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김희선의 미모에 탄성이, 연기에 전율이

시공간, 차원을 뛰어넘는 마력에 시청자 홀릭

2020.10.07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SBS


추석 연휴로 결방했던 SBS 금토극 ‘앨리스’(극본 김규원 강철규, 연출 백수찬)가 돌아온다. 이제 6회만을 남겨놓고 끝을 향해 달려가는 ‘앨리스’는 대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남은 기간 매주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드라마 관계자들의 전언이 ‘앨리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처음 베일이 벗겨질 때만 해도 기대반 걱정반이었던 ‘앨리스’는 이제 국내 드라마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SF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영화와 OTT를 막론하고 SF물이 트렌드로 떠오른 2020년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선보여진 게 몇 가지 없는 가운데 ‘앨리스’는 우려를 불식하는 완성도와 재미, 스타 배우들의 호연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확실히 잡은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미래에는 타임머신이 개발되고 시간여행이 상품화돼 현재와 미래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 만나게 된다는 설정이나 웜홀을 통과해 시간여행을 하는 등의 장면이 대본으로만 봐서는 난해하거나 유치하다고 우려됐지만, 기우에 그쳤다. 무엇보다 시간여행을 통해 차원이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앨리스’는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 비결로 다른 차원 속의 인물들을 훌륭히 그려주고 있는 김희선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극 초반 미래에서 온 여전사 같던 윤태이였다가 과거에 남아 박선영이라는 이름으로 아들을 낳아 기르며 애끓는 모성애를 보여준 김희선은 최근에는 현재의 물리학 교수 윤태이로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박선영이 물리학도 시절의 윤태이를 지켜보는 장면도 나오면서 김희선은 ‘앨리스’를 통해 한 장면 안에서 20대와 40대를 넘나드는 모습으로 차원이 다른 인물들을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연기다.

 

20대 물리학도 윤태이로 나서면서는 김희선이 실제 20대 때 히트시켰던 SBS ‘토마토’ 속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굳이 그 장면이 아니더라도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빛나는 미모의 김희선이 다양한 연령대를 동시에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된다.


심지어 남자주인공 박진겸 역의 주원과 그리는 관계의 변화를 생각하면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김희선은 극중 박진겸과 처음에는 (박선영으로서) 모자 관계를 그리다가 현재는 (윤태이로서) 로맨스의 기운을 풍기며 몰입시키고 있다. 김희선이 보여주는 차원이 다른 연기가 단순히 서로 다른 연령대를 외적으로 보여주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사진제공=SBS


게다가 김희선과 주원은 실제 10살 차이로 엄마와 아들이든 연인 사이이든 어느 쪽에도 힘을 주기 애매한 나이차인데, 드라마에서는 그런 애매함이 포착되지 않는다. 김희선과 주원의 연기 호흡이 잘 맞고 연출자인 백수찬 PD의 노련한 지휘 덕분이겠지만, 또 하나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김희선이 뿜어내는 호감의 매력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물론 남녀주인공이 로맨스인 듯 로맨스는 아닌 것 같은 알쏭달쏭한 관계가 되는 이유는 박진겸이 무감정증이어서 윤태이는 물론 자신을 몇 년째 짝사랑하고 있는 김도연(이다인)에게 철벽을 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윤태이가 김도연과 박진겸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는 데에도 진지한 멜로의 가능성은 점치지 않게 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경계선을 타는 게 아슬아슬하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슬아슬하다는 느낌조차 주지 않은 채 경계선을 걷고 있는 김희선이다. 로맨스는 끝내 아닐지 몰라도 박진겸에게 핑크빛 가능성의 화살을 쏘는 윤태이가 부담스럽거나 민망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기만 한 이유가 바로 김희선이라는 배우가 가진 호감의 힘이라는 것이다.

 

이제 완연한 연기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김희선이다. 과거 숱한 히트작 속에서도 미모에 가려 그의 뭘해도 밉지 않은 호감형 연기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면이 강하다. 지금도 여전히 ‘앨리스’에서 김희선의 최고 단점이 미모라는 평이 있다. 너무 예뻐서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이렇듯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라고는 해도 진입장벽이 결단코 낮지 않은 SF물까지 섭렵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김희선이 그마저도 해냈다. 꽃 같은 여배우였어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맡게 되는 역할이나 작품, 장르에 한계가 분명해지는 현실에서 김희선은 보란 듯이 새로운 영역에서 자신만의 새길을 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결혼과 출산 후 40대가 된 여배우들 앞에 놓인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데, 김희선은 당당히 그 프레임을 걷어냈다.


사진제공=SBS


당초 미래에서 온 윤태이가 액션을 펼치는 장면은 없었는데 제작과정에서 추가됐다는 관계자의 말을 들어봐도 김희선의 의지와 노력을 알게 한다. 남다른 각오와 욕심이 있었기에 성패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SF물에, 그것도 드라마로는 신인인 작가들의 극본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앨리스’가 김희선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살렸고 김희선을 통해 ‘앨리스’의 극성이 더욱 살아난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웜홀을 통과한 듯 과거와 진배없는, 현재에도 여전한 미모의 김희선이 기용된 것부터 찰떡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남은 3주 김희선은 또 한 번 차원이 다른 두 인물을 통해 연기력을 확인시킬 것으로 보인다. 남겨진 히든카드들로 점쳐지는 그림들이다. 그러면서 박진겸과의 관계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을지 모른다.

 

잠시 주춤했던 시청률이 다시 한번 두자릿수를 찍으며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이미 이만큼의 시청률도 기대 이상이었지만, 막판 스퍼트만 제대로 한다면 로켓 시청률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40대 여배우의 프레임을 당당히 걷어낸 김희선이 보여줄 ‘앨리스’의 피날레가 뭘지 기대된다.


조성경(칼럼니스트) 

 



CREDIT 글 |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