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브람스', 청춘로맨스의 부활

2020.09.11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제공=청춘기록(tvN), '브람스를 좋아하세요'(SBS)





선남선녀 주인공이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고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를 하는 과정을 담은 청춘 로맨스는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안방극장에서 사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장르다. 


자극적인 볼거리나 복잡다단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바쁘게 하는 드라마가 넘치는 가운데 20대 청춘들의 풋풋하면서도 달콤쌉싸름한 연애사로만 진행되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지속적으로 사로잡는 게 쉽지 않았던 것. 아무리 핫한 청춘스타가 출연해도 뻔한 클리셰 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연애담만으로는 채널이 돌아가는 걸 막는 데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지속적으로 눈길을 사로잡을 볼거리나 긴장감을 주는 극적 장치 아니면 정서적 공감대를 이룰 서사나 메시지가 있어야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 정통 청춘 로맨스는 사라지고 판타지나 미스터리, 추리물이 결합된 변종 로맨스물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오랜만에 정상의 청춘스타들이 출연한 정통 청춘 로맨스물이 월화요일 밤에 선의의 경쟁을 벌여 코로나 19로 지친 시청자들의 가슴에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극본 하명희, 연출 안길호)과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 연출 조영민)가 바로 그 주인공. 두 드라마 모두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청춘들이 수많은 인생의 변수 속에서 아파하고 사랑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 호평을 받고 있다. 빠르고 변화무쌍한 게 트렌드인 요즘 시대에 보기엔 흐름이 다소 느리고 단조롭지만 고전적이면서 순수한 감성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7일 첫 방송된 ‘청춘기록’은 톱스타 박보검의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 ‘기생충’으로 글로벌한 인지도를 쌓은 박소담과 톱모델 출신의 떠오르는 기대주 변우석이 주연을 맡아 방송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닥터스’, ‘사랑의 온도’ 등 꾸준히 멜로물을 써온 하명희 작가가 극본을 맡았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왓쳐’의 안길호 감독이 연출자로 나섰다. 출연배우와 제작진의 이름만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담보한다.



이런 이름값 덕분일까? ‘청춘기록’은 1회 전국 평균 6.4%, 2회 6.8%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는 모델 사혜준(박보검)과 메이크업이티스트 안정하(박소담)가 현실의 벽에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꿈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이 가운데 사혜준을 오랫동안 팬으로서 좋아했던 안정하와의 러브라인, 사혜준과 어린시절부터 친구였지만 현재는 경쟁상대인 원해효와의 진한 우정이 싱그럽게 그려져 시청자들을 미소짓게 한다. 여기에 ‘흙수저’ 혜준과 ‘금수저’ 해효의 상반된 가족 에피소드와 질시와 편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하의 직장 에피소드가 곁들여지면서 극적 재미를 더한다.


'청춘기록', 사진제공=tvN


청춘물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주연배우들의 매력. ‘청춘기록’은 요즘 가장 사랑받고 주목받는 박보검 박소담 변우석의 캐스팅만으로 먹고 들어간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눈호강시키는 비주얼과 차진 케미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보검은 특유의 순수하고 해맑은 매력으로 짠내 나는 사혜준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소화해내 저절로 응원하게 만든다. 박소담은 수수한 매력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축을 잡아주며 그가 왜 가장 인정받는 20대 여자배우인지를 알게 해준다. 안정하가 오랫동안 연모해온 사혜준을 메이크업해주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설렘과 긴장감은 두 배우가 앞으로 극중에서 펼칠 러브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물론 요즘 드라마답지 않게 자극이 부족한 아주 ‘순한 맛’인 드라마의 색깔은 호불호를 나뉘게 하고 있다. 다소 올드해 보일 수 있는 스타 탄생기를 담은 서사와 느린 전개는 흥미를 반감시키는 면이 있다. 모델과 연예계란 특수한 배경 때문에 다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설정이나 뻔한 대사들이 집중을 방해하는 구석도 있다. 이런 단점들을 배우들과 연출이 어떻게 메우며 흙수저 스타 성공담을 응원하며 지켜보게 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요즘 흥행타율이 높은 박은빈이 주연을 맡았지만 사실 방송 전에는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 작품. 클래식 음악이란 다소 진입 장벽이 있는 배경에 작가와 연출자도 신인인 데다 박은빈 이외에는 주연배우들의 인지도가 낮았던 것. 김민재와 김성철, 박지현 모두 연기 잘하는 기대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묘한 감정선으로 흘러가는 드라마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쉽게  그렇다고 답을 내릴 순  없었다. 그래서 박은빈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였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기대 이상의 완성도와 극적 재미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탄탄한 대본과 섬세하면서도 힘있는 연출, 젊은 배우들의 열연 삼박자가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지면서 메말라 있던 시청자들의 멜로 세포를 재생하고 있다. 아직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지는 않지만 고정 마니아 팬들은 형성하며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평균 5% 중반을 기록하는 시청률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진제공=SBS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아슬아슬 흔들리는 꿈과 사랑을 담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엇갈리는 감정선이 그 어떤 장르의 볼거리보다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할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평생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짝사랑하며 독신으로 살았던 브람스처럼 여섯 남녀의 엇갈린 감정선은 환희와 희열, 슬픔과 절망 등 다양한 감정선을 경험하게 하며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특별한 볼거리나 극적장치가 없는데도 눈길을 뗄 수 없다.


실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류보리 작가의 신인답지 않은 농밀한 필력과 조영민 PD의 세련된 연출력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단순한 쳉춘 로맨스를 넘어서 ‘고품격 멜로 드라마’ 수준에 이르게 만든다. 우울한 생일을 맞은 채송아(박은빈)를 위로하기 위해 준영(김민재)이 베토벤의 월광을 연주하다 갑자기 생일 축하곡 '해피버스데이투유'로 연주곡이 바뀔 때의 설렘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를 섬세하게 살려내는 박은빈과 김민재의 연기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다. 각각 엇갈린 사랑에 아파하는 두 사람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고 그냥 둘이 사귀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게 할 만큼 사랑스러운 케미를 뿜어낸다.


올가을에는 ‘청춘기록’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외에도 ‘경우의 수’, ‘스타트업’ 등 청춘물들이 연이어 방송될 예정이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청춘기록’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일단 쾌조의 출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깊어가는 가을에 맞게 주인공들의 감정선들이 더욱 깊어지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 ‘청춘기록’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설렘과 위로를 선사하며 청춘 로맨스물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최재욱기자 jwch69@ize.co.kr



CREDIT 글 | 최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