 부족해요. 다 감독님과 아성, 솜 언니 덕분이에요. 근데 기분 좋은 게 아버지에게 연기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어요. 이제까지는 별 이야기가 없었는데 이번 영화를 보고 ”어 이제 좀 연기를 하는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박혜수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평소 선망했던 선배 고아성, 이솜과의 호흡은 기대 이상이었다. 개성이 전혀 다른 두 선배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앙상블’을 이뤄간 건 정말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촬영기간에 합숙할 정도로 친하게 지낸 세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영화에 그대로 드러난다. 박혜수는 고아성, 이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볼이 빨갛게 상기될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정말 이젠 대기 시간에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들으며 아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 편안해졌어요.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이가 됐어요. 셋이 정말 개성이 다르죠?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교집합이 조금씩 다 있어요. 그러니까 친해질 수 있었겠죠. 셋이 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요. (웃음) 합숙은 영화 첫 촬영날 아성 언니 방에 모이게 됐는데 거기서 모두 잠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셋이 다 잘 수 있는 방을 달라했죠. 예전에는 그냥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언니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보활동을 하면서 언니들을 보면 인터뷰 하나도 그렇게 멋있게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될 수 있는 건 오랜 시간 동안 내면에 많은 걸 쌓아놓았기 때문이겠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박혜수는 현재 차기작으로 KBS2 새 드라마 ‘디어엠’을 한창 촬영 중이다. ‘디어엠’은 서연대학교를 발칵 뒤집어놓은 서연대 커뮤니티 글의 주인공 ‘M’을 찾으며 핑크빛 추리를 펼치는 무보정 노필터 청춘 로맨스 드라마를 표방한다. 박혜수는 씩씩하고 밝은 성격의 경영대 2학년 마주아 역을 맡아 아이돌그룹 NCT의 멤버 재현과 호흡을 맞춘다. 94년으로 올해 스물일곱인 박혜수는 스물한살 나이를 연기한다는 게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주아는 21살이에요. 발랄한 대학생을 연기할 저의 마지막 캠퍼스물이 될 것 같아 욕심을 냈어요.(웃음) 재현씨는 연기를 임하는 자세가 진짜 진지하세요. 스케줄도 진짜 바쁠 텐데 대본 연습 때 보니 정말 많은 걸 준비해오더라고요.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와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어요. 올해는 ‘디어엠’ 촬영으로 마무리될 것 같아요. 내년엔 어떤 작품을 만날지 기대돼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촬영하면서 제가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절대 직장 생활은 못햇을 것 같아요. 글 쓰고 노래 부르는 한량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연기를 주로 하겠지만 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내년엔 가수로서도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최재욱 기자 jwch69@ize.co.kr



CREDIT 글 | 최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