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맛에 빠진 안방극장! 19禁 봇물

2020.09.10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애로부부' 방송캡처


요즘 방송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공습으로 인해 TV 플랫폼이 위기에 처했다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19세 이상 관람가, 즉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딱지가 붙은 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있음을 뜻한다. 

지난 상반기 아찔한 인기를 누린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성공을 통해 소위 ‘19금(禁)’ 콘텐츠에 대한 대중적 니즈가 확인됐고, 이에 발맞춰 수위 높은 이야기를 주고 받은 프로그램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최신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맘카페’를 둘러보라는 말이 있다. 30∼50대 여성들이 주축이 된 맘카페의 구성원들은 집안에서 리모콘 주도권을 쥔 이들과 다르지 않다. 그들이 주고 받는 대화가 곧 현재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주제라는 의미다.

최근 맘카페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종합편성채널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애로부부)다. 본격 19금 부부 토크쇼를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7월 말 2.2%(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이 어느덧 3.6%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수치보다 더 눈에 띄는 건 화제성이다. 방송 직후 관련 내용들이 기사화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진제공=채널A


방송인 조혜련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배우 조지환은 "32시간마다 부부관계를 요구한다"는 내밀한 부부의 이야기를 꺼내 주목받았다. 조지환은 "결혼 7년 차지만 저는 지금도 아내가 너무 예쁜 여자로 보인다"며 애정을 과시한 반면 아내 박혜민은 "남편이 장소 불문하고 관계를 요구한다. 형님(조혜련)의 집, 병원 앞 숙소, 주차장에서도 해 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 이후 제작진을 통해 조지환은 "(방송 이후)형들한테 좀 혼났어요. ‘아내에게 엄청 혼났다’는 분들이 많았어요"라며 "아내들이 ‘조지환 저 친구는 저렇게 열정적으로 뭔가 해 보려는데, 너는 뭐냐’는 반응을 보였다더라고요"라고 밝혔다. 

그의 아내 박혜민은 "정말 32시간이 맞냐고, 일 하면서 남편 받아주느라고 너무 힘들겠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간호사라 수술방에 들어가면 휴대폰을 못 보는데, 메시지가 500개씩 와 있어서 적응이 안 된다"고 주변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조지환·박혜민 부부에 이어 등장한 배우 최영완의 이야기 역시 ‘역대급’이었다. 부부들의 불륜을 주로 다뤘던 ‘사랑과 전쟁’의 주역이기도 한 최영완은 결혼 13년차 남편인 연극연출가 손남목에 대해 "저를 성(性)에 눈뜨게 해 준 남자예요. 전기가 폭발하는데 미칠 것 같았어요.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줬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손남목은 "내가 남다르게 잘한다"며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이 부부의 문제는 이렇듯 왕성했던 부부 관계를 뒤로 하고 현재는 부부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최영완은 "(부부 관계를 안 한지)4∼5년 정도 됐다"고 말했고, "중학교 때 몽정을 했는데, 아직도 몽정기를 겪고 있다"는 남편의 말에 "나는 지금 성욕이 없다"고 대거리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노윤 작가는 "널리 알려진 ‘사랑과 전쟁’ 이후 거의 10년간 드라마 형태가 없었고, 시청자들이 그런 형태의 프로그램에 향수(?)가 있다고 봤다"며 "여기에 좀 더 부부들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위해 실제 부부가 출연하는 ‘속터뷰’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출처=방송캡처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 격인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 역시 19금 예능을 표방한다. 그들은 ‘나 혼자 산다’를 ‘순한 맛’이라고 하고 ‘여은파’에 ‘매운 맛’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스스로 농도 짙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고 전면에 내세운다. 실제로 참여자인 방송인 박나래, 한혜진, 화사 등은 수영복 파티를 벌이는 것을 비롯해 다소 끈적끈적한 그들 만의 속내를 꺼내며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여은파’ 역시 요즘 맘카페에서 자주 대화 주제로 오르내리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동안 19금 예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부터 2년여 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이 대표적이다. 대한민국에서 ‘섹드립’ 1인자라 불리는 방송인 신동엽을 비롯해 가수 성시경, 국내 커밍아웃 1호 연예인 홍석천 등이 참여했던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은밀한 주제를 다루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후속작은 많지 않았다. 유사 프로그램으로 TRENDY ‘오늘 밤 어때’가 론칭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조용히 막을 내렸다. 적절 수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고, 화제보다 논란이 앞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19금 예능이 가진 아킬레스건이다. 게다가 다루는 소재의 특성상 섭외 역시 어려운 편이다. 

이에 대해 ‘본격 19금으로 갈 것인가’를 놓고는 끝까지 고민했다는 ‘애로부부’의 노윤 작가는 "사실상 본격 19금 예능은 ‘애로부부’가 처음인 것 같다. ‘마녀사냥’은 15금에서 한시적으로 19금이 된 경우였다"며 "시청률이 좀 낮게 나와도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요즘 부부 문제를 다룬다고 해 놓고 정작 수위 때문에 리얼함이 떨어져선 안 된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jJTBC


19금 콘텐츠는 드라마에서 먼저 각광받았다. 불륜을 다룬 치정극인 ‘부부의 세계’는 일부 회차가 19금 판정을 받았다. 최근 방송을 마친 JTBC의  또 다른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 역시 19금 딱지가 붙었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서 바라보면 19금 콘텐츠는 더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바깥 활동이 줄면서 최대 수혜자가 된 넷플릭스의 상반기 최대 화제작인 ‘킹덤’과 ‘인간수업’ 모두 19금 콘텐츠였다. 

19금 콘텐츠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자유로운 표현 수위다. 해외 콘텐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多) 채널, 다(多) 콘텐츠 시대에 대중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상물에 노출된다. 이를 지켜 본 대중이 반응하는 자극의 강도 역시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이야기로는 도무지 그들을 유혹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점차 표현 수위와 자극도를 높인 19금 콘텐츠가 증가하고, 실제 성공 사례도 늘면서 안방극장까지 19금 콘텐츠가 넘실대고 있는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19금 콘텐츠라고 무조건 재미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따져보면 오히려 중고생 시청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설정만 난무해 실패한 경우가 더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9금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것은 보다 강한 자극과 설정을 원하는 대중이 많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CREDIT 글 |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