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위기 불식시킨 펭수와 EBS의 역습

2020.09.25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EBS



지난해 혜성과 같이 등장해 큰 인기를 얻었던 유튜브 크리에이터 ‘펭수’의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구독자수는 205만명이다. 이 숫자에 대해 가늠이 쉽지 않을 독자들을 위해 부연해 설명하자면 공영방송인 KBS의 공식 유튜브채널 구독자가 123만명 수준이고, 현재 가장 뜨거운 예능 중 하나인 MBC의 ‘놀면 뭐하니?’ 공식채널의 구독자는 84만명이다. 월간 순수입만 1억원대라는 200만 유튜브채널, 지난해 3월 채널을 만든 펭수는 불과 1년도 안 된 시점에 이를 이뤄냈다.

지상파의 위기를 모두 말한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매체의 홍수 속에서 이제 TV 앞에 앉아 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지상파 채널의 시효는 다됐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EBS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벌써 펭수가 올해 지난 9개월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100억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나올 만큼 부가판권 시장에서 크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물론 채널 전체로 따지면 조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 예전에는 볼 수 없는 그림임에는 분명하다. 이 정도면 ‘EBS의 역습’이라고 섣불리 이름 붙여도 무방하다. 

본연의 분야인 교육과 교양을 포함해 다큐 등 전통적인 강세 프로그램을 제외하고서라도 최근 EBS의 위상변화에 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중학생 이하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히트다. 이를 단순히 유아프로그램으로 단정하기도 어렵고, 또 예능으로 묶기도 애매하다. EBS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최근 초등학생, 중학생 나이의 시청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했고 이를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중이다. 

역사를 거슬러가자면 이러한 움직임의 시작에는 2003년 방송을 시작한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벌써 17년 동안 4200회에 육박하고 있다. EBS 안에서는 ‘딩동댕 유치원’ ‘방귀대장 뿡뿡이’ ‘모여라 딩동댕’에 이은 네 번째 장수프로그램이다.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가 그간의 유아전문 프로그램과 달랐던 점은 매일 생방송을 시도했다는 것인데 그만큼 생방송에 대한 노하우를 방송사 전반으로 이식시켜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펭수의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 역시 ‘보니하니’의 코너로 막을 열었다. 초반 MC나 아나운서 위주로 발탁되던 진행자 ‘보니’와 ‘하니’의 역할도 최근에는 10대 초반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로 채워지고 이 캐스팅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사진제공=EBS




또한 편의점을 컨셉트로 한 10대 중반을 위한 프로그램 ‘생방송 판다다’도 지금은 막을 내렸지만 450회를 넘게 방송됐었으며 음악을 매개로 한 놀이형 교육 프로그램 ‘뭐든지 뮤직박스’, 과학을 소재로 다양한 호기심을 푸는 ‘최고다 호기심 딱지’. 예술과 과학, 철학까지 아우르는 체험형 프로그램 ‘해요와 해요’ 등으로 분화해가고 있다.

‘교육방송’하면 가지고 있는 다소 딱딱하고 따분한 이미지를 깨준 것은 뭐니뭐니해도 ‘펭수 신드롬’이었다. 할 말은 다하며, 존재자체가 신비에 가려져 있지만 솔직한 말과 행동으로 사랑받고 있는 펭수 캐릭터는 기존 캐릭터의 재해석에도 밀도를 높여 ‘모여라 딩동댕’의 장수 캐릭터 뚝딱이가 ‘꼰대’ ‘라떼’ 문화로 대표되는 구세대의 쓸쓸함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재해석됐고, 번개맨 역시 단순한 영웅을 넘어서 일상에서는 다소 고지식하지만 선한 이미지를 덧입었다. 이러한 작업은 본방송과는 별개로 꾸준히 시도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한 구체화 전략으로 나타났다. 

오랜 역사는 캐릭터의 밀도를 높이고, 생방송으로 다져진 노하우는 결국 서사를 탄탄하게 만든 셈이다. 이는 결국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로 인식되며 그만큼 몰입을 배가한다. 펭수의 캐릭터를 직접 구입하는 사람들은 펭수의 모습이 아닌 그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구입하는 셈이다. 

이러한 도전은 최근 ‘카카오TV’에서도 슈트액터(탈을 쓰는 연기자)들을 단련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능을 탄생시킬 정도로 파급력이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예능적 캐릭터의 증가는 교육방송의 본령을 지키는 문제에 있어서는 딜레마를 드러낼 수도 있다. 실제 지난해 ‘보니하니’의 폭행설과 그로 인한 프로그램 중단은 EBS가 어쩔 수 없이 잡아야 하는 확장성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EBS가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제 방송가 누구도 쉽게 넘길 만큼 가볍지 않다.

신윤재(칼럼니스트) 




CREDIT 글 | 신윤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