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 음반의 명암 "지금 호황이라고?"

2020.10.30 페이스북 트위터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길거리에 만나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자. "음악을 CD로 듣나요?" 대다수의 답은 비슷할 것이다. "요즘 누가 음악을 CD로 듣나요?"

아마도 ‘뭐 그런 답이 뻔한 질문을 던지냐’는 시선이 따라올 것이다. 맞는 이야기다. 요즘 CD플레이어를 챙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CD로 음악을 듣는 이를 찾긴 어렵다. 이미 음원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옛 추억을 더듬는 이들이 LP를 찾는 경우는 있어도 CD는 이런 정도의 향수조차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하지만 앨범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사뭇 다른 답이 나온다. 점차 판매량이 늘어나며 ‘음원’의 시대에 ‘음반’을 외치는 모양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앨범 시장, 아이돌 팬덤이 좌우한다?

올해는 100만 장 이상 판매되는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른 가수가 부쩍 늘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이 431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그룹 세븐틴의 7번째 미니앨범 ‘헹가래’가 137만 장, 그룹 엑소의 멤버인 백현의 솔로 앨범이 102만 장으로 100만 고지를 넘었다. 지난 26일에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의 첫 정규 앨범 ‘THE ALBUM(디 앨범)’은 이날까지 총 120만 9543장 판매됐다. 국내에서 약 87만 1355장, 미국과 유럽에서 31만 9300장이 팔렸다. 또 한정판 LP 1만 8888장은 일찌감치 품절됐다"고 밝혔다. 해외 판매량까지 포함되기는 했지만 걸그룹 중 밀리언셀러 반열에 동참한 최초 사례다.


가온차트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에는 방탄소년단만 100만 장이 넘는 앨범을 팔았다. ‘맵 오브 더 소울-페르소나’가 371만 장을 기록했고, 세븐틴의 3번째 앨범 ‘An Ode’가 85만 장으로 2위에 오르며 담금짐을 마친 후 드디어 올해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2018년에는 방탄소년단과 엑소, 단 두 팀이 1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최근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앨범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칼럼을 통해 "9월 앨범 판매량 400(1위부터 400위까지 판매량 합계)이 전달에 비해 28.1% ,지난 2019년 9월에 비해서도 54.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톱400 기준 피지컬 앨범 시장은 1월부터 9월까지의 판매량이 이미 작년 한해 판매량 2500여 만 장 보다 100만 장 가량 많은 약 2600만 장을 기록했다"며 "이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 톱400 기준 앨범 판매량은 3000만 장을 훌쩍 넘길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왜 이같이 앨범 판매량이 늘었을까? 이는 앨범 시장이 ‘팬덤’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세븐틴, 엑소, 블랙핑크 등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그룹 위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올해 상반기 앨범 판매량 톱20에 든 면면을 살펴봐도 위에 거론된 가수들 외에 NCT, 트와이스, 아이즈원, 갓세븐,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강다니엘, 몬스타엑스, 스트레이키즈, 뉴이스트, 에이티즈, 슈퍼주니어, (여자)아이들 등 아이돌 일색이다. 

하반기에는 비(非) 아이돌 가수가 앨범 시장을 강타했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트로트 데뷔 앨범 ‘우리家’로 5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역시 김호중의 단단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앨범 판매량=팬덤의 크기’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셈이다.

세븐틴, 사진제공=플래디스


#팬덤에게 앨범의 의미란?

앨범을 ‘CD’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편협한 사고다. CD는 앨범 안에 포함되는 부속품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제 아이돌 가수의 앨범은 ‘듣는 가치’보다 ‘소장 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팬들도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스마트폰을 통해 음원사이트에 접속해 듣는다. 동시에 그들이 구매한 앨범을 샅샅이 살펴본다.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앨범은 화보의 기능이 더 크다. 단체 사진을 비롯해 각 멤버 별 개인 사진이 빼곡하게 실린다. 또한 무작위로 각 멤버들의 포토 카드도 포함된다. 자신의 원하는 멤버의 포토 카드를 얻지 못한 팬들은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한다. 이런 행위 자체가 팬들에게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매된 그룹 NCT의 앨범  ‘NCT-The 2nd Album RESONANCE Pt.1’은 한 권의 책을 연상케 한다. 200페이지 이상으로 구성됐고, 멤버들의 다양한 사진이 그 안을 가득 메웠다. 수록곡에 대한 설명은 별지로 만들어졌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오빠’들의 앨범을 산다는 것은 그들이 공들여 만든 작품을 공유하고 소장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이를 단순히 듣는 가치로 환산할 순 없다. 음원의 시대가 앨범 시장을 사양길로 접어들게 했지만, 오히려 팬덤의 앨범 구매 행위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2020년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앨범 시장을 오히려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대면 공연을 비롯해 해외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스타와의 소통에 갈증을 느낀 팬덤의 소비가 앨범 구매로 집중됐다는 것이다. 또한 언택트 시대에 발맞춘 전략을 통해 K-팝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며 국내 가수들의 앨범을 구매하는 해외팬이 늘어난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피지컬 앨범 시장의 초호황은 글로벌 팬덤 증가와 더블어 코로나19로 인해 콘서트 등 적극적인 팬덤 활동이 불가한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앨범으로 집중되는 일종의 보복소비 현상에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면서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K-팝이 전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지금, 피지컬 앨범 시장은 호황이지만, 이를 제외한 국내 음악 시장의 지표 추이를 보면 매우 우려스러울 정도로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