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씨의 슬기로운 독거생활

20년 연예인 아닌 40대 독거남 성시경에 대하여

2020.10.19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방송캡처



매일 오전 가수 성시경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업로드 시간은 그의 상황이나 컨디션(?)에 따라 들쭉날쭉이나, 매일같이 대부분 오전 중 올라오는 성시경 ‘냄새’ 가득한 게시물. 혹시라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요리 애호가나 조리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계정이라고 오해(?)할 만큼, 성시경의 피드는 매일매일 각종 음식 사진과 레시피, 조리 과정 동영상으로 가득하다.

 

지난 주말 성시경은 tvN ‘온앤오프’를 통해 제과 기능사 자격증 필기시험에 합격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아직 실기 관문이 남아있지만, 평균 합격률이 30~40% 정도라는 필기시험을 단번에 통과한 것은 꽤나 고무적인 결과다. 특히 가수로서나 여러 예능에서 활약하는 방송인으로서나 성시경은 오랜 기간을 자격증에만 힘을 쏟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락치기에 가까운 독학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거쳐 1차 고지를 넘은 것이다.

 

성시경은 평소 자신의 SNS를 통해 신곡 녹음 상황이나 방송 녹화 일정 등 일에 관한 사항들을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해왔는데, 이번 제과 기능사 도전기만큼은 비밀에 부쳐왔다. ‘온앤오프’ 본방의 재미를 위한 선택이었기도 하겠지만, 데뷔 20주년이자 스스로도 ‘아저씨’를 자처하는 자연인 성시경으로서도 뭔가 전환점이 될 만한 도전이었기에 더더욱 신중했던 기색이다. 방송이 공개된 후 곧장 성시경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동안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였는데,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걱정했거든요. 떨어지면 창피한 것도 창피한 거지만, 다시 한다고 생각하니 어휴”란 글을 적으며 자신이 직접 구운 갖가지 빵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출처=방송캡처


너무 ‘빵빵’거렸는데, 또 하나 중요한 건 성시경이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0년 싱글 ‘내게 오는 길’로 대중 앞에 처음 나섰던 그는, 돌이켜보면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그 세월동안 큰 부침 없이, 잊히지 않으며 우리 곁에 있었다. 데뷔 초창기부터 국내 발라드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따낸 그의 화려한 업적과 수상 내역은 모두 열거할 수 없을 정도. 많은 남성들의 노래방 애창곡 모음 속엔 성시경의 인기곡들이 그득하고, 많은 여성들이 성시경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홀려 콘서트 장을 드나든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시경은 상당한 욕심쟁이! 음반 활동과 별개로 다양한 예능 활약도 이어왔는데, 특히나 ‘먹고 마시고 요리하는’데 적극적이라, 그 방면의 대표작도 남았다. 예전 올리브 채널 ‘오늘 뭐 먹지’에서 미식가로 유명한 신동엽과 직접 요리를 하며 끊임없이 음식에 대한 갈구와 호기심을 표현한 것은, 오늘날 성시경이 ‘성식영’이란 애칭을 획득하게 된 시초라 할 것이다.

 

연예계 20년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탓일까, 그저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 탓일까. 여하튼 최근의 성시경은 스스로를 ‘아저씨’라 규정하며 또 하나의 색다른 포지션을 생성했다. 방송에서 나이차가 엄청 나는 어린 후배들과 어울릴 때도, 개인적인 SNS를 운영하면서도 그는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한 솔로의 고난(?)을 토로하고, 소위 ‘아저씨’가 되어버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뉘앙스를 풍겨 ‘짠한’ 웃음을 안긴다. 얼굴 다 팔린 연예인이라, 더구나 덩치까지 태산만한 독거남이라 평소 가보고 싶던 맛집에 마음껏 진입하지 못하는 서글픈 일기는 그야말로 뼛속까지 ‘웃프다’.


사진출처=방송캡처


20주년을 맞아 나름대로 대단한 콘서트를 소망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좌절과 상실을 표하기보다 그는 꾸준히 노래를 만들며 새 음반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 ‘온앤오프’ 외에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농익은 진행 솜씨로 안방 시청자들을 만난다. 그러고 나서도 허기진 독거 ‘아저씨’의 외로움은 요리와 제과 기능사 자격증 준비로 달랜다. 대부분 동네 마트에서 ‘득템’한 손쉬운 재료로, 때로는 값비싼 제철 재료나 지인이 보내온 귀한 재료까지 동원해 뚝딱뚝딱 만든 안주와 야참으로 술을 마시고 SNS를 끄적이며.

 

업계에 몸담다보니 ‘연예인 걱정은 개나 주란 말’을 뼈저리게 공감하고 살지만, 필자 역시 ‘독거 노처녀’의 입장에서 가끔 성시경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격하게 사무치는 순간이 있다. 20년차 가수 성시경이 아니라, 예능하는 ‘성식영’도 말고 그저 혼자 하는 40대 남성 성시경 씨의 일상과 취미 그리고 ‘갬성’을 마주하다 문득 드는 생각들 말이다. 성시경 씨와 우리 모두의 ‘슬기로운 독거생활’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는 가을.


윤가이(칼럼니스트, 마이컴퍼니 본부장) 





CREDIT 글 | 윤가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