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대로 멋지다!" 박보검이 쓴 '청춘기록'

훈수둘 수 없는 청춘의 결기에 호평 세례

2020.09.14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tvN



배우, 연출, 작가, 방송사. 드라마 ‘청춘기록'은 모든 면에서 ‘톱’을 자랑하는 오랜만의 화제작이다. 20대 남자배우를 대표하는 박보검이, 항상 주연, 캐릭터를 빛나게 해왔던 안길호 감독이 연출, 시대의 주체와 공감해왔던 하명희 작가가 극본, 드라마 명가가 된 tvN이 편성했다. 예상대로 방송 첫 주 만에 흥미로운 반향을 일으켰고, 누군가에겐 반드시 '인생 드라마'로 남을 만한 기분 좋은 조짐을 남겼다.



이야기는 명료하다. 청춘의 성장이다. 아픈 게 당연하다고 치부는 외로운 청춘, 꿈 밖에 기댈 곳이 없는 청춘이 어떻게 동료와 경쟁하고, 자신의 한계에 맞서고, 가족과 화합하고, 사회와 화해하는지를 보여줄 드라마다. 다양한 청춘 군상을 다루고 있지만 중심엔 사혜준(박보검)과 안정하(박소담)가 있다.


지갑사정, 사회적/가족적 위치가 하나같이 ‘억울한 스타일’인 두 사람은 ‘난 잘 될 거야’라는 자기 확신을 갖고 있는 스물여섯 동갑내기다. 드라마에서 꾸준히 봐온 소위 ‘캔디형 캐릭터’ 같지만 아니다. 가난해도 웃고, 무시 받아도 씩씩하게 살다가 잘난 누군가를 만나 신세가 피는 성공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지 않고 할 말은 다한다. 


'청춘기록'은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건드리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10년 전에나 통했던 위로다. 혜준과 정하는 현실적으로 이기적인 요즘 청춘과 제법 닮았다. 나아가 그들 청춘과 함께 사는 현실의 부모세대에게까지 공감대를 뻗고 있다. tvN 시청타깃인 2049세대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걸 봐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사진제공=tvN


“어른들 말 이제 안 들어요. 살아보니까 인간은 자기 이익이 제일 우선이더라고요”라는 혜준은 어른을 꼰대와 동일시한다. 1020대의 진보가 철이 없는 걸까, 아님 4050대의 보수가 시대착오적인 걸까, 이 갈등에서 후자의 책임이 더 크다는 현 시대의 암묵적인 공감이 ‘꼰대’를 사회적 신조어로 만들지 않았나. 불과 3,4년 전만 해도 혜준 같은 캐릭터는 부모세대 시청자가 보기에 답답했을 텐데 지금은 ‘내 자식이 저 마음이겠지’ 싶은 대변인 같은 존재로 보인다.


“내가 회사를 관두면서 한 결정이, 내 위주로 사는 거야”라는 정하는 가족 위주라는 우리 사회에 회의감을 느끼고 ‘비혼’을 추구한다. 사실 ‘썸’ 탈 에너지도 없고, 돈은커녕 마음이라도 있어야 연애도 하는 게 요즘 2030대 삶의 단면인 것을. 시간과 열정, 돈까지 넉넉하게 허락하지 않는 요즘 현실이 비혼을 장려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하의 비혼주의가 옛날 같으면 ‘불효의 끝’이었겠지만 지금은 부모세대에게도 ‘할많하않’ 정도로 끝나는 분위기라고도 한다.


달라진 시대와 사회에 맞춰 기록되는 청춘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더욱 현실적이다. ‘내 아들은 학교 이사장이 취미고 스타가 본업이 될 것’이라는 엄마. ‘사회생활 7년 했는데 너 통장에 얼마 있냐?’라는 형. ‘오디션 잘 떨어졌네, 군대 가면되겠어’라는 아빠. ‘나 네 아빠한테 돈 주고 싶어’라는 할아버지. ‘넌 안 될 거다’라고 단언하는 사장. 하나같이 내 맘 같지 않은 걸림돌 같은 그들 또한 내 청춘의 페이지를 함께 장식하는 존재다.


사진제공=tvN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도 내 일상이 단단해야 할 수 있다’는 정하. 이 말은 평소 팬으로 좋아했던 모델 혜준과 친구가 됐지만 ‘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스타여도 난 내가 더 소중해’라는 당당함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나한테 허락되지 않은 것을 나도 거절한다’는 혜준의 다짐은 청춘의 객기보단 누구도 훈수 두지 못할 내 인생을 살겠다는 결단이었다. 


리는 앞으로 '청춘기록'의 그들이 지금의 성장통을 멋지게 즐겨내길 기대하고 있다. 계속 지고 살지라도 ‘내가 뭐라고’가 아니라 ‘나는 뭐야!’라는 자신감으로. 계속 무시당하더라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멋지다’라는 자존감으로.


강민정(칼럼니스트) 



CREDIT 글 | 강민정(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