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의 빛나지만 시린 청춘에 웃고 울다

'청춘기록'서 진심담긴 연기로 시청자 마음 빼앗다

2020.09.2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tvN



팍팍한 시대, 간만에 볼 만한 청춘물이 나왔다. tvN ‘청춘기록’(극본 하명희, 연출 안길호)은 요즘 세대들이 마주한 현실을 날카롭게 떠안아 보여주면서도, 청춘 드라마 특유의 풋풋하고 희망적인 감성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그런 탓에 혹자는 진부하다고도 혹은 촌스럽다고도 말하지만, 그 호평과 혹평 사이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건 역시나 청춘의 얼굴을 한 박보검의 존재다.


그가 연기하는 ‘사혜준’은 누구보다도 사랑스럽다. 겉으로만 보면 소위 말하는 ‘요즘 애들’ 답지 않게 서른이 다 되도록 꿈만 먹고 사는 순진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기존 청춘물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마냥 착해빠지지 않았다. 돈을 제대로 챙겨 받아야 하는 상황에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대표에 말에도 “감성팔이 좀 그만해라. 왜 내가 내 돈 받는데 애걸해야 하냐”며 단칼에 계약을 해지한다. 스폰서 제의도, “때가 되면 가게를 넘겨주겠다”는 알바가게 사장의 솔깃한 제안도 거절한다. 명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선도 제때 잘 긋는다. 할 말은 하면서도, 무례하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 때문에 억울한 상황에 처했을 안정하(박소담)에게는 최대치로 공감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금수저’로 승승장구하는 원해요(변우석)에게 느끼는 열등감이나 질투 같은 치졸한 감정들도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청춘들이 가진 미완의 감정들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박보검이 아니었다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그는 사혜준의 모습 그대로를 온전히 표현해내며 ‘청춘기록’의 서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해군으로 입대한 박보검의 상황까지 사혜준과 겹쳐 보일 정도다.


사진제공=tvN


박보검은 늘 이러한 방식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왔다. 큰 키에 수려한 외모라는 특별함을 가진 배우지만, 그 특별함을 특별하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힘을 갖고 있다. 실제 박보검은 사혜준의 처지와는 정 반대에 놓인, 최고의 청춘스타. 그러나 극중에서 그의 얼굴은 우리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대를 앞둔 스물여섯 청년의 모습 그대로인 채로 빛난다. 상대 배우를 온전히 그 인물로 보이게끔 만드는 다정한 눈빛, 선량하고 온순한 표정은 물론, 울분에 차 눈물을 흘리거나 자존심을 다친 모습까지 그는 실제 박보검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배우다. 이는 비단 안정적인 연기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익히 알려진 그의 성실하고 겸손한 삶의 태도들이 그가 선택한 캐릭터들에 자연스럽게 스며 들기 때문이다. 그런 ‘진심’의 연기들이, 시청자를 단번에 설득해버린다.


그간 쌓아온 필모그래피에서도 박보검은 줄곧 시대를 대변하는 청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응답하라 1988’의 택은 순한 사슴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첫사랑과 바둑 앞에서는 망설임이 없는 승부사였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그는 ‘황금수저’인 조선의 왕세자를 연기했으나, 그 역시 왕관의 무게 앞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열아홉 청춘일 뿐이었다. 전작 ‘남자친구’의 따뜻하고 용기 있는 청년 김진혁도 마찬가지. 그는 순하고 맑은 눈빛 안에서 쉼 없이 흔들리고 상처 입기도 하는 청춘의 마음을 시대상과 함께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특유의 말간 얼굴은 밝음과 어두움을 한꺼번에 담기도, 순수함과 강직함을 오가기도 하며 시청자들을 제대로 몰입시킨다. ‘청춘기록’의 혜준은 박보검이 그간 연기해온 청춘 시리즈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고, 연기는 더욱 물이 올라 대중의 마음을 또 한 번 흔들고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tvN


고군분투하는 혜준과 마찬가지로, 실제 박보검 또한 처음부터 스타덤에 오른 신예는 아니었다. 오히려 ‘왜 아직 뜨지 못했나’라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컬어질 만큼, 가진 연기력과 스타성에 비해 초반에 주목받지 못해 의아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업계에 소문이 자자할 만큼 예의 바르고 성실한 태도로 매 작품에 진심으로 임했다. 단역부터 차근차근 연기 경험을 쌓아온 그의 노력은 극중 혜준의 노력처럼 빛났고, 최선의 결과들을 만들어냈다. ‘청춘기록’은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고, 혜준은 박보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더욱 매력적이다.  


‘청춘기록’은 순항 중이다. 박보검은 한 인터뷰를 통해 “배우로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박보검이라는 사람을 보면 참 따뜻하다. 저 배우가 나오는 작품을 보면 감동을 힐링을 받는다’라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있다. 그의 바람대로, 실제 박보검의 청춘의 기록 또한 순항 중이다. 입대한 그는 정작 ‘청춘기록’을 보지 못하겠지만, 시청자들은 군백기에도 배우 박보검의 성장을 꾸준히 지켜볼 수 있을 예정. 안방극장 이외에도 영화 ‘서복’과 ‘원더랜드’가 개봉을 앞뒀다. 또 다시 마주할 새로운 박보검의 얼굴들을 벌써부터 기대해본다.


이여름(칼럼니스트)



CREDIT 글 | 이여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