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 온 제시~ 이제 네가 예능대세야!

'예능 망나니'서 '예능 블루칩'으로 등극

2020.09.07 페이스북 트위터

사진출처=방송캡처



제시의 존재를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Mnet의 랩 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 제시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부당한 상황이 펼쳐지자, 별안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우리는 팀이 아니야. 이건 경쟁이야(This is competition)”라고 말하며 주위 여성 래퍼들을 얼어붙게 만든다. 당시만 해도 그는 기존의 평화로운 질서를 무너뜨려 버리는 ‘무법자’이자, 마치 ‘솔직함’보단 ‘불편’한 감정을 주는 저돌적인 존재인 양 그려지곤 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다. 방송가는 이제 제대로 제시를 맞아들일 준비를 마친 듯하다. 제시는 비로소 자신의 시대를 만났다.


제시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놀면 뭐하니?’와 지난 3일 첫방송한 tvN ‘식스센스’ 등을 통해 발군의 매력을 뽐내는 중이다. 홀로 메인 진행을 맡은 유튜브 웹 예능 ‘제시의 쇼!터뷰’는 하루가 멀다하고 SNS상에서 화젯거리를 만들어낸다. 물론 그간의 방송 활동에서도 출연했다 하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했던 그지만, 최근엔 마치 제대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빵빵’ 터뜨리며, 프로그램을 앞에서 이끄는 존재가 됐다. ‘기획’이나 ‘컨셉트’보단 제시의 입담이 먼저 보인다. 대중은 마치 이런 그를 기다렸다는 듯,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새로운 유형의 예능 캐릭터이기도, 유튜브와 방송계를 넘나드는 최근의 웃음 트렌드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말과 행동들은 제시의 가장 큰 무기이자 매력이다. ‘선을 넘는 것’이 어느 시점부터 예능 프로그램들의 주요 웃음 포인트로 떠오르면서, 기존 질서들을 솔직함과 엉뚱함으로 흐트러뜨리는 제시의 면모는 일종의 시원함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지난달 방송된 SBS ‘런닝맨’에서 그는 “거울을 볼 때 드는 생각”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가슴 커”라고 답하며 현장을 초토화시킨다. 최근 방송된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 첫 회동 에피소드에서도 이효리, 엄정화 등 ‘후덜덜’한 선배들을 앞에 두고도 이효리에게 “언니 왜 그렇게 신곡 홍보를 안 해 주냐”며 서운함을 내비친다. 그러다가도 “언니가 너무 좋다”며 이효리를 무장해제 시키고, 실제 SNS나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효리에 대한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제시가 리더를 하겠다고 선언하자, 막내인 화사가 “NO”라고 외치는데, “너 나 알아? 내가 얼마나 일 잘하는데”라고 버럭하면서도, 화사의 최신곡 ‘마리아(Maria)’를 시종일관 극찬하며 ‘리스펙트’한다. ‘센 언니’라고 특징지어지는 인물들이 모였기에, 조금씩의 긴장감과 갈등 구조가 나올 것처럼 제작진이 분위기를 잡아 봐도, 제시 덕분에 그 어색함은 웃음이 ‘빵’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된다. 어떤 서열이나 사회적 질서에 매인 채 억지스러운 행동들 또한 하지 않는다. 악의 없는 솔직함에 기반한 말들은, 가식적이지 않아 자연스럽고, 그렇기에 큰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어떤 부분은 좋다, 어떤 부분은 싫다고 자신의 주관과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 또한 매력으로 비치는 시대. 제시는 ‘환불 원정대’ 에피소드에서 매니저 후보에 양세형, 양세찬, 조세호가 거론되자 “광희가 좋다”며 “Every 세(세형, 세찬, 세호) NO”라고 뚜렷한 주관을 비치며 빅 웃음을 유발한다. 성형에 대한 고백도 스스럼이 없다. 몸매에 대한 평가나 언급에 관해서도 “이건 내 몸이고,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되는 거잖아요. 사람은 자신감이에요”라고 대차게 응수한다. 실수나 서툰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대처하는 점 또한 사랑스럽다. 최근 ‘식스센스’ 패널들의 첫 만남 에피소드에서 제시가 도착하지 않자 유재석이 전화를 거는데, 제시는 “오빠 1분이야, 1분”, “나 지금 식은땀 나요”, “똥줄 타고 있어요”라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말투는 다소 거칠고 세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새어 나오는 인간적인 매력은 숱한 ‘꿀잼’ 자막과 편집점들을 만들어낸다. 


사진제공=피네이션



혼자서만 통통 튀는 것도 아니다. 제시는 유재석이든 이효리든, 그 누구와 붙어도 놀라운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다. 특히 ‘런닝맨’ 게스트 출연부터 ‘놀면 뭐하니-환불원정대’ ‘식스센스’까지 이어지는 국민 MC 유재석과의 의외의 조화는 놀라울 따름이다. 제시가 자신의 방식으로 말과 행동을 툭툭 내뱉으며 속도를 붙이면, 유재석은 난감해하면서도 이를 제지하며 완벽한 ‘티키타카’를 만들어낸다. “제시 제발 하지마” “컴온! 제시(Come on Jessi)”를 입에 달며 고통스러워하는 유재석의 모습은 ‘꿀잼’을 선사한다. 당차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제시지만, 유재석의 “컴온” 한마디에 온순해지는 것 또한 신선한 재미 포인트. 이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기반이 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시는 유재석을 시종일관 당황시키면서도, “이 오빠는 보통 그냥 MC가 아니고 국민 MC 최고라고여”라며 치켜세우거나, “솔직히 나와 함께해서 좋지 않냐”고 진심을 내비치기도 한다. ‘제시 컨트롤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유재석 또한 그를 “망나니”라며 투덜대면서도 제시의 생동감 넘치는 액션과 말들을 끊임없이, 노련하게 살려낸다. 


사실 제시의 이러한 자신감이나 여유, 신선한 자기 표현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만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한국에 왔고,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2005년 제시카 H.O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그. 그간 미디어를 통해 막무가내에 저돌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긴 했으나, 그 어떤 사생활적 잡음을 낸 적도, 무례함에 누군가를 상처입힌 적도 없다.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실하고 꾸준히 자신의 ‘스피릿’이 담긴 음악을 해왔을 뿐이다. 최근엔 본업에서도 그 노력이 빛을 발했다.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인 ‘눈누난나'(NUNU NANA)’로 국내 주요 온라인 음원 차트 최상위권을 휩쓸었으며, 이효리, 비, 박재범 등과의 ‘댄스 챌린지’로 동영상앱 조회수 총합 3200만뷰를 넘겼다. 이에 관해 제시는 MBC FM4U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를 통해 “사실 음악 쪽으로 성공한 적이 없다. 매일 싸이오빠와 전화하면서 운다. 이거 진짜냐고 그랬다. 오빠가 이 순간을 즐기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응원해주더라. 되게 지금 꿈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그의 실력과 매력이 결합되어, 그는 지금에서야 제대로 깔린 자신의 판 위에서 최선의 역량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가 꾸준히 음악에 담아온 메시지와 예능에서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들은 늘 일관성이 있다. 이는 ‘컨셉트’도, 억지로 웃기려는 ‘의도’같은 것들도 담기지 않은, 자연스럽게 대중 앞에 오랜 시간 동안 보여왔던 모습들이다. 스스로가 추구하는 가치관에 맞는 일관적인 음악과 퍼포먼스, 말과 행동들이, 대중이 ‘지금의 제시’에 열광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이여름(칼럼니스트) 




CREDIT 글 | 이여름(칼럼니스트)